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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WIDE] 숨죽이다 생 마감한 아이들, '아동학대' 엄벌 기다릴 시간이 없다

현실과 맞지 않는 '양형 기준'

 

2019년 학대피해 2만2649명 달해
사망 42명중 19명 생후 1년 이내

 

 

지난 2019년에만 2만2천649명의 아동이 학대 피해를 입었다. 42명은 끝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중에서도 19명(45.2%)은 생후 1년을 채 넘기지 못한 영아였다.

'제2의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민영이도 마찬가지다. 생후 33개월 민영이는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사망했다. 지난 5월8일 양아버지가 휘두른 폭행에 뇌출혈을 일으킨 후 의식불명 상태로 2개월 넘게 치료받던 민영이는 지난 11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민영이 사건은 아동학대 처벌 양형기준이 반드시 세분화되고 엄격해져야 한다는 여론을 일으킨 사건이다. 양형 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지표다.

 

'민영이' 의식 불명뒤 목숨 잃어
'살해' 아닌 '치사죄' 적용 가능성

 

 

뇌의 3분의2를 다쳐 사실상 죽은 것과 다름없는 의식불명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았지만, 현행 아동학대법상 헐거운 양형기준으로는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는 '중상해죄'가 적용됐다. 이때만 해도 검찰은 고의성을 인정하는 '살인미수'와 양형에서 차이가 크지 않고 중상해죄를 무겁게 적용하면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민영이가 사망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 직전에 벌어진 정인이 사건을 반추하면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아동학대치사죄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학대신고·사망 건수 꾸준히 늘어
대법 양형위, 개선작업 속도내야


정부는 민영이 사건 이후 다시 한 번 '가해자 엄벌'을 약속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아동학대 처벌에 대한 양형 기준 개선을 2년 임기 내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형위는 개선 의지를 밝힌 지 한 달이 넘도록 양형 기준에 대한 방향성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여전히 여론에 떠밀려 '개선논의가 시작됐다' 정도의 사실 외에는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양형위 관계자는 "(지난달엔) 이번 양형위 임기 내 할 수 있는 사업을 밝혔던 것이고 전반기 마지막 회의가 진행되는 2022년 3월께 (아동학대 양형 개선안이) 최종 의결될 것이다. 다만 그 전에 법 개정 등 (여러 변동 사항)이 있다면 (이마저도 개선) 시기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했다.

 

양형 기준 개선의 관건은 '속도'다. 선례만 봐도 그렇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건 지난 2014년 9월부터다. 앞서 2012년(6천403건), 2013년(6천796건)에도 아동학대가 발생했지만, 2014년에야 비로소 '아동 보호'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특례법이 제정된 후 형법상 학대죄, 상해죄 등 다양한 죄명으로 불려 왔던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이 통일성을 갖추게 됐다.


양형 기준 개선이 속도를 낸다면 적어도 민영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받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못하는 억울한 사례는 막을 수 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2만2천367건, 2018년 2만4천604건, 2019년 3만45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실제 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도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으로 증가했다.

우리가 늑장을 부리는 사이, 또 얼마나 많은 아동이 억울한 죽음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현실과 맞지 않는 '아동학대 양형 기준'… 처벌규정 보다 세분화를)

/공지영·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