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단독] ‘팬데믹’ 고용 한파, 부산 여성에 더 잔혹했다

  • 등록 2022.07.26 22: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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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사라진 부산의 일자리 90% 가까이가 여성 일자리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가 여성에게 더 큰 경제적 위협이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나, 코로나19 고용 한파는 유독 부산지역 여성에게 더 매서웠다.

 

부산 취업자 3만 3000명 줄어

이 중 90% 가까이가 여성 일자리

전국 평균보다 4배 이상 많아

일상회복에도 성장세 ‘마이너스’

취약한 지역 산업 구조 피해 키워

 

26일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입된 2020년 1분기(1~3월) 부산의 취업자는 165만 1000명(남성 90만 8000명, 여성 74만 3000명)이었다. 하지만 1년 뒤 지난해 1분기에 161만 8000명(남성 90만 4000명, 여성 71만 4000명)이 됐다. 3만 30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성별 차이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는 4000명이 줄었으나, 여성 취업자는 2만 9000명이 줄었다. 전체 일자리 감소분의 87.9%가 여성이었던 셈이다. 이 정도 규모의 성별에 따른 일자리 격차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2020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국내 전체 취업자는 38만 명이 줄었다. 이 중 61.8%인 23만 5000명이 여성 취업자였다. 전국적으로 보면 남성 취업자가 1명 줄 때 여성 취업자 1.5~2명 정도가 감소했지만, 부산에선 7명 이상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던 셈이다.

 

팬데믹 2년 차에 접어들고 단계적 일상 회복이 추진됐지만, 회복 속도의 성별 차이도 컸다. 올 1분기 남성 취업자는 91만 5000명으로, 2020년보다 오히려 7000명이 늘었다. 반면 여성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증가했으나 73만 1000명에 머물렀다. 2020년보다 1만 2000명이 줄어든 규모다. 지난 2년을 비교해 보면, 부산의 남성 취업자는 0.7% 늘어났지만 여성 일자리는 여전히 1.6%의 마이너스 성장세다.

 

부산의 고용 격차가 심화되면서, 양성평등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각종 지표도 부산에서만 역행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경제활동참가율 성별격차 지수(경제활동 참여 정도의 차이)는 2017년 20.4에서 지난해 18.8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2017년 20.0에서 2019년 16.4로 저점을 찍은 뒤 2020년 16.7, 지난해 17.3으로 오히려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꾸준히 활발해지는 추세지만, 부산은 최근 몇 년간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부산 여성의 경제활동 위축은 지역 산업 구조가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뒤 여성의 육아 부담이 증가한 데다 부산 여성이 주로 취업하는 일터가 팬데믹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부산 여성들은 주로 복지·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 서비스업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하고 불안한 취업 형태였던 것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최청락 연구부장은 여성 일자리가 취약한 데다 돌봄 부담도 집중된 게 취업자 감소의 이유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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