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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40여 년 방치된 강제징용 194명의 넋, 이젠 보듬어야

70년 대 일본서 희생자 유골 반환
무연고자는 영락공원 지하 안치
국가 추도시설 설립 목소리 불구
부처 책임 떠넘기기에 진척 없어
정부 ‘대일 외교’ 강조 해결책 기대

 

지난 10일 오전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외부 계단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가자 굳게 닫힌 회색 철문의 ‘무연고자 봉안실’이 나왔다. 내부에는 유골함이 보관된 캐비닛이 양쪽으로 줄지어 있고, 한쪽 캐비닛에는 파란색이나 빨간색 스티커가 붙어 있는 함들이 몰려 있다. 바로 태평양전쟁 때 일제에 강제 징용된 희생자의 유골들이다. 모두 194구가 봉안돼 있다. 캐비닛 문에는 고인의 이름(창씨 개명)과 봉안 번호, 봉안 일자가 적혔다.

 

영락공원에 안치된 강제 징용 희생자의 유골은 1971~1976년 당시 일본에서 반환된 것이다. 1179구가 송환됐는데 유족이 찾아가거나 천안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져 지금은 194구가 남았다. 그러나 사실상 2005년 70여 구를 끝으로 ‘유족 찾기’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무려 40년 넘게 강제 징용 피해자 유골이 지하 봉안실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영락공원 관계자는 “2020년에 유족이 한 번 찾아간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자손이 없거나 가족이 인계를 안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유족단체 등은 남아 있는 유골을 국가에서 전용 추도시설을 지어 안치하거나 충남 천안시 망향의 동산 등으로 모두 옮겨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영락공원을 담당하는 부산시설공단 측에만 맡겨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담당 부처는 과거사 이슈가 있을 때만 관심을 가질 뿐 근본적 해결책 마련은 외면했다. 망향의 동산 측에 따르면 가장 최근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진 것은 2009년 19구로, 당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의 공이 컸다. 영락공원도 보훈청과 현충원에 안치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여태껏 국가에서 먼저 영락공원에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를 요청해 온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새 정부가 과거사를 둘러싼 ‘대일 외교’에 공을 들이면서 국내 유골 관리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달 4일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한 민관 협의회를 출범했고,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 달 남짓 세 번이나 일본 외교장관을 만나 피해자 배상 문제의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달에는 탄광에서 일하다 숨진 강제징용 조선인 4명의 신원이 밝혀지면서(부산일보 지난달 6일 자 1면 보도) 유해 송환을 둘러싼 일본과의 추가 협상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대외 협상의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오는 광복 77주년을 기해 국내 유해 관리부터 적극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담당 부처는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는 “행안부는 강제 징용이 확인된 유해를 유족과 매칭해서 송환해 오는 업무를 하는 거지 무연고 희생자에 대한 이장, 안치 장소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면서 “복지부의 망향의 동산 측에 문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망향의 동산 측은 “행안부를 통해 (안치 신청이)들어와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은 “어렵게 국내에 송환된 유해들이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유가족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