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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뮤지션이 미술 전시 기획한 사연은 …펑크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미술작가 김서울‧미늉킴‧미소와 협업… 기획전시 ‘내 말 좀 들어봐’ 선봬 ‘눈길’

 

지난 3일 대구 중구 전시공간 '공간독립'에선 '내 말 좀 들어봐'란 이름의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안내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란 안내였다. "익숙한 길을 걷다 알 수 없는 도시로…." QR코드를 스캔하자 경쾌하면서도 다소 우울한 느낌을 주는 'CITY'(시티)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안내대로 김서울 작가의 작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취방 같은 좁은 공간에, 옷을 형상화한 판화 작품이 빽빽이 걸린 설치작업, 노래와 작업이 묘한 어울림을 느끼게 한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 전시는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과 미술작가인 김서울‧미늉킴‧미소 간 협업 프로젝트다. 김서울 작가는 서울과 도쿄라는 대도시 2곳에서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옛 자취방의 기억을 '홀로상자'란 작품에 담았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김서울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대도시 속 홀로 사는 여성의 고독과 두려움 등을 상상하며 'CITY'란 노래를 썼다. 비슷한 상황을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도 이 곡에 함께 담았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는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에서 베이스기타와 보컬을 담당하는 배미나(36) 씨. 뮤지션이 기획한 미술 전시란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우연히 타 장르 여성 창작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들 고군분투하는 것 같아 여성 창작자 간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지역에서 여성 창작자로 살며 느꼈던 공통되거나 다른 각자의 감정을, 음악과 미술작품으로 풀어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2013년 대구에서 결성된 '스케이트 펑크'(Skate punk) 밴드다. 배미나 씨와 또 다른 여성 멤버인 드러머 김명진(34) 씨가 멤버다. 기타리스트도 있었지만 지난 10월 싱가포르 공연을 끝으로 탈퇴해 공석인 상태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일반인에겐 다소 낯설지만, 해외를 무대로 활동하는 '전국구' 밴드다. 2015년 데뷔 EP '우리는,'을 발표한 이후 2018년 1집 'Keep Drinking'을 내고 그해 여름 인도네시아 DIY 투어를 다녀왔다.

 

이후 한국의 일렉트릭 뮤즈와 영국의 댐나블리와의 계약을 통해 2019년 3월 첫 정규앨범 'KEEP DRINKING'을 전 세계에 발매했다. 북미 최대 쇼케이스 페스티벌인 SXSW에 참여하고 2주간 영국 투어 공연을 했다.

 

2020년 2월 유럽투어 이후 코로나19로 모든 해외 일정이 취소되면서 곡 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7월 정규 2집 'Marriage License'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미국 음악 잡지 '스핀'지의 '올해의 펑크 앨범'에 선정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지난 1월 미국 시애틀의 라디오방송국 'KEXP'의 'KEXP 라이브'에 출연하기도 했다. KEXP는 얼터너티브·인디 신의 든든한 조력자로, 미국 지역 방송국이지만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KEXP 라이브는 이 방송국이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에게 선망의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2024년 3월 정규 3집 발매를 목표로 내년부터 앨범작업을 시작한다. 내년 5월엔 영국 투어도 예정돼 있다. 내년 초엔 이번 기획전을 통해 공개한 3곡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싱글로 발매한다. 여성 창작자들과의 협업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 협업이 창작에게 영감을 주고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년엔 문학 등으로 장르를 넓히고 보다 많은 지역 여성 창작자들이 함께 하는 식으로 '협업의 판'을 키우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연대가 더욱 돈독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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