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은 나지막한 도시이다. 215㎞ 해안선을 따라 대체로 평지가 가득하다. 중심가에 들어서면 대도동·송도동·해도동처럼 이름에 '섬 도(島)'가 들어간 동네가 많다. 모두 옛 포항종합제철이 들어서면서 간척사업을 통해 육지로 변한 곳이다. 바다를 메운 마을이니 치솟은 오르막은 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포항의 최신 여행 트렌드는 '하늘길'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육지와 바다 구분 없이 하늘로 높이 걸어 오르는 여행을 포항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경북 유일의 도심형 해수욕장이다. 부산 광안리처럼 너른 백사장과 휘황찬란한 도심 불빛이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교차한다. 그만큼 해양스포츠를 즐기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맛집을 찾는 등 역동적인 재미가 가득해 사시사철 젊음의 열기가 뜨겁다.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왼편을 바라보면 동산 위 우뚝 솟은 롤러코스터를 발견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차가운 철제 조형물이다. 왠지 어촌마을에서 철강도시로 변모한 포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2021년 지어진 '스페이스워크'(SPACE WALK)는 포항 환호공원(포항시 북구 환호동 산 56-1번지) 안에 지어진 국내 최대 체험
포항의 겨울은 과메기다. 또 과메기냐고 타박을 줘도 어쩔 수 없다. 포항 어디를 가더라도 해안가마다 장대 가득 널려있는 과메기가 겨울바다처럼 반짝인다. 양껏 기름을 머금은 비릿한 향기는 해가 지기 전부터 술을 부르는 복병이다. 옛날 포항지역민들 만의 애장품이었던 과메기는 이제 백화점이며 대형마트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충 20여년 전부터 오히려 타지역 사람들이 겨울철이면 먼저 과메기의 안부(?)를 묻는 듯하다. 그래서 포항 사는 사람들은 요맘때쯤이면 오랜만에 연락 끊긴 친구들의 전화를 받게 된다. 덕분에 전국 각지 선물을 보내려 한동안 돈과 시간이 솔찬히 깨지게 되니 참 고맙고도 얄미운 과메기이다. ■ 청어에서 꽁치로… 과메기 변천사 과메기란 이름은 '관목(貫目)'에서 나왔다. 눈을 꾀어 걸어 말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포항 구룡포지방 사투리로 '목'을 '메기'로 불렀고, 세월이 지나다 지금의 이름으로 굳혀졌다. 수온이 더 차가웠던 옛날 경북 동해안에는 청어가 많이 잡혔다. 이 청어의 눈을 꾀어 냉훈법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건조시킨 것이 과메기의 시초이다. 냉훈법은 식품을 낮은 온도에서 연기에 그을려 저장하는 방법이다. 그
환동해 시대 중심도시 경북 포항을 대표할 '제1회 환동해컵 국제요트대회'가 18일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영일대해수욕장 해상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10여 개국 200여 명의 선수단과 서포터즈가 참여해 너른 바다 속에서 경북 동해안의 풍취를 마음껏 즐기는 글로벌 축제의 장이 됐다. 지난 16일 시작한 이번 대회는 경상북도·포항시·매일신문이 주최하고 대회조직위원회와 매일신문이 공동 주관했다. 경북도의회·포항시의회·해양경찰청·대한요트협회·포항시체육회·경북요트협회가 후원했다. 요트 종류별로 J70·J24·LDC2000(일반·선수부) 등 총 4개 종목이 열려 비교적 가까운 근해에서 펼치는 무동력 인쇼어 레이스(Inshore race)로 치러졌다. 가까운 해안에 부표를 띄워 두고 이를 반환점 삼아 레이스를 펼쳐 순위를 매기는 경기 방식이다. 코스는 영일만 해상누각 인근에서 출발해 영일만해수욕장 앞바다를 크게 돌아 다시 입항하는 식이다. 코스별로 입상자를 살펴보면 먼저 LDC2000 일반부는 'Yomisae'(김강현·이현중) 팀이 우승을, '구김스'(김창희·구송은) 팀이 2위, '바람과함께'(전경원·하충연) 팀이 3위를 차지했다. LDC2000
경북 포항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 지역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선 국가의 재난보고 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구시대적인 피해 조사 방식이란 볼맨소리가 나온다. 현재 시행중인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은 피해 신청부터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최소 10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야하고 직원들이 일일히 조사해 최종보고까지 시일도 너무 많이 걸려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피해주민이 지역별 읍면동에 피해지원을 신청하면, 각 읍면동 직원이 현장 피해 조사를 나서게 된다. 이후 해당 직원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피해 정도를 측량한 뒤 사무실에 복귀해 별도 양식에 이를 첨부하는 문서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문서는 다시 읍면동 재난담당자에게 넘겨져 검토 후 재난관리업무포털(NDMS)에 입력되고, 입력 내용은 본청 또는 구청에서 각 담당부서의 재검토가 이뤄진다. 주택파손은 건축담당부서가, 농지는 농업담당부서가 재검토하는 방식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본청 및 구청 담당부서의 피해 확정 결재가 떨어지면, 그제야 지자체의 피해 현황 집계에 포함된다. 이 집계를 토대로 지자체는 행정안전부에 재난지원금 및 의연금 지출을 신청할 수 있
경북 포항시가 내년부터 '신규 자원순환 종합타운'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2025년까지 입지를 선정하고, 현 매립장의 한계용량에 도달하는 2035년부터는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 매립장조차 주변 주민들의 항의집회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상 예정지의 주민 동의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포항시에서 발생하는 가연성폐기물(종량제봉투)은 남구 호동의 생활폐기물에너지화(SRF) 시설에서 소각해 전력을 생산하고, 타고 남은 소각재와 불연성폐기물은 호동2매립장에 매립하고 있다. 포항지역의 일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89톤(t)이며, 이중 241t은 생활폐기물에너지화 시설에서 소각하고 146t의 불연성폐기물(소각재 포함)은 매립한다. 1995년부터 운영하던 호동2매립장은 현재 93% 이상의 매립량을 보이며 신규 설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포항시는 지난해 5월쯤 소각시설(600t/일), 매립시설(130만㎡), 재활용선별시설(135t/일), 음식물자원화시설(240t/일) 등을 집적화시켜 대규모 종합시설을 구축하는 기본구성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추진해 시민참여 공론화 활동을 전개하고 내년부터는
보드 위에 누운 사람들이 가만히 물에 떠서 앞을 바라본다. 저 멀리서 바톤을 터치하듯다가오는 파도를 기다리는 중이다. 적당한 높이의 파도가 오자 사람들이 일제히 보드 위에 올라선다. 잠시 위태위태하지만 이내 중심을 잡는다. 꽤 능숙한 사람들은 이리저리 보드 머리를 돌리며 방향을 틀며 물 위를 노닌다. 허리께까지 다가오는 파도가 들이치자 와르르 사람들이 물 속에 빠졌다. 머리 끝까지 바닷물을 뒤집어 쓰고 켁켁 거리며 물을 뱉어내는 소리가 들리지만 얼굴마다 즐거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어릴 적 해외드라마에서나 보던 서핑의 모습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해변에 사시사철 펼쳐지고 있다. 용한리 해변은 강원 양양, 부산 송정과 함께 전국 3대 서핑 성지로 이름이 높다. 호주와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적절한 파도가 비교적 평온한 수온, 알맞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서퍼들을 유혹한다. 가장 추운 날에도 영상 5도 이상의 수온을 유지하기에 겨울철이면 더욱 서퍼들이 모여들고는 한다. 이처럼 유명세가 높아지자 포항시는 지난해 사업비 20억원을 들여 용한리 해변에 서퍼비치를 조성했다. 센터 건물 1층은 개방형 필로티 구조로 화장실, 장비 보관창고, 탈의·샤워실을 갖췄고 2층은
포항의 바다가 즐거운 몸살을 앓고 있다. 요즘 포항지역의 앞바다 곳곳에서는 서핑객과 요트의 뱃머리, 제트스키 꼬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연신 바다를 할퀴어 댄다. 바다 위 하늘도 시끄럽긴 매한가지. 카이트보딩을 위해 펼쳐진 낙하산 모양의 캐노피가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이다. 아찔한 스릴에 터져나오는 웃음섞인 비명은 덤이다. 단순히 해수욕을 즐기던 과거 피서 유행에서 벗어나 포항은 어느덧 서핑 등 해양레포츠(레저와 스포츠의 합성어)의 성지로 톡톡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포항 해양레포츠 인기 지난달 16~17일 포항에서 열린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는 색다른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주 종목에는 없는, 다채로운 해양레포츠가 체전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당시 포항시는 해양문화관광도시로서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체전 연계 행사로 윈드서핑, 카이트보딩, 수상오토바이, 서핑 등 해양스포츠 종목 대회를 개최했다. 전국 3대 서핑 성지로 알려진 북구 흥해읍 용한리 서퍼비치에서는 전국의 서핑 마니아들이 바람과 파도를 타며 승부를 펼치는 '서핑페스티벌'이 열렸고, 도심 속 피서지 영일대해수욕장에서는 눈부신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를 가르는 바다의 F-
포항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았던 해상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5년이 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지진 발생부터 문화재 발굴, 사업비 증가 등 다양한 악재들이 겹치며 당초 사업을 약속했던 시공사들이 줄줄이 철수하고 나선 탓이다. 포항시는 2017년 6월 북구 환호공원에서 영일대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 총 길이 1.8㎞의 해상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발표했다. 100% 민간자본 투자 사업으로 당시 대한엔지니어링㈜이 참여해 특수목적 법인인 포항해상케이블카㈜를 설립하고 금호건설 등이 시공을 맡기로 했다. 당초 계획은 2018년 4월 착공에 들어가 1년 후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발생하며 첫 번째 암초에 부딪혔다. 이후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2020년 초 워크아웃으로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곧바로 GS건설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본궤도에 오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GS건설 측이 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금융기관 대출 600억원에 대한 사업보증을 포항시에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포항시는 지속적인 투자자 공모를 통해 대림건설·LT㈜ 등을 새롭게 선정하고 사업 계획 3년여 만인 2020년 12월 기공식까지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청하 이가리 닻 전망대 도심지의 붐비는 해안에 질렸다면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의 닻 전망대를 찾아보면 좋다. 바로 뒷산을 가득 메운 해송숲 너머 아름다운 이가리 해변은 자연만이 가진 시원스런 정취를 선사한다. 포항 도심지에서 북쪽으로 제법 거리가 있지만 워낙 도로의 풍경이 좋아 운전이 싫지 않다. 환호공원에서 출발하면 조수석 오른쪽으로 동해바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전망대는 선박을 고정하는 닻의 모양을 본 따 만들어졌다. 높이 10m·길이 102m의 제법 규모도 있다. 전망대라고 해서 높이 솟아있지 않고 그냥 바닷가를 향해 똑바로 뻗은 형태다. 전망대 입구에는 갈매기가 그려진 조형물이 있어 포토뷰로 인기가 높다. 전망대에 서면 바닷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거북바위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청하면은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런온'과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 마을이다. 인근 읍내로 들어서면 지금도 드라마 촬영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반대인 남쪽으로 내려오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 신라시대 때부터 내려온 전설을 품고 있다. 호미곶으로 가는 옛길의 초입이다. 한반도 호랑이 꼬리의 약간 아랫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바다는 참 신비롭다. 포스코 등 철강공단의 삐죽한 굴뚝들도 해안선에 묻히면 특색있는 풍경으로 변모하고 만다. 한반도 호랑이의 꼬리에 위치한 포항은 특유의 모양 탓에 너른 해안선이 일품이다. 총 길이 204㎞, 경북지역 해안선의 약 절반에 달하는 천혜의 해안 절경이 포항의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북으로는 화진·월포·칠포, 남으로는 구룡포‧도구 등 많은 해수욕장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진 '사진 맛집'들이 알알이 보석처럼 포항 해안가를 수놓는다. 그 중에서도 영일대해수욕장은 부산의 광안리와 함께 도심형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포스코의 휘황찬란한 불빛들과 함께 왠지 모를 젊음의 열기마저 느끼게 한다. 이곳에 지난해부터 설치된 스페이스워크와 스카이워크 등 색다른 도보형 체험시설은 이런 포항의 정체성을 무척 잘 보여준다. 차가운 철탑으로 하늘 높이 쏟아난 트랙은 탁 트인 포항 바닷가를 배경으로 기이한 위용을 자랑한다. 수십m 높이의 무서운 하늘길을 내려오면 이번에는 바다 위로 뻗은 투명다리가 또 한 번 다리를 후들거리게 한다. 차가우면서 동시에 따뜻한, 무서우면서 또 신비로운 이 시설들은 철강산업도시이면서 해양자연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