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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쇄빙선 타고 극지 항해

북극곰 찾아가는 길, 여행이 아니라 탐험!
길이 105m 폭 18m 쇄빙선 '몬로비아호'…1m 내외 두께 얼음 깨면서 빠르게 전진
야생동물 관찰 위해 고무보트 타고 접안…햇빛 쐬는 바다표범·먹이 찾는 순록 만나

 

◆ 쉐빙선 몬로비아호 몸은 '다윗', 힘은 '골리앗'

 

부두에 들어서자 극지탐험을 위해 입항한 쇄빙선 몬로비아호(Monrovia)가 보인다. 몬로비아 호는 길이105m, 폭18m, 순항속도13노트(Knot), 승무원72명으로 114명의 탐험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북극해에는 아무 배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빙과 충돌했을 때 이겨낼 수 있고, 유빙에 갇혔을 때도 빠져나올 수 있는 아이스 등급(Ice Class)이어야 가능하다.

망망대해 파도를 넘고, 해빙(海氷)지역을 강력한 엔진 파워로 뚫고 나아가는 몬로비아호는 약 7500톤급으로 덩치는 작은데 기능은 최고란다. 선장은 "몬로비아 호는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쇄빙선이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몬로비아호의 앞쪽 선박두께는 약40mm 정도의 강철로 덮여있다. 선장의 자격은 아이스 내비게이션으로 얼음의 성질, 특성 등을 파악하는 기술이고, 쇄빙선 운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란다.

 

 

 

많은 승무원들은 조디악(zodiac)을 운전하는 탐험스텝을 비롯해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한 의사, 동식물학자와 지리학자도 있다. 공식적인 명칭을 여행팀이라고 하지 않고, 탐험대(expedition team)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승선 후 세계각국의 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북극항해와 관련된 주의사항과 안전교육 특히 생태계 보존을 위한 지침 등을 들었다. 북극해에서의 이동경로 및 조디악 랜딩장소는 탐험의 예정된 루트로 선장이 판단한 기상 및 유빙상태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선내 안전수칙은 선장, 선원, 스텝이 전달하는 안전에 관련된 공지 사항들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구명조끼는 조디악 탑승 및 항해 중 특정상황 발생 시 항상 착용해야 한다. 몬로비아 호에는 각 침실마다 방수복과 구명복이 준비돼 있다.

쇄빙선은 선수를 얼음위로 올려놓고 배의 중량으로 눌러서 얼음을 깨트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물다. 얼음이 아주 두꺼울 경우에 해당하는데 그럴 때는 사람이 걷는 속도 정도로 느리게 전진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다지 두껍거나 강하지 않은 1m두께 내외의 얼음을 깨면서 제법 빠른 속도로 전진한다.

 

 

◆ 북극의 자연은 살아있다

눈 덮인 아름다운 산과 빙하, 숨이 막힐 듯한 장관을 이루는 얼음으로 뒤덮인 피오르가 어우러진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개를 사냥하러 나온 북극곰을 찾기 위해 대자연 속으로의 탐험이 시작된다.

북극해 인근 육지면적의 6~7 %만이 유형의 식물로 덮여 있다. 영구동토층이 전체 육지를 덮고, 여름에는 표면만 해동한다. 북극해 지역은 걸프스트림(Gulf Stream)의 따뜻한 물과 여름철 강렬한 태양복사가 혼합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유기생산량을 가지고 있다. 식물상은 매우 짧은 성장기, 저온, 강수량 부족 및 상대적으로 불모의 토양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100여 종 이상의 식물이 등록되었다.

 

 

해가지지 않는 7월의 백야기간은 북극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는 환상적인 탐험 시기다. 북극육지와 북극해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육지에는 여우, 순록, 늑대, 북극곰, 관목, 이끼류 등이 있다. 북극해에는 플랑크톤, 고래, 물개,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어류 등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북극이 탐험자에게 눈부신 하루를 선물해 준다.

신비의 북극해 바로 눈앞에 서있는 빙산, 하얀 북극곰과 고래, 순록 등 북극권에 사는 야생동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 여기에 이들을 가까이 관찰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조디악 고무보트를 타고 북극권의 얼어붙은 땅에 내려 자연을 찾는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북극곰과 해안가에서 길지 않은 햇볕을 쐬며 누워있는 바다표범, 짧은 여름철에 나는 풀을 찾아서 먹는 순록, 그리고 북극권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수놓는 수많은 바다 새.

 

 

언제나 사냥총을 어깨에 짊어진 스텝이 앞장서고 걷는다. 여름 한 철만 얼음이 풀리는 땅은 폭신폭신하여 스폰지를 밟는 기분이다. 빙하가 녹은 물이 졸졸 흘러 만들어진 개울도 잇달아 건넌다. 계절을 잊은 감각에 추위와 땀이 교차하는 듯하다.

 

 

쏟아질 듯한 설벽과 옥색을 띤 빙하, 북극해에 떠도는 유빙들, 물개를 사냥하는 북극곰, 너무 많아 놀라지 않는 순록무리, 북극여우와 돌고래, 다양한 바닷새들을 마주한다. 북극에 살고 있는 여러 야생동물들을 발견하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조디악 고무보트를 타고 접안하여 더 가까이에서 진정한 탐험의 재미를 즐긴다. 눈과 얼음의 왕국 북극해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탐험자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기 바쁘다. 지구의 마지막 장소로 탐험하는 것 같다.

◆ 북극의 마스코트 북극곰

마침내 푸른 바다에 하얗게 부서지는 해빙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몬로비아호는 쉼 없이 바다 위를 약13노트의 속도로 거침없이 달려간다. 진눈깨비가 뿌옇게 휘날리고, 북극해의 찬바람이 피부로 사정없이 파고든다. 그때 북극곰이 마치 자신을 보고 가라는 듯 팔을 벌리고 성큼 일어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북극곰이 나타났다는 소리에 탐험가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항해 하루 만에 만나는 북극곰이다. 북극에서 북극곰을 본다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북극곰은 기후변화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7월의 눈 내리는 북극해에서 북극곰을 만났다. 갈라지는 빙하, 어슬렁거리는 북극 곰, 북극곰이 바로 저 얼음 위에 있다. 여기 북극 맞구나! 북극곰을 처음 마주 하면서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손을 흔들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본다.

북극해의 왕이라는 북극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육상 육식동물이며, 북극황야의 상징이 되었다. 북극곰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며, 어린 곰조차도 매우 공격적이고 위험 할 수 있다. 모든 텀험가가 랜딩을 할 때는 반드시 총을 멘 스텝의 보호 아래 움직여야 한다. 이곳에서는 언제든지 북극곰을 만날 수 있다. 호기심 많은 북극곰은 보통 인간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먹이를 찾는 데 방해가 되면 공격을 하게 된다. 북극곰 목격은 북극해 주변 섬과 북극해에서 매일 만났다.

 

 

하얀 바다얼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에서 어미 북극곰의 뒤를 따라 새끼 곰이 아장아장 걸어가고 있다. 북극곰이 새끼와 걷는 모습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일깨워주는 한 단면이다. 새끼는 어미 뒤에서 잰 발걸음을 놀리며 귀여운 짓을 하고, 어미는 그런 새끼의 털을 혀로 핥아주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생명체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땅위에 빙하가 있는 남극과 달리 오직 빙하로만 뒤덮인 북극 얼음 위의 최상위 포식자인 북극곰은 빙하 위에서 사냥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의 여름먹이 사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50년이 되면 북극의 빙하는 모두 녹아 없어질 수 있다니 너무나 안타깝다. 빙하가 녹으면 재빠른 물범 등을 잡을 수 없어 굶어 죽는다. 북극의 환경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겠다.

북극해의 얼어붙은 바다를 열고 차가운 물살을 가르는 조디악 크루징으로 극지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생명체들과 북극곰의 만남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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