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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은 ‘커피도시’다…‘스벅’ 美 시애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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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커피 도시다.’ 최근 이런 명제를 부인할 수 없는 문헌이나 자료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상당 기간 로컬문화에 천착해 온 김만석 작가가 커피 아카이빙 작업을 하며 찾아낸 고문서 기록들을 보면, 부산은 1890년대 전후 부산항 개항기 무렵 그 어느 도시보다 커피를 향유하던 도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옛 문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맛있는 커피’의 제1법칙은 ‘신선한 원두’다. 전 세계 커피 수입의 통로이자 첫 도착지라는 점에서 부산은 커피 도시일 수밖에 없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생두의 95%는 부산항을 통해 수입됐다.

 

개항기부터 커피 향유 고문서 입증

국내 생두 95% 부산항 통해 수입

초창기 프랜차이즈 ‘가비방’ 탄생

영도·일광은 카페 투어 도시 면모

한국 커피 역사 중심지 자리매김

 

오랜 기간 국내 커피 역사는 고종을 시작으로 한 왕실 중심으로, 또는 인천항 중심으로 해석돼 왔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시각들로 ‘한국 커피사’가 쓰이고 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고 각종 기록으로도 뒷받침되는 설이 부산을 중심으로 한 커피 문화다. 근대 한국에서 가장 일찍 해외 문물이 들어온 초량왜관과 개항장인 부산항이 있는 연유로, 부산을 시발점으로 한 커피 역사가 곧 한국 커피 역사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커피가 어떻게 국내에 들어오게 됐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서양 선교사로부터, 또는 러시아, 일본, 중국으로부터 전해졌다는 기록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대체로 1880~189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1892년 〈해은일록〉과 1898년 통리기무아문 보고서에 나타난 부산 커피 관련 기록은 이 시기 부산에서도 서울 못지않은 커피 향유 문화가 생겨났을 것이란 의견에 힘을 실어 준다. 일제강점기 신문 기사에도 그 시절 부산항을 통해 백국(브라질) 커피가 지속적으로 수입돼 온 사실이 나타나 있다.

 

현대 들어서도 부산은 한국 커피 역사의 중심지 역할을 이어갔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커피는 부산 자유시장(현 국제시장)에 풀려 팔려 나갔고, ‘임시수도 시절’ 부산 원도심 동네 길목에 새로 집을 수리하면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다방이 생겨났다. 이에 방점을 찍듯, 작가 김동리는 〈밀다원 시대〉라는 단편까지 썼다. 소설 무대인 부산 광복동 ‘밀다원’ 다방은 피란시절 문인들의 안식처였다.

 

부산 커피 문화는 해외에서도 흥미로운 일이었나 보다. 1968년에는 미국 정보국(USIA)이 ‘Tea Room and Communication In Korea’라는, 부산의 다방 554곳을 전수 조사한 흥미로운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여기서 ‘Tea Room’이 바로 ‘다방’이다.

 

부산은 스타벅스가 태동한 미국 시애틀처럼 될 수도 있었다. 국내 최초로 1977년 국비학생으로 일본 커피 유학을 떠난 정동웅 씨가 요즘 커피 프랜차이즈 격인 ‘가비방’을 부산대 앞에 처음 만든 뒤 47호점까지 낸 사실도 확인된다. 한때 부산 사람이면 다 알던 서면 마리포사도 정 씨가 1984년 제안하고 운영한 ‘핫플’이었다. 마리포사 메뉴판을 구해 추측해 보건대 1980년대 마리포사는 원두 산지와 커피 추출 방식, 첨가물을 세분화한 세계 다양한 커피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부산 마리포사는 서울 이화여대 앞에 분점도 냈다.

 

요즘 부산에 카페나 커피점이 대거 생겨나는 게 우연만은 아니다. 모모스커피를 필두로 스페셜티커피의 바람을 일으켰고, 컴포즈커피는 전국 매장 수 1000개가 넘는 대중 커피 프랜차이즈가 됐다. 부산 영도나 일광 바닷가에는 개성 있는 커피숍들이 모세혈관처럼 퍼져 점점 카페투어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커피 선생님’인 이호상 (사)한국커피협회 이사를 주축으로 펼쳐지는 ‘영도 커피 페스티벌’도 해를 거듭하며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은 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인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을 배출해 낸 도시이기도 하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이사는 부산박물관에 들어올 커피 전문서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추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 개설 등 부산을 커피도시로 확장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현정·조영미 기자 yourfoot@bus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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