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를 비롯해 도내 자치단체들이 국가예산 확보에 사활을 건 활동에 나서는 것은 열악한 지방자치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국비 의존도가 그만큼 높은 탓이다. 자치단체들이 펼친 노력의 결과는 연말 국가예산이 확정되면서 공개된다. 그 결과에 따라 자치단체의 평가도 뒤따른다. 특히 이런 결과는 자치단체장이나 그 지역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활용된다.
자치단체들이 해마다 항상 사상 최고액을 확보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다. 그러나 세부내역을 파악한 결과 자치단체들이 발표한 성과와 판이했다. 성과로 포장했지만 속내는 오히려 후퇴한 자치단체도 여럿이었다. 국가예산이 해마다 5%이상 증가되지만 그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치단체도 상당했다. 치밀한 계획 속에 전개되어야 할 국가예산 확보 노력은 전략적이지 못했고 계획적이지도 않았다. 마지못해 중앙부처와 국회를 찾아 정치적인 낯내기식 국가예산 확보에 나선 결과다.
국가사업
지방 자체 사업으로 포장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지방에서 진행된다는 이유로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포장해 발표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새만금이 대표적이다. 새만금과 접한 군산과 김제, 부안의 국가예산이 높은 이유다. 군산과 김제는 전주나 익산보다 국가예산을 많게는 3000억원 이상 확보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김제나 완주 등은 국가예산 실적을 높이기 위해 도비까지 슬그머니 끼워 넣어 국가예산 확보액을 높이기도 했다. 국가예산 발표 기준이 없어 순수 국가사업이나 전액 국비사업도 지방에서 추진하는 사업처럼 도민을 현혹시키는 발표가 상당했다.
열악한 지방재정 해법
국가예산 확보
행정안전부의 지난해 재정지표 분석에 따르면 도내 자치단체에서 자체 지방세 수입으로 소속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곳이 10곳이나 된다.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26.5%로 전남(25.7%)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자체 재원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재정난을 겪는 도내 자치단체들은 국가사업을 유치하거나 국비를 확보해 지역발전 사업을 펼쳐야 한다. 자치단체장들도 그런 역할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국가예산 확보를 무턱대로 할 수는 없다. 도내 대부분 자치단체에선 정부 방침에 맞춘 계획과 전략, 지역 현실과 여건에 맞춘 차별화된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는 한계가 국비확보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데도 매년 국가예산 사상 최대액을 확보했다며 너스레를 떨며 혼란을 주고 있다.
국가예산 확보
전략적 계획과 접근 필요
정부는 국가예산 편성을 위해 2년 전부터 계획을 수립한다. 올해 초 내년도 국가예산 편성을 시작하고, 2022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자치단체들도 최소 2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예산 확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국비 확보가 주효하려면 이보다 한발 앞선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북 자치단체들은 최근에서야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국가예산 편성의 기본 틀을 모르고 있다는 발표와도 같다. 특히 국가예산이 확정되는 6월부터 중앙부처 문턱이 닳게 드나들고, 국회를 찾는 자치단체장의 활동은 뒤쳐진 활동이라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선 편성단계가 아닌 계획단계를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가예산
발표 원칙과 기준 마련 필요
전라북도를 비롯해 도내 자치단체들의 국가예산 확보내역에 대한 발표는 앞으로 신뢰를 얻지 못할 전망이다. LH가 아파트를 건설하며 함께 추진하는 진입도로, 국토부가 시행하는 전주-새만금 고속도로, 새만금 신항만 건설 예산이 그 지방의 국가예산에 포함되어 발표되기 때문이다. 선거철 등장하는 ‘국가예산 최고액 확보’라는 치적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전북도부터 국가예산 확보내역에 대한 기준을 갖고 공개해야 한다.
전북일보가 전라북도를 비롯한 도내 14개 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국가예산 확보내역에 유일하게 익산시만 국가와 타 기관사업을 분류해 공개했다. 국가사업과 타 기관사업, 지방 자체사업만 구분해 발표해도 이런 혼란을 예방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