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각 지자체가 앞다퉈 맨발 걷기 활성화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산과 바다를 모두 지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부산의 경우 맨발 걷기 명소를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다대포해수욕장 등에서 맨발로 백사장을 걷는 인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맨발 걷기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백사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맨발 걷기 명소로 입소문이 난 금정구 오륜동 땅뫼산 황톳길, 부산시민공원 등도 인기를 끈다.
맨발 걷기가 혈압 안정, 심혈관 질환 예방, 근육량 증가, 스트레스 완화 등에 도움이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맨발 걷기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쏟아진다. 지난 7월 맨발 걷기를 소재로 방송된 한 TV 프로그램의 유튜브 조회수는 120만 회를 넘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맨발 걷기가 인기를 끌자 백사장을 걷는 사람들이 늘었다. 바닷가에 버려진 낚싯바늘을 치워달라거나 세족장을 설치해달라는 등 관련 민원도 증가했다”며 “이용객 안전을 위해 내년부터 해수욕장에서 낚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조례를 만들고 시설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맨발로 산책로, 황톳길 등을 걷는 이른바 ‘어싱(Earthing)’에 더해 바닷가를 걷는 ‘슈퍼 어싱’이 건강에 더 좋다는 입소문이 퍼져 해운대해수욕장 등에서는 손에 신발을 쥔 채 백사장을 걷는 시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운대구 70대 주민 박 모 씨는 “나이가 들면서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맨발 걷기를 알게 된 뒤 올봄부터 걷기 시작했다. 하루에 많이 걸을 때는 그랜드조선 호텔부터 엘시티 사이를 두 바퀴 돈다”며 “발이 시원하고 모래를 밟는 느낌이 좋아 바닷가를 많이 찾는다. 처음 걷기 시작할 때보다 바닷가를 걷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취재진도 신던 신발을 손에 들고 박 씨를 따라 백사장을 걸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모래가 발에 닿아 촉촉하고 시원했다. 최대한 바지를 접어 올렸지만 접은 바지가 계속 풀리면서 들이치는 파도에 바지가 젖기도 했다. 바지가 완전히 젖지 않게 사수하며 가까스로 해수욕장 입구까지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니 신발을 든 채 일렬로 바닷가를 걷는 시민이 많아 맨발 걷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바닷가, 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부산의 경우 맨발 걷기 활성화 사업을 통한 관광객 유치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영산대 오창호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부산은 산과 바다를 모두 갖고 있어 맨발 걷기를 할 만한 장소가 충분하다”며 “걸어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과 접목해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며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국제관광도시인 부산에서 맨발 걷기를 관광산업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