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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거리 두기 사라진 3년 만의 명절 “차례 없앴어요”

팬데믹 이후 명절 풍경 달라져
대가족 모임 대신 제각기 연휴
벌초 대행서비스 유행도 여전
직접 성묘 외 온라인 추모 인기
20대 64%가 제사 폐지 찬성
세대 간 명절 문화 인식 차 극명

 

직장인 정 모(39) 씨는 추석 연휴에 남편, 아들과 함께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명절 첫날부터 시댁인 경남 통영시에 가서 이튿날까지 차례상이며 각종 음식 준비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대가족’이 한꺼번에 모이는 일은 사라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은 제각기 연휴를 즐기기로 했다. 정 씨는 “양가 부모님은 명절 연휴보다 덜 붐비는 다른 주말에 찾아뵙고 외식을 했다”며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다들 차례상 준비 등을 힘겨워했다는 사실을 코로나19 덕택에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집마다 명절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적 모임이나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탓에 생긴 변화인 줄로 알았지만, 3년 만에 거리 두기가 없는 추석을 앞두고도 명절 모습은 과거 같지는 않을 전망이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차례, 제사, 성묘 등을 지냈던 명절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시민들마다 반응이 엇갈린다.

 

 

직장인 박 모(44) 씨는 추석을 앞두고 연례 행사처럼 치러왔던 벌초를 올해도 대행업체에 맡겼다. 벌초 수요가 늘어난 탓에 지난해보다 비용은 조금 늘었지만, 친척들끼리 몇만 원씩만 걷으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박 씨는 “집안 어르신들이 벌초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에 대해 마뜩잖게 생각하셨지만, 몇 차례 해본 뒤에는 반응이 달라지셨다”며 “전문가들의 결과물이 훨씬 좋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예초기를 잡으시는 어르신들도 수고를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부 윤 모(56) 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자 했으나 올해도 어렵게 됐다. 정부의 대면 면회 제한 방침에 따라 요양원이 면회 자체를 금지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윤 씨는 “회사에 다니는 자녀들도 추석에 휴가를 맞춰 써서 해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이후 꼭 명절 연휴에 다 같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각자 일정이 맞을 때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부산영락공원과 추모공원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봉안시설이 이번 추석에는 납골당과 묘지 방문을 허가한다. 종전보다는 많은 이들이 봉안시설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추모의 인기도 여전할 전망이다.

이 같은 명절 문화의 변화에 대해 특히 세대 간 인식차가 극명했다. 지난해 5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6%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20대 응답자는 63.5%가 제사 폐지에 찬성했지만, 70세 이상 응답자는 27.8%만 이에 동의했다. 여러 문항 가운데 세대 간 동의 비율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 문항이었다.

시민 이 모(77) 씨는 “평소에도 자녀나 친지들을 볼 일이 없는데 명절에도 보지 못하면 대체 언제 보겠느냐”며 “허례허식은 문제가 되지만 차례나 제사라는 전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옛 것이고 불편하다고 해서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