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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극장 ‘100년 영화관의 꿈’ 시민과 함께합니다

전국에서 하나 남은 단관극장
2020년 85주년 프로젝트 ‘광주극장 100년, 나의영화 100편’
미션 완수자 정애화씨 추천…첫 영화 ‘교실 안의 야크’ 상영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감상…완수 5명과 함께 월 1편 상영 예정

 

28일 오전 광주극장에 특별한 ‘꼬마 손님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이날 관람한 영화는 ‘교실 안의 야크’. 주인공인 부탄의 교사가 고도 4800m에 위치한 외딴 벽지학교의 산골아이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이날 영화는 여느 때처럼 극장측이 정한 시간표에 의해 상영된 작품이 아니었다. 관람객이 ‘직접’ 영화를 선정했고 함께 보고 싶은 이들을 초청, 영화를 감상했다.

1935년에 문을 연 광주극장은 85주년이었던 지난 2020년 10월 ‘광주극장 100년, 나의 영화 100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광주극장이 100년 동안 자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담은 기획이자, 관객들이 극장에게 100년 동안 함께 하자고 보내는 응원의 마음도 담기길 바란 기획이었다.
 

극장측은 100편의 영화를 본 관람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광주극장에서 본 영화 가운데 1편을 골라 관람하는 기획이었다.

이날 상영된 ‘교실 안의 야크’는 영화 100편 관람의 첫번째 완수자 정애화(65)씨가 추천한 영화였다. 퇴직 후 ‘찾아가는 인생나눔교실 멘토 사업’에 참여, 연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그림책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꼭 보고 싶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작품을 선택했다. 자타공인 광주극장 열성팬인 그는 ‘나와 광주극장’dl라는 그림책을 펴내기도 했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아이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영화간판실과 영사실도 둘러봤다. 김세원 양(연제초 3년)은 “영화에서 아이들이 노래 부를 때 재미있었다”며 “영화 간판을 그리는 곳도 처음 가봤는데 즐거웠다”고 말했다.

광주극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관극장으로 멀티플렉스에서는 볼 수 없는 예술영화 등 다채로운 작품을 상영해 주는 보물창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광주극장을 아끼고, 극장은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시민들의 사랑으로 계속 영사기를 돌릴 수 있었다. 특히 후원회원 440명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한명 한명 관객들의 소중함을 깨달았죠. 극장에서 계속 필름이 돌아가고, 소소한 즐거움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이번 프로젝트입니다. 영화를,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이죠.”(김형수 광주극장 이사)

 

 

처음에는 미션 달성자에게 기념품과 2035년 관람권을 증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니, 이만큼 특별한 선물도 없을 것이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한편을 선정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더불어 일반 관람객들 역시 100편의 영화를 본 이가 추천하는 영화라면 한번 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교실 안의 야크’ 상영에도 일반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는 오는 31일 3시 10분 한차례 더 상영된다.

지금까지 미션 완수자는 5명이 나왔다. 30대~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전·현직 교사, 화가 등이다. 극장측은 추천영화를 유료로 대여해 오는 11월까지 매달 한 편씩 상영할 예정이며, 개관 100년이 되는 2035년까지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이다.

광주극장의 이야기는 계속되는 중이다. 광주극장을 소재로 한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이 발간됐고,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동료 가수들과 광주극장에서 촬영했던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 부분에 진출했다.

‘100년 영화관의 꿈’은 오래된 친구처럼 늘 그자리에서 묵묵히 서 있는 극장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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