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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

칠성로 쇼핑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나붙여...'불황의 늪'
고금리, 고물가, 소비 부진 여파로 매출 감소.영업 위축
경제 허리인 소상공인들 폐업.휴업...대출받고 빚 갚기도

 

② [제주 민생경제를 살리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

지난 7일 제주의 대표 상권인 칠성로 쇼핑거리. 의류·신발·액세서리 점포가 들어선 이곳에는 임대 문구가 나붙었다.

아케이드 상가의 경우 점포 2~3곳을 지날 때마다 ‘임대 문의’가 붙여져 있었다. 일부 가게는 ‘권리금 없음’을 알렸고, ‘점포 정리’라고 붙여진 텅 빈 매장에는 의류 박스가 쌓여 있었다.

한 때 공시지가가 가장 높았던 금강제화에서 탑동 방면으로 이어진 칠성로 차 없는 거리(관덕로 11길)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거리 4층 건물에는 ‘통임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제주의 쇼핑 1번지로 불렸던 칠성로 차 없는 거리에 빈 점포가 나오면서 불황의 늪은 깊었다.

이곳 상인들은 경기 침체에 고금리, 고물가, 소비 부진 여파로 코로나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한 상인은 “패션 의류에서 스포츠·아동 의류까지 온라인에서 최저가 경쟁을 하고, 중저가 브랜드의 대형 의류 유통매장이 들어서면서 장사가 어렵다”며 “반면,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은 매년 오르고 있다”고 울상이다.

제주 경제의 허리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도내 외식업체 5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외식업체 폐업률은 지난해 20.9%로 2020년 폐업률 10.8%보다 2배가량 뛰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 더 많은 식당·카페가 장사를 접었다.

식당과 커피숍 등에서 창업비용을 회수하려면 3년 이상 운영을 해야 하지만, 이를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신생기업 생존율’ 통계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제주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3%, 2년 생존율은 52.9%, 3년 생존율은 44.5%다. 3년 생존율은 17개 시·도 가운데 울산(42.8%)에 이어 가장 낮다.

실태조사에 응한 제주지역 개인사업자·법인 7만1571곳 가운데 56.7%만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응답해 전국 평균(64.3%)보다 7.6%포인트 낮았다.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짜졌다. 제주도가 1~4월 제주 방문 관광객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제주에서 신용카드(신한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1조862억원으로 지난해 1조480억원보다 3.6% 늘었다.

내국인은 8978억원을 지출해 전년(9440억원)보다 감소했고, 외국인은 1883억원으로 전년(약 1040억원)보다 80.9% 증가했다.

그런데 외국인 1인당 신용카드 지출액은 34만8000원으로, 지난해 103만8000원의 34%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여행객이 감소하고 외국인 여행객들의 지갑은 얇아지면서 1분기까지 제주도 소매판매액지수는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각종 경제지표도 빨간불이 켜졌다. 제주지역 1분기 생산, 소비, 인구가 모두 줄었다.

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1분기 제주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비스업 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광공업(4.7%)과 서비스업(3%) 생산은 동시 감소했다.

소비는 1.8% 줄었고 관광업 성장세가 둔화하는 와중에 건설수주는 43% 급감하며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4월 말 기준 제주지역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39조2674억원으로, 4월 한 달 동안 2053억원 증가했다.

차입주체 별로 보면 기업대출 잔액은 20조3126억원으로 지난 4월에만 1596억원이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3월보다 149억원이 줄었지만, 15조5925억원에 이르렀다.

제주지역 가계대출 연체율은 1%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도내 기업대출 연체율은 0.8%로 전국 평균 0.54%를 상회했다.

도내 자영업자 중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평균 대출액은 4억2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출로 빚 돌려막기를 해왔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신용보증재단의 보증사고액은 520억원, 대위변제액은 301억원으로 각각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보증사고는 소상공인들이 재단의 보증을 받아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렸지만 기한 내 돈을 갚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단이 대신 빚을 갚아준 대위변제는 301억원에 달했다.

<제주특별자치도·제주일보 공동 기획>

 

 

 ■ 박인철 제주도소상공인연합회장 인터뷰

"코로나 대출금 모두 갚아야 '폐업' 가능...규정 개선해야"

“높은 물가와 금리로 소상공인들은 최근 상황이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합니다.”

박인철 제주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상가 공실률과 외식업체 휴업·폐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수경제가 살고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여행과 소비 패턴의 변화를 얘기했다. “제주 여행과 쇼핑은 인터넷 중심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상인들도 ‘알리페이’ 등 모바일 해외 간편결제는 물론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장사를 하는 기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들은 SNS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제주 여행일정을 짜고, 배달앱도 이용한다”며 “제주도나 관광공사는 앱을 기반으로 한 통합 관광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상공인들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 대해 박 회장은 “코로나 사태 당시 많은 이들이 정책자금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폐업을 하려면 대출금을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 많은 상인들이 재기를 위한 폐업도 못하고 개점 휴업상태로 그냥 버티고만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장사를 접고 일거리를 찾고 있는 도내 소상공인은 2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이 재창업을 하기 전까지 생계를 꾸리고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 현장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말했다.

박 회장은 퇴직자들이 사전준비나 지식도 없이 식당·카페·치킨집을 창업하는 것을 경계했다.

박 회장은 “경제통상진흥원에서 2~3개월 동안 단체로 창업교육을 했으면 한다. 요즘에는 키오스크나 인터넷을 못하면 장사를 하기 어렵다”며 “나이가 든 상인일수록 디지털 교육을 받아야 하고, 창업 전 세무와 서비스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제주도정은 빈 점포가 없는 전통시장 상인을 위한 지원 정책에 힘을 쏟지만, 도로변과 골목에 있는 로드 숍(road shop)에 대한 지원 대책은 부족하다”며 “영업환경과 매출액, 고객이 서로 다른 전통시장과 로드 숍은 엄연히 분리해 상권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9월에 제주 전통 술과 떡, 음식 등을 판매하는 박람회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조과정부터 유통·판매를 홍보해주기로 했다”며 “향후 인터넷 포털 매체를 활용해 소상공인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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