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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시립미술관, 요나스 메카스 , 백남준을 만나다

‘날 것 그대로’ 요나스 100주년 특별전
영상 15점·아카이브 자료 100여점
존 레논·앤디 워홀 촬영 영상 전시
백남준 대표작 ‘시스틴 채플’ 공개

 

1969년 오노 요코와 암스테르담으로 신혼 여행을 떠난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은 힐튼호텔 침대 위에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모습은 ‘절친’의 흔들리는 화면 속에 날 것으로 담겼다. 살바도르 달리가 1964년 뉴욕 한복판에서 펼친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도, 더벅머리 앤디 워홀을 위한 유쾌한 시상식 모습도 기록됐다.

‘계획적이거나 짜인 것 없이 즉흥적이고 진짜의 순간들만을 촬영’한 요나스 메카스의 필름에는 진한 우정이 담겼다. 9·11 테러 현장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등 그가 포착한 장면들은 문화·예술을 포함한 세계사(史)의 기억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1922~2019)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요나스 메카스+백남준: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에게’전을 오는 28일까지 개최한다. 2022년은 리투아니아 출신 시인이자 영화 비평가, 실험영화 감독 요나스 메카스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해로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과 문화적 유산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아방가르드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요나스 메카스의 대표 영상 15점과 관련 도서, 포스터, 시 등 아카이브 자료 100여점이 전시된 이번 특별전은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요나스 메카스라는 흥미로운 인물을 만나는 좋은 기회다. 시간을 갖고 영상들을 감상하다보면 즐거움이 두배다.

 

 

요나스 메카스는 일기체 영화의 창시자로 꼽힌다. 실험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필름 다이어리(영화 일기)’는 친구, 우정, 외로움 등 일상 속 삶의 순간을 촬영한 짧은 영상들로, 독자적인 그의 영화 방식이다. 무엇보다 그의 영상 속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과 사건들을 ‘날 것 그대로’ 만나는 재미가 크다.

전시에서는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리투아니아관 출품작으로 베를린 장벽의 파괴, 미국 9·11 테러 현장 등을 담은 ‘파괴 사중주’, 뉴욕 생활에서 만난 친구, 여행 등 일상 생활에 대한 모습을 담은 ‘월든’, ‘여행 서사시’, ‘소호와의 작별 사중주’ 등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그들의 삶과 현실을 포착하고 축하하는 것이 내가 가진 전부”라고 말했던 그가 촬영한 존 레논의 생일 파티, 앤디 워홀의 일상, 남편을 잃은 재클린 케네디와 아이들의 모습 등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당신은 가장 빠르고, 가장 대단하고, 최고의 친구예요.” 요나스 메카스가 백남준에게 보낸 편지에는 애정이 담겨 있다. 이민자 예술가로 뉴욕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오랫동안 깊은 우정을 이어갔고, 전시에서는 그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백남준의 유명한 피아노 파괴 퍼포먼스를 촬영한 이도 요나스 메카스였고, 그의 영상 속에는 젊은 날의 백남준이 자주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이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로 참가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던 ‘시스틴 채플(Sistine Chapel)’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울산시립미술관 전시에서 30년만에 국내 첫 공개된 작품이다. 시스틴 예배당의 천장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이 작품은 40여개의 프로젝터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4채널 비디오 설치영상 패턴이 공간을 가득 채워 빛과 소리의 매혹적 환경을 만들어내며 유명한 플렉서스 예술가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