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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성실한 기록의 여정’ 추억을 소환하다

 

‘역사와 삶을 담다.’

사진이라는 장르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기록’일 것이다. 앵글에 잡힌 장면 장면은 시간을 붙잡고, 사라져버릴 뻔한 역사를 현재로 불러낸다. 생생히 살아 있는 일상의 모습은 추억을 소환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과 광주시립미술관이 다큐멘터리 사진에 천착해 온 두 명의 사진작가를 초청, 기획전을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의 ‘성실한 기록의 여정’을 따라가본다.

 

12월18일까지 ‘역사가 된 찰나’

사진 140여점, 개인자료 등 전시

 

 

#전남도립미술관 이경모 사진전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붙잡혀온 단발머리 여수여고 학생들의 모습(1948년 10월)은 ‘여순사건’의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해방 후 어수선한 시절, 월산동 가정집에서 쌀점을 치는 여인을 지켜보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1946년)이 흥미롭다.

광양 출신 사진가 이경모(1926~2001)가 포착한 장면은 한국 근현대사의 증거의 현장이자, 생생한 삶의 모습이다.

‘이경모 사진전 : 역사가 된 찰나’(12월 18일까지)는 대한민국 기록 사진계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그의 사진 140여점과 생애가 담긴 개인자료를 만나는 전시다.

호남신문사(현 광주일보의 전신) 사진부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역사적인 사건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의 현장과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여순사건과 6·25전쟁을 기록한 사진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1948년 10월 22일 아침, 고향에 계신 부모님 소식이 궁금해 12킬로미터 떨어진 광양까지 걸어가다 수많은 학살현장을 목격했다. 그 중에서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좌익학생으로 수배돼 은신하고 있던 친구의 시신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불타고 있는 여수 시가지 사진(1948년 10월)은 여순사건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며 화순 동북면 집단수용 난민촌(1951년 4월) 등은 6·25전쟁의 상흔을 포착했다. 1945년 8월에 찍은 광양서국민학교 교정은 해방 후 풍경을 한눈에 보여준다. 일장기를 변조한 태극기, 철거되지 않은 신사참배단, 일제가 식량조달을 위해 밭으로 만든 파헤친 운동장 등이 그것이다.

고향인 광양 유당공원의 1940~50년대 모습이나 하나의 교사(校舍)을 나눠쓰던 광주중앙공립국민학교와 광주계림국민학교의 모습, 화순 탄광의 광부 휴게실, 방직공장 직물을 말리던 광주 개천가 등의 작품은 잊혀져 가는 풍경들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사진가 이경모가 사건만을 담아내는 사진가가 아닌, 사건 속의 사람을 유심히 살피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풍경을 미학적으로 고려해 사진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2023년3월26일까지 ‘사라지고…’

남도 풍경·인물…4개 섹션 구성

 

 

#광주시립미술관 최옥수 사진전

“카메라 자체에는 거짓이 없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진실을 끄집어 내려 늘 노력했다.”

최근 다양한 인물을 담은 ‘얼굴’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는 최옥수(68) 사진작가는 오랫동안 남도의 풍경과 인물을 포착해왔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부터 시작된 쵤영은 특히 1987년부터 10년간 월간 ‘금호문화’에서 사진을 담당하며 빛을 발했다. 그가 발품을 팔아 남도 곳곳을 찾은 여정에서 포착한 장면들은 우리 지역의 아카이브 자료 역할을 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은 지역의 중견 사진작가를 초청,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올해는 최옥수 사진전 ‘사라지고, 살아지다’(2023년 3월 26일까지)을 열고 있다. 전시를 위해 필름 정리에 열중했던 최 작가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잊혀진 하루’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져 버린 남도의 일상을 만난다. 등목으로 더위를 날리는 모습, 지금은 없어진 남광주 역 대합실과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다.

‘떠오르는 얼굴’에서는 잊고 지냈던 어릴 적 친구와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과거의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배 타고 고기잡이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의 뒷모습, 수줍은 듯 교실에서 웃는 아이들 등 눈물과 웃음, 그리움이 담긴 사진들이다.

‘이어진 마음’은 전통 혼례나 마을 제사, 굿 등 사람과 사람, 신과 인간을 이어주던 남도 사람들의 여러 의례 풍경을 담았으며 ‘사라진 땅과 바다’에서는 땅과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던 남도 사람들의 애환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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