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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이런 무더위 난생처음”… 11일째 ‘잠 못 드는 부산’

열대야 이어지며 4일째 폭염경보

시민들 더위 피해 실내공간 몰려

대형마트 밤 늦은 시간에도 북적

아파트 물놀이터·실외풀장 호응

목풍기·휴대용 손풍기도 인기

 

직장인 이 모(41) 씨는 지난 며칠간 사우나 한증막 같은 집에서 잠을 청하는 신세다. 에어컨 실외기가 고장 나 곧장 업체에 수리를 문의했지만, 고장 신고가 밀려 있고 부품 조달이 힘들다는 이유로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 놓고 선풍기까지 여러 대 동원했지만, 한밤중 방 안 온도가 33도에 육박할 정도로 무덥다”며 “이렇게 대책 없는 더위는 난생처음이다”고 말했다.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상 ‘입추’(7일)가 이미 지나갔지만, 부산에서는 1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4일 연속 폭염경보를 기록하는 등 불볕더위는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역대급’ 폭염에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대형마트 등 실내 공간을 찾거나 집에서 에어컨을 튼 채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각자도생에 나섰다.

부산기상청은 지난 5일 올해 첫 폭염경보를 부산지역에 내렸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도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다.

 

더위를 피하고자 시민들은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실내 공간으로 삼삼오오 모인다. 지난 7일 오후 10시 동래구의 한 대형마트는 늦은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폐장 시간이 임박했지만,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매장을 둘러보는 가족 단위 시민들로 가득했다.

 

수박과 삼계탕용 생닭 등 여름철 성수기 식품 진열대는 물론 치킨과 초밥 등 즉석식품 판매대에 특히 손님이 많이 몰렸다. 주부 강 모(60) 씨는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튼 채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대형마트에 나왔다”며 “특별히 살 건 없어도 거의 매일같이 들러서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의 번화가에는 영화관, PC방, 만화카페 등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간에 인파가 몰렸다.

폭염에 기록적 물가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오히려 외부활동을 줄이고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시민도 많다. 여름휴가로 여행 대신 ‘집콕’을 선택한 직장인 김 모(35) 씨는 “가족끼리 제주도라도 갈까 했지만, 무더위가 걱정되고 숙박·항공료도 너무 올라 집에 있기로 했다”며 “에어컨을 효율적으로 트는 대신 최대한 ‘집밥’ 등을 해 먹으며 지출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에선 단지 내에 물놀이터나 실외 풀장을 운영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아파트는지난달 미끄럼틀, 실외 분수 등으로 꾸며진 야외 물놀이터를 선보였다. 센텀리슈빌 아파트 홍정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민 중에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해운대구 최초로 물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주민들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해운대구 우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단지 야외 주차장에서 워터 슬라이드와 에어 바운스가 갖춰진 야외 수영장을 운영했는데 가족 단위 입주민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무더위를 쫓기 위한 방편으로 목에 거는 이른바 ‘목풍기’나 휴대용 ‘손풍기’도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