(부산일보) 불붙은 행정통합론, 부울경 통합 불씨 삼아야

2024.05.23 10:38:43

대구·경북 비롯 충청·호남권
광역지자체 통합 논의 급물살
초광역경제동맹 추진 부울경
미지근한 민심 되돌릴 기회로

윤석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등 전국의 광역지자체들이 통합 논의에 불을 지피면서 그간 통합에 미온적이었던 부산·울산·경남(PK) 민심에도 기류 변화가 일어날지 촉각이 쏠린다.

‘인구 770만 명의 동북아 8대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부울경 통합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PK 여론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합 모델과 방법론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 발전전략을 세우고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등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선 자치 30년을 맞아 정부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체제 개편에 나서면서 전국 광역지자체들이 통합 논의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의 적극 지원 지시에 따라 대구와 경북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행정통합에 속도를 붙이고 있고,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은 행정통합의 전 단계인 충청지방정부연합 출범을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호남권(광주·전남·전북)도 ‘메가시티 광역경제권’ 추진과 함께 특별지자체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부울경의 경우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특별연합(메가시티)이 2022년 10월 출범을 목전에 두고 지자체 간 이견으로 와해되면서 1년 넘게 통합 논의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는 메가시티 무산 후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을 통한 공동 프로젝트 추진과 부산·경남 행정통합이라는 ‘투 트랙’으로 통합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산·경남 시도민의 69%가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날 만큼 통합에 대한 지역 민심이 뜨뜻미지근한 상황이어서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부산시와 경남 의령군이 맺은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생 협약이 의령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일방적으로 파기된 사례에서 보듯 양 시도민 간 동류 의식 회복도 숙제다.

TK 행정통합이 빠르게 추진되며 통합 선점 효과를 누릴 경우 선제적으로 통합에 열을 올렸던 부울경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TK발 행정통합 논의가 부울경에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켜 지역 민심이 급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시 이준승 행정부시장은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통합에 찬성하는 양 시도민 간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해야 한다”며 “양 지자체의 통합 공동연구가 올 연말 마무리되는 대로 시민들에게 통합 모델과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제시하고 여론조사나 투표 등을 통해 이에 대한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TK 중심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부산을 거점으로 대한민국 제2의 성장축을 조성하겠다는 윤 정부 지방시대의 핵심 정책에 역행하는 만큼,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로부터 통합 유인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수도권 초집중과 저출생 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행정체제 개편의 목적이라면, 부산을 거점으로 한 메가시티 조성이나 행정통합 논의가 정부의 우선 정책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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