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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선감학원 특별기획 PART2·(4·끝)] 상처만 주는 '피해자 반쪽 지원'… 국가는 어디 있나

국가 빠진 경기도 지원의 한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한 얼마 후 진성(62·가명)씨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진성씨와 함께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피해자 경환(가명)씨였다.


경환씨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진성아, 혹시 주소지를 너네 집으로 옮겨놓을 수 있을까?" 전화를 사이에 두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진성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거든요. 원래 경환이는 여기 같이 살다가 광주광역시로 이사를 갔어요. 근데 경기도가 피해자 지원을 한다면서 경기도 거주자만 하겠다고 하니. 이게 올바른가요?"

진성씨와 경환씨 모두 국가가 용인하고 경기도가 운영한 '선감학원' 피해자였다. 60년도 더 지나 겨우 경기도지사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았고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 풀리나 했는데, 경기도민인 진성씨는 지원받을 수 있고, 광주광역시에 사는 경환씨는 받을 수 없다.

"나라에서 사과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권유린을 실행한 경기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맞아요. 김 지사가 눈물 흘리고 사과한 것이 진심어린 모습이었다면 경기도민으로만 국한하지 않을 거예요."

 

 

비단 이들만의 사정이 아니다. 우리가 만난 진성씨 동생 진동(가명)씨, 하수명씨 등 피해자 대부분과 유가족 모두 마찬가지 마음이다. 특히 이들과 관련된 지원과 보상의 문제는 현재의 삶과도 직결된다.

 

김동연 지사 사과·생활지원 약속
예산 등 한계로 도내 거주자 한정
"주소 옮길 수 있나…" 반대 직면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정신적, 신체적, 인지적 힘을 기르는 성장기를 선감학원에서 보냈다. 보통의 아이들이 정규교육을 이수하고 운동장을 뛰어놀며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 이들은 학교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강제노동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그 기억이 영구적 상처로 남아 대인관계 형성 등 사회를 살아 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고립감, 불안감 등 만성적인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종합계획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도에 거주하는 피해자만 의료비와 생활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역시 할 말은 있다. 모두 지원을 하고 싶지만, 예산과 지원 규모에 한계가 있어 경기도가 사업을 총괄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도는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조례를 마련해 2020년부터 작게나마 각종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10명중 6명은 역외…논란 커질듯
인권위·진화위 권고에도 정부 침묵

 

 

하지만 10명 중 6명이 경기도 밖에서 거주하는 현 상황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피해자들의 상처는 더해질 것이다.

이렇게 진실규명과 피해지원이 더딘 이유는 이 모든 과정에 선감학원을 만들고, 경기도를 운영자로 명령한 '국가'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미 2010년부터 선감학원 피해지원 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올라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의장, 행정안전부 장관, 경기도지사에게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고 지난 10월 진화위도 진실규명과 함께 피해자 지원책 마련을 국가의 몫으로 권고했다.

여전히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그날 속에 살고 있다. '혼자 길 위에 있다'는 이유로 아이를 잡아 가둔 국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