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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도내 원전 업계 현황과 과제

신한울 3·4호기 착공까지 2년… 협력사 지원·주민수용 문제 해결해야
원전, 정치 프레임서 벗어나야 다시 산다

창원은 탈원전 충격파를 가장 크게 받은 곳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최근 행보는 지역 원전 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려는 남아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첫 삽을 뜨려면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금융지원은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업체들은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한시가 급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호소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 구체적인 내용은 월간경남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업계 현황은

두산에너빌리티 원전부문 가동 멈춰

부하율 5%… 협력업체도 15% 그쳐

매출·인력 줄고 영업이익도 적자

 

 

◇탈원전 따른 업계 피해는?= 도내 원전 업계 상황은 지난 6월 29일 열린 (사)경남고용포럼이 개최한 ‘일자리 문제, 탄소제로와 에너지·원전안보’ 토론회 때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희석 창원상공회의소 조사홍보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2015년 매출액은 5조1463억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3조5929억원으로 3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력은 7190명에서 4596명으로 2594명(-36.1%)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6년 2834억원이었지만 이후 매년 감소해 2020년에는 473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부문 공장도 거의 멈춘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장충호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에너빌리티지회 조사통계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부하율은 5%에 불과해 심각한 수준이고 협력업체 부하율도 15%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행보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원전 비중 30% 이상 끌어올릴 계획

일감 공급·금융 지원 등 1조 투입

기기·공기업 투자 1300억 긴급 발주

 

 

◇정부, 원전 생태계 회복에 집중= 지난 7월 5일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에 따르면 전체 발전원 중 원전 비중을 2021년 27.4%에서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구체적인 협력업체 지원 대책을 지난 6월과 7월 발표했다. 조기 일감 공급, 금융애로 해소, R&D 투자해 올해 1조원 규모를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주기기·보조기기 예비품을 비롯 원전공기업 추가 투자 등을 통해 올해 1300억원을 긴급 발주한다. 또 2025년까지 예비품 추가 확보, 안전성 증진을 위한 설비개선 투자 일감 등 89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추가 공급한다. 이 중 2800억원을 올해 조기 계약키로 했다.

 

 

◇협력사 “고용위기지역 준하는 지원 필요”= 김해시 진영읍 소재 원전 협력업체인 ㈜세라정공의 김곤재 대표는 정부의 최근 행보에 기대를 걸면서도 정책이 계획대로 빛을 보려면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를 신속히 건져 올려 주는 정책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계 요청의 핵심은 △빠른 정책 추진 △실효성 있는 금융지원 △인력난 대처 등이다.

실질적인 일감이 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관련 절차를 거치면 2년은 있어야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 원전 협력업체들은 전 정부 5년에 더해 2년은 더 버텨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계획은 업계가 소화해 내기 벅찰 정도로 많은 물량이다. 중소기업들은 상당수 인력을 감축했다. 이에 지금 겪고 있는 조선업 인력난과 비슷한 상황이 가까운 미래에 원전 업계에도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중기부는 원전 중소기업 당 평균 종업원 수가 2016년 34.8명에서 2020년 16.5명으로 5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타개할 대책으로 김곤재 대표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에 준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내 원전 업체들이 시장 원리가 아닌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점을 감안하면 당위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SMR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국내 원전 생태계 회복을 넘어 적극적인 신규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선결 과제는

원전 중기 인력, 4년 새 절반 줄어

“위기지역 준하는 지원 필요” 목소리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믹스’ 접근도

주민 수용하려면 보상·소통 필요

 

◇문제는 정치… “프레임에 매몰돼 부작용”= 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한국원자력학회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사이 원전 발전량 비중은 26.8%에서 27.4%로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결국 백지화하지 못했다. 실제 탈원전 사례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정도였다.

현 정부는 친원전 기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획기적으로 원전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전이 EU 택소노미에 포함되긴 했지만 ‘한시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중·저준위 폐기물 관련 처분시설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 있다. 2030년 원전발전량 목표 비중이 30% 이상인데 이는 전체 에너지 수요가 고려되지 않은 단순 비중이다. 8년 후 에너지 수요가 지금에 비해 크게 늘지 않는다면 30%라는 숫자도 높은 것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원전 발전 비중은 29%였다.

종합하면 전 정부는 탈원전, 현 정부는 친원전 시그널을 강하게 표출했지만 정작 현실은 탈원전을 못했고 이제는 친원전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원전이 정치 프레임에 갇혀 쟁점화가 되면 갈등이 증폭되며 산업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경제학을 전공한 노상환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원전 산업을 정치 쟁점화해서 탈원전, 친원전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도 높게 탈원전을 비판하고 친원전 이미지를 강하게 표출하는 것은 원전이 다시 쟁점화될 여지가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전 ‘에너지믹스’ 일부로 봐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부 목표는 우리가 제조업 위주의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로만 달성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와 환경단체도 동의하고 있다.

정성기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전 정부 계획을 보면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원전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해져 에너지 안보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이런 관점에서 탈·친원전이 아니라 화력발전을 줄여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에너지믹스 중 하나로 원전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탈핵 운동가들도 원전을 지금 다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며 “노동자들이 피해 입은 것은 정부가 보상을 해주는 게 맞다. 독일의 사례와 같이 정의로운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원전을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며 “원전 1기 수주는 유지, 관리까지 20년의 일감을 확보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수용성 문제 ‘선결 과제’= 국민이 원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해도 지역별 주민수용성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적절한 보상과 충분한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기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쉽게 뒤집힌 여러 이유 중 하나가 현장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던 것이라고 본다”며 “심지어 근거 없는 우려라고 하더라도 정부는 충분하게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자칫하면 지금 정부도 과거의 우를 범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산업계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신재생에너지 업계, 환경단체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밀어붙이기 식이라면 반기를 들 수밖에 없다”며 “후보자 때와 달리 대통령은 전체 국민을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