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부산일보) [단독]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40년 만에 안식처 찾는다

부산 영락공원 장기 방치 194구
국립 ‘망향의 동산’ 안치 추진
행안부서 신원 확인 절차 진행
송환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 입증
사실상 유골 이관에 걸림돌 없어

 

 부산 영락공원에 장기간 방치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194구(부산일보 8월 12일 자 1면 보도)를 국립 추도시설인 ‘망향의 동산’에 안치하는 방안이 정부 주도로 추진된다.

 사실상 ‘신원 확인’ 절차만 남은 상태여서 이른 시일 내에 이관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국내에 송환됐는데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유골 문제가 40년 만에 해결되는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영락공원에 보관된 유골의 기록과 망향의 동산 이관 방법 등을 확인했다”며 “관리 주체 측의 요청이 오면 망향의 동산 이관을 위한 유골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의 신원 확인을 거쳐, 망향의 동산 측에 안치 신청을 하면 되는 것이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망향의 동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징병 희생자, 재일학도의용군, 사할린 동포 등의 유골을 안치하는 곳이다. 1976년 설치됐다.

 

 영락공원 지하 무연고실에는 1970년대 일본에서 송환된 유골 중 유족을 찾지 못한 194구가 보관돼 있다. 이에 수십 년 전부터 전용 추도시설을 만들어 안치하거나 망향의 동산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행안부가 해결 의사를 내비치면서 망향의 동산 이관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망향의 동산 측은 영락공원의 유골과 관련해 “강제동원 여부를 행안부가 확인해 안치 신청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영락공원 측이 행안부로 유골의 신원 확인을 요청하고, 행안부가 강제동원 사실을 확인해 주면 망향의 동산 이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970년대 송환 당시 이미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 2009년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가 유족 동의를 얻어 19구를 영락공원에서 망향의 동산으로 옮긴 이력도 확인됐다. 남은 194구도 유족만 확인되지 않을 뿐 강제동원 희생자 사실은 확인된 상태다.

 다만 증거 서류를 확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행안부 유해봉안과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강제동원 희생자 관련 시스템상에는 등록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등록되지 않았더라도)영락공원에 이름, 본적지 등이 적힌 명단만 있다면 증거 서류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영락공원 무연고자실에는 고인의 이름(창씨개명 포함), 송환 날짜, 본적지 정보가 적힌 명단이 벽에 게시돼 있다. 이와 함께 진상규명위 활동 당시 문서나 국가기록원 징용자 명부 등에도 추가 서류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높다.

 

 

 40년 넘게 희생자 유골이 방치된 것은 신경 쓰는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그간 행안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이유가 크다. 강제징용 배상 등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던 한국 정부가 정작 송환된 유골조차 제대로 대우하지 않은 것이다. 영락공원을 관할하는 부산시 장사문화팀 관계자는 “우리도 유골을 제대로 못 모시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라며 “희생자 신원과 관련해 어떤 서류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행안부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