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전화를 안 받노. 뭔 일 있는 줄 알았다.” 심장이 안 좋다던 심진수(71) 할아버지가 태연하게 4층 거실에 들어서자 유두남(79) 할머니의 타박이 먼저 나섰다. 어깨를 다친 박경자(80) 할머니에게 주려고 물을 전자레인지에 덥히던 중이었다. “그래서 병원에선 뭐래요?” 박가을(가명·80) 할머니도 자리를 잡고 앉아 심 할아버지의 안부를 챙긴다. 여기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커뮤니티하우스 ‘도란도란하우스’에 살고 있는 노인 넷이 있다. 유두남, 박가을, 박경자, 심진수 씨. 평균 나이만 78세다. 접점 하나 없이 살던 넷이 모여 식구가 됐다. 박경자 할머니는 말했다. “밥 같이 먹고 잠 같이 자면 가족이지. 죽을 때 다 돼서 만난 마지막 가족.” 도란도란하우스는 부산 최초의 노인 공공 공유주택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선정되면서 2021년 만들어졌다. 4층짜리 건물의 3, 4층에는 각각 6개의 방이 있다.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고, 65세 이상 부산진구민이면 조건 없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조건 없이 누구나.’ 대한민국 노인돌봄제도에서 도란도란하우스가 내건 조건은 낯설다. 현재 노인돌봄제도는 크게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올해 7월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부산일보 7월 6일 자 10면 등 보도)를 계기로 부산시교육청이 부산 전체 초·중·고교의 통학로 위험 요소를 표시하는 ‘통학 안전지도’를 만든다. 전체 학교의 통학로 안전성을 총괄적으로 파악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교육청은 부산지역 초·중·고교 630곳의 통학 안전지도를 내년 중 학교별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통학 안전지도에는 개별 학교의 경사로와 주변 환경 등 통학 위험 요인과 맞춤형 대책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교육청은 부산지역 각 학교의 각기 다른 통학로 위험 요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간 통학로 안전관리는 여러 기관과 부서에 업무가 분산돼 있어 학교의 개별 위험 요소 파악과 맞춤형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시교육청은 각 학교 통학로 위험 요소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안전지도 제작에 나서게 됐다. 한 기관이 총괄적으로 부산 전역의 통학 안전 전반에 대한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첫 시도다. 시교육청은 통학 안전지도 제작과 아울러 부산시, 부산경찰청과 함께 통학 안전 협의체도 꾸릴 계획이다. 통학 안전
10년 경력 노인생활지원사 양순자(54) 씨는 지난 9년간 모시던 노인 15명과 한순간에 인연이 끊겼다. 10여 년간 일했지만 매년 1년짜리 계약직이었던 탓이다. 올해 양 씨는 자신이 고용돼 있던 사회복지관과 재계약하기 위해 시험에 응했지만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10여 년간 삼시 세끼와 잠자리를 양 씨의 손에 맡겨 왔던 노인들도 한순간에 마음 둘 곳이 사라져 버렸다. 양 씨는 “어르신들 마음을 얻기까지만 1년이 넘게 걸렸고 목욕탕에서 쓰러진 한 어르신의 마지막을 배웅한 것도 나였다”며 “최저임금 수준인 월급을 감수하고 10여 년을 일했는데, 1년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한순간에 잘렸다. 이런 환경에서 복지종사자가 어떻게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부산 지역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절반가량이 평균 1년 6개월 경력의 비정규직 신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 대부분이 아무리 오래 일해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탓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부산에 사회복지 서비스 수요 확대가 기정사실화돼 있지만 정작 사회복지를 책임지는 종사자 복지는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열악한 고용 환경과 불안정한 일자리 형태가 변화하지 않는
부산시교육청이 부산시, 부산경찰청과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을 위한 첫 합동 점검에 나섰다. 세 기관은 어린이집 통학버스 하차 지점을 점검 항목으로 신설해 현장을 살핀다. 이번 합동 점검은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차량 승강구가 인도가 아닌 차도 쪽에서 열리면서 발생한 사고(부산일보 7월 29일 자 3면 등 보도)를 비롯해 지난달 부산에서만 두 차례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이루어진 특단의 조치다. 18일 오전 9시 30분께 부산 강서구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가 도착할 즈음 유치원 교사들의 손이 빨라지며 아이들의 ‘안전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50여m 앞에서 노란색 통학버스가 보이자 교사 2명이 유치원 출입문 앞으로 나왔다. 아이가 통학버스에서 내리면 양쪽에서 손을 붙잡고 직접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서다. 도로 한가운데를 달리던 통학버스는 승강구를 유치원 출입문과 근접한 위치에 두고 정차했다. 통학버스와 유치원 출입문 사이 거리는 약 네 뼘. 성인과 아이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큼 비좁았다. 버스 안에 있던 인솔 교사는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던 교사 2명에게 아이의 양손을 각각 건넸다. 아이들은 교사들의 손을 잡고 대문으로 들어섰다. 아이가 버스 승강구에서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의 먹통사태(부산일보 4월 4일 자 2면 보도)와 관련해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동백전 대행사와 부산시의 소홀한 관리로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와 부산참여연대는 7일 오전 11시께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관성 없는 동백전 정책으로 시민 불편을 초래한 동백전 먹통 사태에 대해 부산시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참여연대 7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부산銀·시에 ‘관리 소홀’ 지적 부산시장 사과·재발 방지 촉구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요구도 앞서 지난 1일 동백전의 대행사가 코나아이에서 부산은행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동백전 서비스가 사흘간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동백전 연계 플랫폼 서비스 가입자인 자영업자와 택시기사들은 매출 피해를 입고, 시민들은 반복적인 결제 오류 등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다. 극심한 혼란 끝에 동백전 서비스는 지난 4일 재개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1일 동백전 새 운영대행사의 서비스가 시작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중지됐다”며 “이미 3월부터 이전 운영대행사로부터 자료를 이관받아 준비해 온 결과가 서비스 중지
부산 서면~충무 구간 7.9km 길이의 중앙버스전용차로(BRT)가 오는 20일 개통된다. 이 구간이 연결되면 부산 남북을 잇는 BRT 축이 완성된다. 길이 7.9㎞… 현재 공정 95% 도로 포장·도색 등 마무리 작업 부산시는 “서면~충무 구간 BRT를 오는 20일 개통할 예정이다”고 1일 밝혔다. 이 구간 공사 공정은 1일 현재 95% 수준이다. 시는 3월에 공사를 시작해 지금은 정류장 설치 작업을 마쳤으며, 도로 포장과 도색 등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로 도로변의 기존 버스정류장 51곳이 폐쇄되고, 36곳이 새롭게 단장됐다. 시는 부산지역 주요 도심 내 동서남북을 잇는 BRT 교통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로 공사를 진행해 왔다. 앞서 2019년 동래~해운대(10.4㎞), 동래~서면(6.6km) 구간 BRT가 개통됐다. 서면~충무 구간이 개통되면 모두 24.9km 구간 BRT가 완성된다. 이달 말 공사가 시작되는 서면~주례(5.4km) 구간 BRT는 내년 12월 개통 예정이다. 시는 서면~충무 BRT 교통망이 완성되면 시내버스 정시성 확보와 통행속도 개선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용 주행로와 정류장 등 대중교통을 위한 체계가
‘위드 코로나’ 기조에 맞춰 원도심 골목 행사가 속속 열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민이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소규모 단위의 즐길거리가 늘어날지 주목된다. 부산 산복도로에 자리잡은 도서관에서는 처음으로 ‘별자리 쇼’가 열린다. 야외 옥상 전망대에서 전망대 체험, 만들기 행사, 공연 등이 열리는 ‘위드 코로나’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정동 어린이영어도서관 27~28일 ‘옥상 전망대 축제’ 위드 코로나 맞춰 행사 재개 8일 동구청은 이달 27일부터 28일까지 동구 수정동 어린이영어도서관에서 ‘옥상 전망대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기조에 맞춰 지역 어린이와 도서관 방문자를 위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연다는 취지다. 행사는 옥상 전망대 별자리 체험 여행, 버블 매직쇼 공연, 만들기 체험 등 아이들은 물론 부모도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려진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아동 놀이 프로그램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기지개 켤 전망이다. 동구 어린이영어도서관은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리려는 취지로 지난 2019년 개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도서관은 한시적 운영을 하거나 대부분의 행사가 비대
부산의 대표 원도심인 중구의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 일대 건축물 높이 제한이 11년 만에 풀릴까. 중구청이 건축물 최고높이를 높이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면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시가 지난달 용두산공원 복합 콤팩트 타운 조성에 대한 비전을 내놓은 것도 좋은 계기다. 19일 부산 중구청은 “최근 구청이 진행 중인 ‘건축물 최고높이 변경’ 용역에 부산시가 복합 콤팩트타운 조성 계획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용두산공원 복합 콤팩트 타운 조성을 추진(부산일보 9월 27일 자 2면 보도) 중인 부산시가 중구청 건축물 최고높이 변경 계획에 사실상 뜻을 같이한 것이다. 건축물 고도제한 완화 용역 진행 내년 4월께 부산시에 심의 요청 시, 용두산공원 콤팩트 타운 추진 원도심 최고 높이 변경 ‘청신호’ 국제시장 현대화 등 탄력 기대 중구청은 올 8월부터 최고높이 변경 관련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다. 내년 4월까지 진행되며, 예산 4500만 원이 투입된다. 중구청은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부산시에 전달해 최고높이 변경을 요청할 방침이다. 부산시 심의를 거쳐 변경된 최고높이가 최종 고시된다. 건축물 높이 상향은 중구의 숙원이다. 2
부산 롯데타워의 ‘희망고문’은 과연 끝날 수 있을까. 20년째 지지부진한 부산 롯데타워 건립을 놓고 롯데그룹이 이달 말까지 건립 로드맵을 담은 실행계획서를 부산시에 제출하기로 했다. 2019년 롯데그룹이 새로운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래 2년 만이다. 구체적인 착공과 완공 일정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까지 제출 부산시 요구에 그룹 차원 착공·완공일 명기키로 롯데, 상업시설만 매년 임시승인 타워 건립은 20년째 차일피일 부산시 ‘모호한 입장 탓’ 지적도 미이행 땐 ‘강력 행정조치’ 목소리 ■20년째 불투명한 롯데타워 부산시는 롯데그룹에 이번 달 중 롯데타워 추진 일정을 명시한 실행계획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산시 김필한 건축정책과장은 “임의 제출에 그쳤던 개발계획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표이사 명의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약속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행계획서에는 착공과 완공 일정 등 공사 추진 일정이 기재될 예정이다. 롯데타워에 대한 건립 계획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그룹은 1995년 중구 중앙동의 옛 부산시청사 부지와 수면매립지에 ‘롯데타운’ 건설 계획을 세웠다. 107층 높이의 마천루 롯데타워와 백화점, 마트
30일 오후 1시께 부산 동구 초량전통시장의 한 점포. 31일 계획된 ‘초량어묵’ 라이브 커머스 방송 준비로 분주했다. 그동안 ‘초량어묵’은 매대 위에 늘어놓은 해물·치즈·야채어묵을 손님이 고르면 한 묶음 5000원으로 판매해 왔다. 이번 라이브 커머스에서 ‘초량어묵’은 ‘모둠 어묵’ 세트를 선보인다. 일일이 매대 위 어묵을 고를 수 없는 온라인 시청자들을 위해 선호도 높은 어묵을 세트로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초량시장 등 부산 시내 7곳 어묵·청국장 등 33종 대표 상품 ‘라이브 커머스’ 방송 통해 판매 추석 앞두고 새 판로 개척 기대 매년 추석만 되면 초량전통시장 등에 들르던 A 씨. 그는 이제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먹을거리를 장만한다. 휴대폰을 켜고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본 뒤 주문하면 ‘황토방무염 청국장 세트’ ‘초량 어묵’ 등 전통시장에서만 찾을 수 있었던 제품들이 집으로 배송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석 장보기 풍경이 달라질 듯싶다. 수십 년간 동네시장에 머물렀던 전통시장이 온라인 진출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에 손님들을 뺏기고 코로나19까지 겹쳐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이 새로운 판로 개척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