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창세기'는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신의 명령을 거역한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는 기록을 전한다. 순수성을 잃고 서로를 경계하며 탐욕으로 일그러지게 된 인간들. 현대의 풍요로운 물질 문명은 인간의 무한한 탐욕 속에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과 평화를 반복해왔다.
중견 조각가 노창환은 신의 노여움을 산 창세기의 원죄를 조명해온 작가다. 인간의 본성을 거부하며 무한한 욕망을 비웃고, 상징화하는 '유혹의 시리즈' 작업에 10년 가까이 천착해왔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선과 악, 종교적 의미가 아니다. 유혹, 질투, 탐욕, 허무와 같은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과 감정에 집중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뱀과 사과, 드레스, 메두사의 형상도 그러한 것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된다. 벌레를 먹은 사과를 표현한 그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벌레를 먹은 자리에 집과 구름, 나무, 뱀의 형상을 의도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집은 우리가 갖고 싶은 공간이며, 구름은 시간의 변화와 움직임을 담고 있다. 나무는 영원히 뿌리내리고자 하는 욕구를, 뱀은 소유에 대한 욕망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가 주로 선택하는 재료는 자연의 순수성을 담은 나무다. 태초 신의 노여움을 산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동시에, 자연으로의 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상징인 셈이다.
그는 "인간의 욕망은 태어나면서 지니는 본성이라고 본다. 때문에 절제하는 것이 어렵지만, 나무라는 재료를 통해 절충하는 과정을 가져보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노 작가의 작품은 10일부터 15일까지 대구 수성구 범어성당 드망즈갤러리에 전시된다. 작가는 영남대 조소과와 동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이번이 열번째 개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