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구을 지역구가 유력 정치인들의 신변 변화와 맞물려 출마 후보 지역으로 거론되면서 지역 정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포함되자, 주요 언론과 유튜브에서는 그의 차기 정치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이 가운데 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구을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선을 지낸 충남 아산을 등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된 것이다.
계양구을이 주목을 받은 건 이번만이 아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6월23일 법원이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 석방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역시 ‘사법리스크 해소’를 전제로 계양구을에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송 대표가 아직 항소심을 진행 중인 만큼 그의 아내인 남영신 여사가 이재명 대통령 지역구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지역 정가에 돌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일부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계양구을 출마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계양구는 그동안 인천시장을 2명 배출하는 등 이곳을 기반으로 체급을 키운 정치인이 여럿 나왔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15대 총선부터 3차례 출마해 1999년 보궐선거(당시 계양구강화군갑)에 당선된 뒤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1999년 보궐선거에서 안 전 시장에게 패했던 송영길 대표 역시 이듬해 16대 총선을 시작으로 3선에 성공한 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에 올랐다. 현재 국민의힘 계양구갑당협위원장인 최원식 전 의원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당선되는 등 계양구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지역 정치를 펼친 인사들이 많다.
그러나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송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계양구을 지역구에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출마하면서 계양구의 정치적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친 이 대통령은 인천과 연이 없었는데,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강세를 보인 계양구인 만큼 어떤 인물을 내세워도 승리가 유력하다는 당 차원의 ‘깃발 꽂기식 공천’이 진행된 결과다.
이 대통령은 계양구을에서 오랜 기간 기반을 다진 윤형선 당시 미래통합당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11%p 차 승리를 거뒀다. 윤 위원장은 선거 포스터에 ‘25년 vs 25일’이라는 문구를 붙이는 등 ‘지역 일꾼 ’전략으로 맞섰으나, 5%p 이내 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큰 격차로 패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전략을 바꿨다. 지역밀착형 후보 대신 중량감 있는 후보로 선거 전략을 수정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계양구을에 공천한 것이다. 선거 결과는 이재명 당시 후보의 9%p 차 승리로 끝났다. 원 전 장관은 국민의힘 계양구을 당협위원장 직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고 있다.
거대 양당 모두 선거의 상징성을 이유로 중앙당이 결정한 후보를 기용하면서 지역에 정통한 인물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양구를 기반으로 하는 한 야권 인사는 “내년 보궐선거 역시 ‘대통령의 지역구’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름값 있는 인사가 공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온 사람들은 선거 준비보다 중앙당 눈치부터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