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이 지역민들을 위해 뭘 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대구를 주목할 수 있게 장기적인 방향을 잘 세우려 합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국내 첫 사립미술관이자 민족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서울 소재 간송미술관의 상설전시장이다. 지난 1월 대구미술관 인근 부지에 착공했으며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은 개관을 1년 앞두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강연 문화행사 '간송다담'을 열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 윤선갤러리에서 열린 '간송다담' 개막식에서 만난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단장은 지역에서 대구간송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고심이 깊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성을 벗어나는 데 초점을 맞추려한다는 의외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당장의 이벤트들보다 장기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방향을 세우고 있다"며 "대구간송미술관의 콘셉트는 지역성을 넘어 세계가 대구를 주목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자는 것이 대략적인 가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국내외에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고, 유일무이한 한국 문화유산의 보고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역성을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백 단장은 "전시의 경우 기획전인 '간송문화' 전시와 콜라보레이션 성격의 전시 두 갈래로 진행해나갈 생각"이라며 "콜라보레이션 전시의 경우 대구경북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진경산수화 모음전 등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가 오가는 중"이라고 했다.
또한 대구간송미술관의 역점 사업 중 하나는 문화재 수리·복원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서예 등 전통문화의 뿌리가 깊은 곳이다. 그만큼 그림, 글씨, 책 등의 지류문화재가 많은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들 중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것이 많다. 이러한 유산들을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수리·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단장은 "공간의 제약이 있는 서울 간송미술관의 경우 앞으로 좀 더 연구·학술적인 부분에, 대구간송미술관은 좀 더 대중적으로 열린 부분에 집중하려 한다. 수장 기능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개관 전까지 강연 등으로 지역민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기회를 늘려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