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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이슈&스토리] 120년 이민의 시작 인천, 750만 재외동포 챙긴다

정부, 재외동포청 신설 공식화… 인천시, 유치전 돌입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121명의 한국인이 나가사키행 선박에 올라탔다. 이들은 나가사키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동했는데, 이것이 한국의 최초 해외 이민 사례다.

1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한인 재외동포는 약 75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5천145만 9천626명)의 14%에 해당한다. 그동안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행정 기능은 여러 정부 부처에 분산돼 있어 재외동포들이 불편을 겪었고, 복지 체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는 출입국과 체류, 국적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지역별로 국내에 체류 중인 동포 지원 업무만 담당한다. 재외국민 교육지원 업무는 교육부가, 재외국민의 경제 네트워크 관련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담하고 보건복지부는 해외 입양 한인 관련 업무와 의료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외교부 산하 신설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관련 민원 원스톱 처리·행정서비스 확대
 
유정복 시장, 행안부장관 만나 필요성 설명
배준영·이재명 의원도 적극적 협력 지원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 거주지역 마련
26개국 참여 유럽한인총연합회 지지 선언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120대 공약에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식화했다. 한국에서 이주한 1세대가 고령화하고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등 재외동포의 한인 정체성이 옅어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인구 감소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해결할 방법으로 재외동포의 '역이민'이 떠오른 것이다. 임기 초부터 재외동포 지원 기능을 갖춘 정부 부처 도입에 대한 여러 논의가 진행됐고 지난달 6일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면 재외동포들의 여러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혼선을 막고 행정 서비스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재외동포 관련 세제 혜택과 거주 요건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 해외 한국학교와 한글학교 지원 강화, 복수국적 허용 요건 완화 검토, 해외 입양 동포 지원 확대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역할도 맡는다. 그동안 재외동포재단이 전담하던 재외동포 교류협력·네트워크 활성화, 2·3세대 동포 교육 등의 업무도 맡긴다는 계획이다.

정부 발표 후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대전, 재외동포재단 사무국이 있는 제주도가 유치 의사를 밝혔고, 인천시 역시 유정복 시장과 지역 정치권에서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 시장은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이전인 9월 2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필요성을 전했다. 국민의힘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도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을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신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인천 계양구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달 열린 '세계한인민주대회 2022년 콘퍼런스'에서 "지난 대선 당시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약에 반영했었고, 정부에서도 추진 중인 만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재외동포청 유치에 방점을 찍기 위한 청사진도 그려놓았다. '유럽한인문화타운(가칭)'을 인천에 조성해 한국에서 생활하길 원하는 재외동포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현재 유럽한인문화타운 후보지로는 중구 영종국제도시 운염도 일대와 한상드림아일랜드 북단, 미단시티,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골든하버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한상드림아일랜드는 세계 한상 네트워크와 연계해 재외상공인들의 투자 유치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인천시는 보고 있다.

 

 

지난주 유럽 출장 중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한인 대표들을 만난 유정복 시장과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들에게 한인문화타운 구상안을 설명하며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26개 유럽국가의 한인회로 구성된 유럽한인총연합회가 '재외동포청 인천 지지'를 선언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한인총연합회의 인천 지지 논리는 다음과 같다. 한국 이민 역사의 출발지인 인천을 기념하는 '이민사박물관'이 국내에 유일하게 있는 지역이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 해외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등 15개의 국제기구가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인천에 모여 있어 재외동포 2·3세의 국내 이주에도 유리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유치 활동과 별개로 재외동포청 신설까지 남은 변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다. 여·야 모두 재외동포청 신설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개편안에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여가부 폐지 여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합의하지 않으면 공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1997년 이후 재외동포청 관련 법안이 9차례나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외동포 사회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재외동포 지원과 관련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현안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해외 국적을 취득한 재외동포의 국내 유입을 위해 세제 혜택이나 병역 관련 혜택 등을 제공하게 되면, 국내에서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 외국인의 국내 이민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중간 단계로 같은 민족인 재외동포의 '역이민'을 추진하려다 국민 반감을 사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재외동포청의 기능과 역할, 재외동포의 국내 이주에 대한 필요성 등을 정부가 추진 과정에서 섬세하게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인천시는 내달 미국 하와이에서 미주 한인들을 대상으로도 재외동포청 유치 지지를 요청하고, 이후에도 대륙별로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에게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생존을 위해 고국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하던 이들의 기점이 됐던 인천이, 이제는 모국의 품에 안기기 위해 돌아온 이들의 종착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