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덥습니다. 30분만 일해도 옷이 땀 범벅이에요. 안전모 때문에 열이 안 빠져나가니까 죽을 맛입니다."
2일 오전 11시쯤 대전 서구 도안동의 한 건설 현장. 절삭기와 드릴 소리로 요란한 현장엔 건설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전 시간대임에도 기온은 벌써 34도.
건설장비와 아스팔트에서 내뿜는 열기가 더해지며 현장은 찜통 속을 방불케 했다. 근로자들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지 오래다.
땡볕을 피하고자 팔토시나 차양모 등 저마다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공기마저 뜨거운 현장에서 이들의 대책은 무용지물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안전 장비다. 안전모를 착용하다 보니 열이 빠져나가지 않고, 각종 안전 장구를 착용하면 몸이 무거워져 체력 소진도 빨라지는 것이다. 한 노동자가 쉼터에서 안전모를 벗자 고여있던 땀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인근에서 교통을 통제하던 A씨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숨이 막힌다"며 "도로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더운데, 현장에서 일하면 진짜 쓰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각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택배기사 B씨.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한순간을 쉬지 않고 물류를 배송하고 있었다.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의 팔은 군데군데 그을려 있었다.
배송을 마친 그의 얼굴은 오전 임에도 고단함이 가득했다. 그가 유일하게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순간은 운전할 때였으나, 이마저도 2-3분에 한 번꼴로 멈춰야 하는 탓에 더위를 식히긴 역부족이었다.
그는 "택배는 건당 단가가 낮아 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물류를 배송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더위에 어지러워 핑 돌아도 1-2분 쉬고 다시 움직인다. 남아있는 택배를 생각하면 2분도 쉬는 시간이 아깝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 대형 유통업체를 찾았다.
야외 현장 보다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카트 운반 업무를 하는 C씨 역시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얼마 전 코스트코 사망 사고로 인해 회사에선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다행히 휴식 시간이 꽤 보장되고 있다"며 "그래도 오후 1시부턴 더위와의 싸움이라 개개인이 물병을 들고 다니거나, 구석에서라도 휴식을 취해가며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대전지역엔 최고온도 35도를 기록하며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열사병 예방 이행가이드를 마련해 권고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시큰둥한 반응이다.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더러, 정해진 작업량을 채워야 하는 탓이다.
이로 인한 온열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대전과 세종, 충남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112명이며, 이 중 2명이 숨졌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온열질환 산재 피해 노동자도 152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철 야외 노동에 대한 기피도도 높다.
최근 알바몬이 대학생 631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알바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름철 기피하는 아르바이트로 인형탈(64.7%)을 꼽았다. 이어 택배 상하차(54.7%), 배달 운송(34.9%), 전단지 (24.9%), 생산 건설 등 현장 알바(18.9%)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