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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지역 소멸의 그늘 ‘빈집’ (하) 정확한 현황부터 파악해

‘빈집’ 통계 제각각… ‘속 빈’ 실태조사

집은 지역의 최소 단위다. 집이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 지역이 된다. 생겨남보다 사라짐이 많은 시대. 인구감소는 지역소멸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빈집들. 빈집을 어떻게 관리하고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은 결국 지역소멸 대응의 시작이다. 빈집 관리 정책은 현황 파악에서부터 출발한다. 빈집이 지역 어디에 언제부터, 얼마만큼, 왜 생겼는지 알아야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어서다. 경남도내 18개 시·군 중 매년 빈집 현황을 조사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현행법상 빈집 실태조사는 5년에 한 번만 의무적으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장, 군수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수시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 강제 조항은 2021년에서야 ‘5년마다 빈집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추가됐다.

 

 

일관성 없는 통계

 

진주 2021년·거창 2023년 자료 활용
지자체별 조사 주기, 2년 넘게 차이
실제 빈집 수, 통계 수치보다 높을 듯

 

조사시점 차이 최소화해야

 

기존 조사결과 ‘통계시점’ 보정하고
완료 시기 조율해 통계 균질화해야
연속자료 쌓이면 정책 수립도 가능

 

◇각기 다른 빈집 조사 주기… 왜곡 현상 빈번= 지자체별 조사 주기의 일관성이 없다 보니 현재 빈집 통계는 왜곡 현상이 빈번히 일어난다.

 

경남도가 집계한 2023년 말 기준 도내 빈집 현황 또한 그렇다. 취재 결과, 지자체별 조사 시기는 많게는 2년 넘게 차이가 났다.

 

진주시는 2년 전인 2021년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당시 확인된 빈집 1074호를 전체값으로 해 2년여간 철거·재입주한 수를 제외한 현황(941호)을 2024년 1월 경남도에 제출했다.

 

반면 거창군은 2023년 11월께 자체조사로 확인된 빈집 통계(526호)를 2024년 1월 도에 제출했다.

 

 

만약 거창군이 진주시와 같은 기준으로 현황을 냈다면 빈집 수는 절반가량 줄어든다. 거창군의 2021년 실태조사 당시 확인된 빈집은 256호였다.

 

그렇게 경남도가 집계한 2023년 말 도내 빈집은 총 1만1565호. 이는 2021~2022년 지자체 실태조사 결과를 집계한 ‘소규모 빈집 정보 알림e’의 경남도 현황(1만613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통계를 자세히 비교하면 모순점이 보인다. 창원, 진주, 김해, 밀양, 거제, 양산, 의령, 함안, 남해 등 9개 시·군은 빈집이 소폭 줄었다.

 

반대로 거창군(256→526호)을 포함해 하동(180→560호), 통영(516→809호), 합천(538→864호) 등은 급격하게 빈집 수가 늘었다. 통계상 빈집이 급증한 지자체들은 단지 최근 진행한 자체 실태조사 결과를 경남도에 제출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실제 도내 빈집 수는 통계상 수치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실태조사 완료시기 조율로 통계 균질화 필요= 전문가는 조사 시점의 차이로 인한 시의성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규오 국토교통부 도심주택공급협력과 사무관은 국가건축위원회 2022년 4월호 뉴스레터에서 ‘빈집실태조사의 방법 개선’이란 글을 통해 “빈집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선 조사 시점의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기존의 조사 결과는 통계 시점을 보정하고 향후 2차 조사 등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태조사 완료 시기를 조율해 통계를 균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도시와 농어촌별로 달랐던 빈집의 정의와 등급을 통일하고 실태조사 용역기관을 단일화했다.

 

도내 다수 지자체도 올해 실태조사 용역에 착수했거나 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전기, 수도 공과금 납부 기록이 없는 집을 빈집으로 추정하는데, 2년여 전인 2021~2022년 실태조사를 했던 지자체들은 일차 추정치가 현재 수치보다 1.5배가량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실태조사를 토대로 전국 단위의 빈집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각기 조사 시기가 다르고 오래돼 활용이 어렵다. 향후 대대적이고 연속적인 실태조사 자료가 쌓인다면 통계 시점이 보정된 값을 산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고 나서야 객관적인 통계에 근거한 지역별 정책 수립도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실무자들 중에선 지자체가 수립한 도시계획의 방향성에 맞춰 빈집을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지자체 빈집 담당자는 “지역소멸의 관점에서 보면 한정된 예산을 곳곳에 퍼져 있는 빈집을 줄이는 데에만 써서는 안 된다”며 “도시계획에 맞춰 빈집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지원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