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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요즘것들] 쉽게 오해를 만드는 사회… 청년은 어쩌다 ‘빚투족’ 됐을까

부산일보 주니어보드 '요즘것들'

노인 혐오·직장 내 임금피크 등
오해에서 비롯되는 세대 갈등
7월 청년특례 채무조정 정책
MZ ‘빚투’ 탕감 논란 번져
오해를 이해로 바꾸려는
진정성 있는 ‘소통’ 절실

 

최근 집 천장에서 쿵쿵쿵 소리가 1시간이 넘도록 계속돼 경비실에 알린 적이 있다. 감정싸움이 될까 봐 대면이 아닌 제 3자를 통한다는 것이 결국 ‘악수’가 됐다. 이내 내려와 초인종을 누른 위층 어르신은 “얼굴 보고 얘기하면 될 것을 왜 소문을 내느냐, 요즘엔 이웃 간에 정도 없다”며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 하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어르신은 “내가 괜한 오해를 했다”며 멋쩍게 사과한 뒤 돌아갔다.

세대 갈등은 늘 ‘작은 오해’에서 빚어졌다. 육아·출산을 둘러싼 불화, 직장 선후배 간 임금피크제 갈등, 노인 혐오 등도 결국은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물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면 간극을 좁힐 여지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대변해 오해를 풀어주는 믿음직한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국민 통합을 외치는 정부와 각 세대의 ‘진짜 현실’을 전하는 언론에 기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언론은 오히려 세대 간 오해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청년특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상자산 투자자 등 ‘빚투’(빚내서 투자) 손실을 보는 경우도 구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코인 투기한 청년 빚을 왜 우리 세금으로 메꾸느냐” “중년이 더 살기 힘들다” 등 청년 빚 탕감 논란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진 모습이다. 심지어 청년 안에서도 “성실히 사는 놈만 바보”라며 비난이 일었다.

 

사실 이번 정책은 확대 해석된 경향이 있다. 저신용 청년의 이자 감면 폭을 확대해주는 것일 뿐 원금 탕감도 없고 세금 투입도 없다. 그런데도 비난이 거세진 데는 2030 민심을 의식하듯 현 정부가 빚투를 부각하며 정치적인 접근을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현실을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다 보니 발표에 투자 손실 얘기가 들어갔다”면서 “해당 표현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다수의 언론은 ‘팩트 체크’보다는 세대 간 갈등을 부각하는 데 힘썼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련의 반응을 보면 코인·주식 투자를 하는 MZ세대를 빚투족인 것처럼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금리와 물가 상승 여파로 청년이 코인 등 월급 이외 새로운 수입원에 관심을 두는 것은 대체적인 추세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노파심처럼 무리하게 ‘한 방’을 노린다거나 과도한 빚을 내 투자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치열한 재테크 정보전(戰)을 벌여 암호화폐, 부동산, 펀드, 적금 등을 적절히 배분하는 똑똑한 청년도 많다. 머니S가 지난해 국내 MZ세대 4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테크 비용이 월 수익의 30% 이하인 경우가 65.1%에 달했다. 월 수익의 50% 이상은 10.2%였다.

새 정부는 청년 문제에 남다른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 논란은 그간 2030세대 위주 정책에 대한 반감이 쌓이고 쌓이다 터져 나온 것으로도 인식된다. 어찌 됐든 세대, 계층 간 역차별은 앞으로도 중요한 사회적 화두가 될 것이다. 정책의 본래 의도가 오해 받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데는 ‘진정성 있는 소통’만큼 좋은 게 없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