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부터 밟고 가라" 의대 교수들 '제자 보호' 침묵 시위

  • 등록 2020.09.01 1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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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에 항의…흰색 재킷 80여명 검은 마스크
교수 대부분 피켓 들고 나와…"전공의 처벌, 가만있지 않겠다"
대구 경북대·계명대·영남대·대가대 등 비수도권 병원 10곳 동시 실사

 

"나부터 밟고 지나가라!"

 

대구지역 의대 교수들이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에 항의하며 '제자 보호'를 위해 피켓을 들고 무거운 침묵 시위를 펼쳤다.

 

정부가 무기한 집단휴진에 나선 전공의·전임의 등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고발한 가운데, 대구 4개 대학병원을 포함한 비수도권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10곳에 대한 동시다발 추가 현장 조사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31일 오전 10시부터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1층 로비엔 하얀색 재킷 차림의 교수 80여명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피켓을 든 채 줄지어 섰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코로나 시국에 밀어붙이는 4대 악법' '하루 파업에 내려진 전공의 면허 취소' '국민 혈세 남발하는 지역이기주의 공공의대'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지난 주말 피켓 시위를 제안한 이석종 경북대 교수(피부과)는 "애초 20~30명을 예상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랐다"면서 "외래 진료와 수술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교수들도 제자가 당할 불이익을 참지 못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했다.

 

시위에 참여한 교수들은 실사단이 머무르는 본관 2층까지 따라 올라가 복도에 서서 '침묵의 항의'를 이어갔다.

 

지난 28일 보건복지부 실사단은 경북대병원을 찾아 응급의학과 3명, 내과 1명, 인턴 3명 등 7명의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에도 근무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이날 복귀 여부를 확인하러 온 것이다.

 

 

이날 오전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도 교수 70~80명이 병원 응급실 앞에서 '수련포기 고발되는 이 나라는 정상인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복지부 실사단을 맞았다.

 

동산병원 교수들은 '가운을 밟고 지나가라'며 복도에 가운을 벗어 놓기도 했다.

 

조사 현장을 지키고 있던 한 교수는 "실사단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에 있는가를 살피고, 다음 날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엔 영남대병원과 대구가톨릭병원에서도 실사가 동일하게 진행됐다.

 

대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복지부 실사단이 오늘 미복귀 전공의 인원을 (병원 측에) 통보하고 내일 재확인을 거쳐 고발 인원을 최종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들의 경우 지난 21일부터 열흘 넘게 진료 현장을 떠난 상태다.

 

한편 이날 경북대의대 교수회(의장 김상걸)는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는 독자적인 진료의 의무가 없다. 필수진료의 공백이 없는데도 행정명령으로 강제하는 것은 공권력의 폭력"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과 형사고발을 취소하라. 만일 이들에게 희생이 따를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을 밝혔다.

 

이석수 s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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