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의 첫 글로벌 미디어아트 축제인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이 16일부터 5일간 열렸다. 백남준 20주기를 맞아 발걸음을 뗀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그의 예술정신을 전시·퍼포먼스·학술·기술랩·대중 프로그램으로 현재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모색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페스티벌의 영문 주제인 ‘Waiting for UFO’는 백남준이 1992년 스톰킹 아트센터에 설치한 동명의 작품에서 가져왔다. 푸른 잔디 위에 하늘을 향한 부처와 텔레비전, 데드마스크로 구성된 작품은 도착하지 않은 신호와 새로운 관계를 향한 열린 기다림을 보여준다. 이 기다림의 태도에서 출발한 페스티벌은 백남준이 행성에 대한 실험을 했던 1990년대에 주목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의 작품을 조명하면서 완숙기 안에 들어가 있는 동양 철학 코드의 흔적을 찾아 살펴보는 것을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 학술 등에서 살펴보게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페스티벌에서는 ‘별, 괘卦’와 ‘달들’ 두 전시가 동시에 개막했다. 백남준은 1980년대 위성예술을 거치며 1990년대 별과 행성, 우주로 그 사유가 확장됐다. 1층에서 진행된 ‘별, 괘卦’는 그의 예술에 나타나는 우주적 상상력과 동양적 사유, 전자 매체를 통한 세계 인식을 조명한다. 텔레비전과 위성, 문자와 신체, 불상과 우주선이 교차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전시는 2층 ‘달들’로 이어진다.
‘달들’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그가 바라본 우주를 동시대 작가들의 새로운 해석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작가들의 선정은 백남준의 작품을 최대한 깊이 이해하는 가운데 우주와 행성을 어떻게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토대로 유기적으로 발굴됐다.
‘별, 괘卦’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달들’ 전시는 오는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개막 주간에 선보인 퍼포먼스는 상상했던 장르가 교차하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보는 구조로 그려졌다. 전통 음악과 움직임, 라이브 코딩부터 레이저 퍼포먼스, 의례까지 다른 언어와 방법론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펼쳐졌는데, 이는 특정 순간 하나의 정렬을 이루어 개기일식을 만드는 행성들처럼 일시적으로 만나 서로의 존재와 작업을 마주했다. 관람객들 역시 전시장 안팎에서 자신의 경로를 구성하며 스스로 공간과 현장을 즐기면서 다양한 작업들과 마주했다.
지난달 1일 사전 의례로 진행된 퍼포먼스 ‘죽음을 모르고 어떻게 삶을 아느냐’는 20일 백남준생일굿으로 연결된다. 퍼포머들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다익선’을 찾아가 짧은 의례를 진행한 뒤 백남준아트센터로 돌아왔다. 떨어져 있는 공간을 전자 네트워크로 잇고 생일과 추모, 과거와 현재가 이 여정에서 포개진다.
이와 함께 지난 17일에는 미국의 미디어아트 전문 큐레이터인 존 G. 한하르트와 이숙경 휘트워스미술관 관장이 참여하는 특별 대담 ‘백남준의 큐레이터들’이 열려 백남준 예술의 국제적 유산과 현재적 의미, 앞으로의 연구와 전시가 열어갈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19일 열린 기술랩 ‘다시 켜진 시그널’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이기준 테크니션이 단종된 CRT 모니터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백남준 초기 실험 TV의 비디오 신호를 다시 구동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시연했다.
박남희 관장은 “내년부터는 젊은 예술가들이 흥미롭게 놀아볼 수 있는 잔치의 장을 만들 것”이라며 올해를 시작으로 페스티벌이 계속해서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삶의 고민과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적 가치 등을 예술이라는 통로를 통해 견고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방향성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