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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말로만 협치' 경기도의회… '투척 사건'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일명 '술잔 투척 사건'이 불러온 파장이 만만치 않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입으로만 협치를 주장하며 서로를 인정해오지 않은 갈등 국면의 장기화 속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사과나 용서, 화해 의사도 전혀 없어 보인다. 경기도판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이유다.

■ 무슨 일이 있었나

=김용진 부지사의 당초 취임 일정은 28일이 아닌 8월1일이었다. 하지만 여야정 협의체 구성과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을 신속히 다룰 수 있도록 임기 시작을 나흘 앞당겼다. 그만큼 김 부지사에게 주어진 임무가 막중했다. 원 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경기도의회도 출구가 필요했다.

이에 이해관계가 맞는 김 부지사와 남종섭(용인3) 도의회 민주당 대표와 곽미숙(고양6) 국민의힘 대표가 만났다. 이들의 긴급 비밀회동 자리는 밀실이 마련된 용인의 소갈비 전문점이었다. 긴장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술이 곁들여졌고, 갈등의 원인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도의회 여·야가 김 부지사의 취임 자체를 마땅치 않게 여기며 대화 분위기도 덩달아 험악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남종섭 대표가 고성을 내며 휴대전화로 식탁을 내리쳤고, 김 부지사가 이에 반발하며 술잔을 내던졌는데 공교롭게도 반대편 자리에 앉은 곽미숙 대표 방향으로 향했다.

 

 

'핵심 키' 남종섭 대표는 침묵 고수
여야 동수 양보없는 다툼 갈등 증폭

김동연 지사 입장 대변 부지사 임명
오히려 밀린 갈등 폭발 유발한 셈


이 술잔이 접시에 부딪히며 접시가 깨졌는데,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에 당황한 곽 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고양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에 김 부지사는 곽 대표를 찾아가 여러 차례 사과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곽 대표는 이 같은 행위가 우발적 상황만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를 당과 논의 후 고소를 결정했다.

김 부지사는 일부 상황을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했지만,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이 상황의 핵심 키로 보이는 남 대표는 외부일정을 이유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 입장을 내지 않고 있어, 상황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이날 술자리의 언쟁이 김 부지사와 곽 대표가 아닌 남 대표와 벌어졌다는 점에서, 남 대표의 상황 증언과 입장이 중요하다는 게 지역 정가의 목소리다.

 

 

 

■ 경기도와 도의회, 최악의 갈등

=전체 156개 의석을 78석씩 나눈 유례 없는 여야 동수의 11대 도의회는 '역대급' 갈등으로 출발부터 불안감을 줬다. 민선 8기 경제부지사 명칭 변경 및 직제 개편 조례 개정안을 도정의 파트너인 11대 도의회가 아닌 압도적 민주당이 지배한 10대 도의회와 처리한 점이 시발점이 됐다.

게다가 여·야 동수 상황으로 의장 선출을 두고 양보 없는 다툼을 벌인 것도 갈등을 증폭시켰다. 전국 광역의회 중 유일하게 원 구성을 못 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 힘 모두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했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의 원로들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하거나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없었다.

특히 김동연 지사의 후원군이 돼 줘야 할 민주당도 당내 사정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한 정치적 협상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게 지역 정가의 지적이다.

도의회 여야는 김동연 지사에게 현 난국을 타개할 논의의 장에 직접 나오라며 '결자해지'를 요구해 왔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자기 입장을 대리할 김용진 부지사를 조기 임명하고 대화의 장을 열었지만, 밀려 있는 갈등이 폭발하며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낸 셈이 됐다.

이날 오후 김동연 지사는 김용진 부지사를 도지사실로 불러 20여분간 전날 벌어진 상황에 대해 보고 받았다. 보고를 마친 김용진 부지사는 "사태에 대해 어제 보고하지 못하고 지금에서야 정황을 말씀드렸다. 상황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도 있어, 추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김 부지사와 도의회 교섭단체 지도부가 만난 자리가 깨진 접시처럼 흩어지면서, 정국은 격랑에 빠져들었다. '협치'라는 말도 당분간은 금기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안 처리도 미뤄지고 대치 국면 장기화도 예상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경기도와 도의회 그리고 도의회 여·야가 서로의 책임을 더 크게 보고 있고 서로 더 아쉬울 게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우선 당분간은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손성배·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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