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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를 축제·이벤트 도시로] 사람들 어울리는 광장문화 되살려 도심활력 동력 만들자

상무대·전남도청 이전 이후 호남의 중추도시로서의 중심성 약화
추억의 충장축제·프린지 페스티벌이 그나마 광장문화 명맥 유지
만나고 헤어지는 80년대 충장로 ‘우다방’ 곳곳에 만들어져야
구 도청 ‘미디어 파사드’ ‘빛의 분수’ 어울린 ‘빛의 축제’ 기획해볼만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인구는 줄고, 빈집은 늘어나고 도심은 쇠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탄소배출저감 도시정책은 저에너지 토지이용을 바탕으로 한 도시개발로의 방향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직주근접(職住近接), 컴팩트 시티(compact city)와 보행친화도시 구축, 도시 숲 조성, 쓰레기 줄이기 등이 화두다.

하지만 도시는 욕망과 도전 정신이라는 활력을 자원으로 하고, 익명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발전한다. 바벨탑과 같은 높은 마천루를 건설하기 위해 신기루로 끝날 줄 모르는 고층건물 짓기에 도전하는 자본과 기술이 그것이다.
 

광주시가지의 중심에 서서 남들이 맛 볼 수 없는 공기를 마시며 다른 건물을 내려다보는 당대의 최고층 건물들이 이를 입증한다. 60~70년대 최초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인 지하1층, 지상4층의 충장로 3가 용아빌딩(현 인성빌딩), 90년대 30층의 양동의 금호생명 빌딩(현 KDB생명빌딩), 2000년대 48층의 광천동 호반 써밋 빌딩은 광주도시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양동에 ‘금호생명’ 빌딩이 들어설 때나 광천동에 ‘호반 써밋’ 빌딩이 들어설 때 많은 시민들은 고층건물이 미치는 도시경관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고층건물이 무등산을 가리고 영산강을 가리고 하늘도 가려 시민들의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홀로(stand alone) 빌딩은 다른 한편으로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케빈 린취는 그의 저서 ‘도시의 상(Image of City)’에서 도시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가지 요소고 랜드마크(landmark), 결절점(node), 통로(path), 지역(district), 경계(edge)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즉, 랜드마크와 광장이나 4거리와 같은 점적인 요소와 가로와 모서리, 경계부와 같은 선적인 요소, 특정용도와 시설들이 형성한 면적인 요소로 도시가 분석되고, 이들의 조합된 결과가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이야기이다.

150만명이 사는 광주시의 모듬살이를 위해서 도시계획으로 도시공간구조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간구조 계획에 맞게 도로와 상·하수도 등 간선시설을 적정하게 공급해 공급체계가 왜곡되지 않도록 계획하고 이에 맞게 도시는 개발된다. 도시계획의 용도지역상 ‘중심상업지역’과 ‘일반상업지역’을 중심으로 ‘도심’과 ‘부도심’을 정하는 데, 광주는 ‘2도심’(충장로와 금남로와 상무지구), ‘3부도심’(송정, 첨단, 백운)의 공간구조를 갖고 있다. 이상적으로는 도심이 하나인 단핵도시(單核都市)도시를 가정한다면 제일 비싼 지가를 형성하는 원의 중심에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광장과 함께 비싼 땅값을 지불한 고층고밀의 상가나 업무시설들이 들어서야 맞다.

 

 

당연히 두 개의 도심중의 하나인 충장로, 금남로의 중심상업지역과 상무지구의 시청주변의 중심상업지역에 이러한 고층의 상업·업무시설이 즐비하게 늘어서야 한다. 도시의 중심성을 확보하면서 집객기능과 도시질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번화가가 형성된다. 광주시도 1990년대까지는 이러한 도시공간의 큰 틀이 유지되었다.

충장로와 금남로에 형성된 상권과 업무시설은 광주와 전남, 나아가 전북까지를 커버하는 호남권의 대표상권으로 대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95년 상무대가 30km이상 떨어진 장성군 삼계면으로 옮겨가고, 2005년 전남도청이 60km 이상 떨어진 무안군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광주는 호남의 중추도시로서의 중심성과 상징성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도시 내부적으로는 문흥, 일곡, 풍암, 수완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외연적 확산과 도심 상업기능의 분산으로 지속적인 도심쇠퇴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220만까지 목표연도 계획인구를 설정하면서 지하철 건설을 포함한 대도시로의 웅비를 꿈꾸기도 했었다. 하지만 광주광역시의 인구규모는 150만대를 정점으로 감소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가 발표된 지 오래 되었다. 도시계획의 과잉지표 설정과 수도권에서 점화된 부동산 불패신화는 도시 확산의 지렛대가 되어 우후죽순처럼 아파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광주시청과 한국은행 등 중추업무시설이 밀집하여 집객기능을 토대로 상업과 업무기능이 활발해야 할 상무지구는 공원과 도로 등도 잘 갖추어져 고층고밀의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나 공항인접지역으로 비행안전구역과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개발이 시작된 지 30여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나대지로 방치된 획지들이 있다. 전남도청이 이전된 자리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5·18사적지인 전라남도 도청 본관을 보존하기 위해 대부분의 건축물을 지하층으로 계획한 우규승 건축가의 설계취지를 내세워 주변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고층고밀의 건축물의 입지를 막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성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80m대로의 장점을 살린 가장 넓은 건축 연면적을 가지고 있는 광주시외버스 터미널과 광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광천동의 공업단지에 들어서게 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은 아닐까?

도시공간구조와 입체적 건축물의 높이규제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는 도시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공간구조와 토지이용계획 체계, 그리고 도시개발이 일치를 이루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렇게 도시 공간구조와 건축 질서가 서로 연계되고 통합되어야 도시의 가독성이 높아질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도심 공동화와 도심기능의 쇠퇴가 심화되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해결해 나갈 것인가? 도심에 방치된 공·폐가들은 개발수요는 없으나, 지가상승에 편승한 막연한 기대심리로 도심쇠퇴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토지소유주들 자세가 지속되는 한 실마리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도시 활력의 앵커시설 유치 등 하드웨어적 접근으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효과발현의 장기간 등이 문제다. 디지털 콘텐츠나 미디어 아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하여 도시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시공간 중 도로의 교차점, 중요 건물의 앞, 사람들의 집·분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역이나 운동시설로의 접근공간이자 매개공간인 광장이 있다. 도시의 상징적 공간이자 다양한 이벤트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의 ‘사랑방’이나 ‘거실’같은 공간이 광장인 것이다. 광주를 상징하는 광장은 5·18민주광장(구 전남도청 앞 광장), 1순환도로와 국도1호선(목포~신의주)이 만나는 교차점에 형성된 백운광장, 한 때는 광주시청 앞에 서울의 청와대 앞 광화문 광장을 본떠서 계획된 평화광장(현재는 녹지로 조성되어 광장은 사라짐), 광주역과 광주송정역 앞의 역전광장 등이 새롭게 부상되어야 광주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도시가 자동차화되면서, 대부분의 교차점 광장들은 교통광장으로 바뀌어 광장문화는 자동차 퍼레이드로 바뀐 지 오래 되었다. 그래도 ‘추억의 7080 충장축제’와 ‘프린지 페스티벌’이 있어 광장문화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광주의 관광1번지, 문화발전소인 ACC는 광주를 방문하고, 관람하고, 시민들과 어울리고,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소공연이 일어나는 난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광장문화를 위해서는 예술의 거리, 동명동 카페의 거리, 푸른길, 남문로, 폴리둘레길, 아시아음식문화 테마거리, 충장로 등의 보행로와 좀 더 쉽고 확실하게 연계되고 하나 되어 광장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그냥 빈둥거리고, 함께 응원하는 80년대 충장로의 ‘우다방’이 곳곳에 만들어져야 한다. 광장문화는 옥외활동을 활성화시키고 보행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민주도시 광주는 아시아 광장문화의 모델을 제시하는 ‘빛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동구가 ACC 앞 5·18민주광장에 분수대를 활용한 ‘빛의 분수대’로 중심으로 한 다양한 미디어 아트작업을 통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상 ACC의 지하화는 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5·18 최후항쟁지라는 상징성과 장소성으로 건축물의 지하화와 도심에 부족한 녹지공간의 배려는 탁월했으나, 전남도청이전에 상응하는 인구유입과 주변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규승 건축사의 ‘빛의 숲’은 광주도심의 부활을 이끄는 횃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하늘마당’과 ‘상상마당’은 도심 속 공원으로 위상은 확보하였으나 시들어가는 도심활력을 불어넣는 데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5·18민주광장’의 ‘빛의 분수’를 중심으로 ‘구 전남도청 본관의 미디어 파사드’, 전일빌딩 245, 상무관 등 광장을 둘러싼 중요 공공건축물이 ‘빛의 분수’에 화답하는 ‘빛의 축제’계획을 마련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광장에 빛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 도심의 불 꺼진 건물과 어두운 골목길에 생명의 빛이 밝아 오도록 유도하고 촉진시켜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광주도심은 천년도시 광주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자 광주정신의 보루이다. ‘빛의 분수’쇼가 빛고을 광주의 새로운 미래자원으로 도심의 희망을 밝히는 횃불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백운광장은 1차 순환도로와 철도, 광주의 간선도로인 국도1호선인 서문대로가 만나는 주요 결절점(結節點)이었다. 하지만 교통처리 효율을 위해 설치된 백운고가는 백운광장을 이분하고, 남구청 청사이전이라는 파격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분오열로 나뉘어진 광장 연접상가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였다. 백운광장은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단절된 광주의 유일무이한 푸른길 보행간선축을 연결하는 ‘푸른길 브릿지 조성사업’과 푸른길에 연접한 공지를 활용한 ‘스트리트 푸드존’, ‘로컬푸드 직매장’ 조성사업은 백운광장을 활성화시키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남구청사 북측 벽면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와 남구청사 정문에 설치된 ‘미디어 월’사업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광주의 새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백운광장에 무등산 호랑이가 뛰어드는 입체 3D 영상은 광주 주말의 밤을 밝히는 새로운 포토존으로 부상될 것이다.

‘빛의 도시’ 광주가 광장에서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빛의 향연’으로 광주의 밤하늘을 밝히고, 도심활력으로 이어지는 동력이 되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지오씨티(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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