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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토끼띠 문화예술인]⑤서범구 작가(1963년생)

자연을 담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농부화가’의 삶 꿈 꿔
“남은 미술 인생, 풍경 속 담긴 사람들의 삶 담고 싶어”

 

사람의 삶을 담는 작가이자 삶 안에 사랑을 담는 작가를 만났다. 그는 항시 전투 태세를 갖춘 군인처럼 붓과 종이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갖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에 와 닿는 풍경을 흰 종이 위에 담아내겠다는 것이 서범구 한국화가의 신념이다.

 

서 작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수채화를 배우며 화가의 꿈을 품었다. 이렇다 할 미술 전문가도, 화실도 없는 열악한 홍천에서 그는 혼자 입시 준비를 하며 강원대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신철균 교수를 만나 한국화의 매력을 느끼고, 먹이 가지는 물성과 붓에서 나오는 선묘의 매력에 빠져 한국화를 전공했다.

 

특히 그는 한국화 중에서도 자연의 경치를 그리는 산수화를 좋아해 우리의 삶이 녹아있는 주변 풍경과 경외감마저 느껴지는 자연의 모습에 푹 빠졌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정선의 디딜방아간의 설경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 강원미술대전에서 대상을 거머쥔다. 서 작가는 “영광스러운 상을 받은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날 이후로 조금 더 진지하게 오랫동안 작품을 제작하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989년 미술 교사가 된 그는 태백 황지여상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폐광으로 힘들게 저물어가는 태백의 모습을 보며, 이를 설경과 함께 그려낸 작품을 제작해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중 대작을 태백시청에 판매하게 되며 석탄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영광을 누린다. 홍천으로 직장을 옮긴 후에는 고향일기를 주제로 고향의 주변 풍경을 담는 작업을 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33년의 교직을 끝으로 2022년 명예퇴직한 그는 교사에서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어울리며 작업의 흔적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 이젠 조금 더 진지한 고민 속에서 그동안 그려내지 못한 장면들을 그려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남은 인생을 미술에 바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결심은 아니다. 그는 “현재 강원도는 도립미술관이, 춘천의 경우에는 시립 미술관이 없어 타 지역에 비해 미술에 관한 지원이나 환경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술관 설립과 관련된 움직임이 나오는 등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주변 작가들과 더불어 강원도 미술 발전을 위해 열정을 펼쳐 나가며 강원 미술의 위상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 작가는 춘천 산천리에 있는 화실 소도헌(霄圖軒)에서 춘천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자연의 모습을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농부화가’로서의 삶을 꿈꾼다. 훗날 강원도립미술관이 생기면 그곳에 자신의 작품으로 가득 찬 개인전을 열고 싶은 것이 그의 오랜 소원이다. 이를 이루고자 퇴직 후 본격적으로 한국화가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싶은 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