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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무법천지 오토바이 굉음…잠 못드는 시민들 분통

광주 소음민원 최근 3년새 39→87→235건 매년 급증…여름철 더 심해
배달오토바이·라이더족 소음에 시민들 “열대야 속 창문도 못 열어” 고통
민원 빗발에도 단속 쉽지 않아…소음 기준 강화하고 불법개조 엄단해야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에 거주하는 강미경(여·54)씨는 밤마다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 배기음에 며칠째 잠을 설치고 있다. 해가 질 무렵부터 배달 오토바이 수십대가 오가는 것은 물론, 새벽에도 오토바이로 도심을 질주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는 것이다. 강씨는 “가뜩이나 열대야 더위에 짜증이 나는데, 도저히 시끄러워서 창문도 맘대로 못 열겠다”며 “시끄러운 배기음 때문에 자다가도 번쩍번쩍 깰 때면,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총으로 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시 서구 쌍촌동 원룸촌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이성우(27)씨는 여름만 되면 “원룸 자리를 잘못 골랐다”고 후회한다. 원룸촌이라 대학생이나 홀로 사는 가정이 많은 탓인지 인근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에어컨을 틀고 잠들기엔 춥고, 창문을 열면 오토바이 소음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여러번 신고도 해 봤지만 경찰이 도착할 때면 오토바이는 이미 멀리 떠난 뒤다. 신고해도 나아지는 게 없으니 더 화난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에서 수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는 것과 비례해 ‘오토바이 소음’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열대야로 더운 밤에도 오토바이 소음에 창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이 경찰과 지자체에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10일 광주시 5개 구에 따르면 광주에서 이륜차 소음 관련 민원은 지난 2019년 39건에서 2020년 87건, 2021년 235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개 구청에 149건의 이륜차 소음 민원이 빗발쳤는데, 각각 광산구 99건, 서구 10건, 남구 11건, 동구 19건, 북구 10건이다.

가장 많은 민원을 받은 광산구의 경우 1월 16건, 2월 2건, 3월 3건에 그쳤으나, 4월 22건, 5월 27건, 6월 22건으로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민원이 잦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음 발생 지역은 광주 전역에 퍼져 있으나, 충장로 일대부터 첨단지구, 신창동, 수완지구, 월계동, 산수동 등 상업지구와 인접한 주택가에서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는 게 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광주경찰에 따르면 이륜차 소음은 대부분 배기 장치(머플러)를 개조해 배기음을 키우는 등 불법 개조를 한 경우에 발생한다.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배기가스 배출량과 소음환경검사를 받지 않고 배기 장치를 개조한 경우다.

하지만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는 ‘단속이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소음, 불법개조 등 단속 권한이 경찰과 지자체, 교통안전공단에 분산돼 있어, 3개 기관이 합동으로 단속하지 않는 한 제재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주행 중인 차량을 세워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나 해당 차량이 소음이 얼마나 큰지, 불법 개조를 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소음 측정 권한은 관할 구 환경 부서에게, 불법 개조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은 교통안전공단에게 분산돼 있다.

이들 기관이 합동 단속을 진행한 결과 2019년 34건, 2020년 51건, 2021년 410건이 적발됐으며, 올해는 이미 203건이 단속됐다.

굉음을 내는 이륜차를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소음 기준을 넘지 않아 ‘합법’인 경우도 많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서 이륜차 배기 소음 기준은 배기량과 무관하게 105㏈(데시벨) 이하다. 한국환경공단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음이 60㏈을 넘어서면 수면장애를 겪을 수 있으며, 100㏈은 열차가 통과할 때 철도변에서 들리는 소음과 맞먹는다.

105㏈이라는 소음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에 부딪히자 여야 국회의원들은 소음 기준을 강화하거나, 불법 개조 이륜차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했지만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도 소음 기준 강화 방침을 밝혔지만, 법령 개정 등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상태다.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멋으로 소음을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방어 차원에서 배기음을 키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음 기준만 낮출 것이 아니라 이륜차 운전자에게 안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모(29)씨는 “대형트럭, 버스 등 대형차를 옆에 끼고 달릴 때면 이륜차 경적소리가 대형차 엔진소리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이륜차 배기음은 ‘여기 이륜차가 있다’고 알리는 것과 같은데, 무턱대고 소음 기준만 낮춰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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