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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팔도명물] 무역상이 탐내던 명약…고려인삼의 맥을 잇다

경기 포천 인삼
6·25 당시 개성 청년들이 종자 가지고 남하…주산지로 우뚝
일반 인삼보다 육중하고 향 짙어…시장서 최고 시세에 거래

 

인삼은 단순히 좋은 식품을 넘어 약으로 대접받는다. 지금껏 과학적으로 입증된 약효만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인삼을 가리켜 명약이라 불렀다.

우리 인삼의 가치는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다.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고려 시대 인삼은 수많은 무역상이 탐낸 수출품이었고 ‘고려인삼’이란 말은 이런 연유에서 탄생했다. 조선시대엔 개성지방이 인삼의 주 생산지로 자리 잡으며 청나라를 오가는 상인들 사이에서 ‘개성인삼’이란 말이 돌았다.

그 명성은 오늘날 포천에 뿌리내려 번창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초토화되는 모습을 지켜본 개성지방 청년 삼농인들은 가업인 인삼만은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결사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삼 종자를 몰래 땅속에 묻었다가 휴전 후 남한에서 다시 인삼 농사를 시작한다. 그곳이 바로 포천을 비롯해 연천, 파주, 강화 등 접경지 일대다.

포천이 인삼의 배양 터가 될 수 있었던 건 토질과 기후 조건이 개성지방과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서다. 인삼 재배에 가장 적합한 위치라고 알려진 북위 38도선 부근인 점도 천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포천은 대를 이은 삼농인들의 피땀으로 우리 인삼의 주산지로 올라서게 됐고 종가인 개성 못지 않은 명망을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포천이 과거 개성이 그랬듯 우리나라의 인삼을 대표하는 재배지이자 인삼의 본산지로 알려진 데는 그간 지역 인삼 농업인들의 부단한 자기 개발과 혁신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천시는 인삼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지역대표 특산물로 자부하며 농민들과 함께 ‘인삼의 본고장’이란 명성에 걸맞은 품질 혁신과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인삼 하면 포천’ 인삼 농민들의 근거 있는 자부심

포천시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포천지역엔 현재 37개 농가가 인삼을 재배하고 있고 인삼밭의 면적은 38.12㏊에 이른다. 농업인구 감소로 인삼재배 농가도 전성기 같진 않지만, 품질만은 변함없다는 게 인삼 재배농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자랑이다.

소비자들이 흔히 시중에서 보는 인삼은 살이 오른 6년근으로, 포천에서 재배된 인삼은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전국 6년근 수삼시장의 20%를 장악할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떨쳤다. 시장 점유율은 다소 유동적이긴 하나 현재도 그 위력은 대단하다.

전국 인삼시장에서 포천산 인삼은 여전히 최고 시세에 거래될 정도로 대접받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도 일반 인삼보다 육중하고 인삼 특유의 향이 짙은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쪄서 말린 홍삼으로는 단연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 포천시에서 2주간 소규모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된 직거래 장터에서만 3억원어치가 팔려 나가며 동이나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인삼의 사포닌인 ‘진세노사이드’는 면역계 활성화에 약효가 있는데 포천산 인삼은 사포닌 함량이 일반 인삼보다 많고 홍삼엔 더욱 풍부하다. 농민들은 이처럼 좋은 약효가 360여 년 전 개발된 전통 농법을 지켜온 덕분이라고 한다.

시 관계자는 “포천 인삼은 조선 현종 때 처음 선보인 ‘양직묘삼’ 식재를 고수해 인삼의 체형이 우수하고 내용조직이 충실하다”며 “홍삼 수율이 가장 높은 6년근 인삼은 전국에서 포천산 인삼이 최상품에 속한다”고 말했다.

▲‘시장 다변화’ 수출로 눈 돌려

2019년 10월 베트남행 화물선에 인삼 6t이 실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원 정도의 물량이다. 포천산 인삼의 첫 베트남 수출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에서 빠져나와 한류 바람을 타고 새 시장 개척에 나선 후 첫 성과였다. 물론 이전에도 인삼은 중국과 일본, 미주, 유럽, 중동 등에 대한 수출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들 해외시장은 주로 가공제품이 중심이다.

농산물로 해외로 나가는 인삼은 제한적이고 가격이 만만치 않아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수요는 시장성이 낮았다. 동남아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한류 열풍과 경제성장에 따른 구매력 상승이 시작되면서다.

국내 기업 진출과 교민이 많이 사는 베트남은 이듬해 2020년까지 300t이 수출되더니 지난해에는 아예 호찌민시에 포천산 인삼을 전시·판매하는 매장이 차려져 안정적인 유통망까지 확보하게 됐다.

더욱이 베트남의 지리적, 경제적 위치로 볼 때 베트남 시장은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인삼 영농조합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트남에선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인삼이 인기를 끌고 있고 그중에서도 포천산 인삼은 그 약효가 현지에 알려지면서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인삼 재배농들은 베트남 수출을 계기로 품질관리를 강화해 약효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삼의 상품성인 약효 개선을 통해 해외시장에서도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포천시에서도 재배농을 대상으로 품질관리를 통해 사포닌 함량이 높은 고품질 인삼 생산을 조직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지금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아

포천산 인삼은 사실상 국내 인삼시장에서 각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품질이나 유통 면에서 혁신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천산 인삼은 가공제품으로도 인기가 많아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짜 먹는 홍삼액 등 가공제품으로 공급되는 양만 연간 수백t에 달한다.

농민들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개성 인삼의 우수성을 알리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인삼의 손쉬운 활용법을 소개할 기회를 마련하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시대를 맞으며 외식이 줄자 인삼을 활용한 간편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 가정에 파고드는 홍보전략을 쓰기도 했다. 또 디지털 미디어, 유튜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각종 매체를 동원, 포천산 인삼만의 탁월한 약효 알리기에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인삼은 우리 고장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며, 포천의 토양과 날씨는 삼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약효가 월등하다”며 “시는 산하 농업기관과 농업단체 등을 통해 경작지 선정부터 수확까지 치밀한 계획과 관리로 농민들이 우수한 품질의 인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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