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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치솟는 물가에 취약계층 지원단체 ‘발 동동’

 

“45만 원 정도면 200명이 먹을 도시락을 만들기에 충분했는데, 이번엔 80만 원이나 들었어요.”

 

6일 오전 10시께 부산 서구 초장동 한 골목에 있는 (사)부산연탄은행 식당에서 도시락을 포장하던 강정칠 대표는 치솟은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이날 도시락은 밥과 국, 어묵볶음, 감자볶음, 당귀나물오징어무침, 두유, 백설기 떡으로 구성됐다. 부산수목라이온스클럽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오며 떡과 두유를 후원한 덕에 그나마 반찬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산연탄은행은 매주 수요일 소외계층 노인 200여 명에게 무료 도시락 400인분을 드린다. 매주 금요일엔 자체 식당에서 급식을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께 매번 도시락을 배달하며 이동의 불편을 줄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포장비라도 줄여 보고자 번갈아가며 급식과 배달을 제공한다.

 

도시락은 배 가까이 비용 늘고

식용윳값 부담 전 부치기도 겁나

포장비 아끼려 급식·배달 ‘반반’

쌀·라면값 올라 구매 수량 줄일 판

저렴한 재료 찾아 발품 ‘비지땀’

 

 

오는 15일엔 중년 소외계층 200명에게 갈비탕을 대접할 계획인데, 올해는 고깃값이 230만 원이나 든다. 지난해 120만 원보다 배 가까이 많다. 강 대표는 “시장에 다니면서 최대한 저렴한 재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 뿐이다”고 털어놨다.

 

치솟는 물가에 부산지역 취약 계층 지원단체들이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그간 끊겼던 물품 지원이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 어려워진 경제 상황 탓에 도움의 손길이 줄어 그야말로 ‘이중고’다.

 

동구 좌천동 희망드림센터에서 노숙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매주 화·토요일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주)이랑공동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소 부실한 식사를 하는 이들에게 기름진 반찬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조리용 기름 가격도 올라 전 부치기마저 겁난다고 한다.

 

이랑공동체 유정애 대표는 “예전엔 물품 후원이 많이 들어왔는데 코로나 유행 이후 줄어든 물품 후원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예전에는 고기반찬도 풍성하게 준비했는데 이제는 식자재 후원이 줄어 재료 대부분을 직접 구매해야 하고 특히 된장, 고추장, 조리용 기름 같은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올라 장 보는데 손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푸드뱅크도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후원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음식 수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품 대부분을 기업 후원으로 채우고는 있지만, 이용자의 선호도가 높은 쌀, 라면은 후원금으로 구입해 물가 인상 타격이 크다.

 

푸드뱅크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부하는 잉여 식품은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다소 인기가 없는 제품들이어서 후원금으로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쌀과 라면을 구입하는 편인데, 물가가 인상되면 같은 금액이라도 구입할 수 있는 쌀과 라면 수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지난달보다 0.6% 올랐고,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6%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로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특히 식품의 생활물가지수는 111.79로 지난달보다 0.4% 높았고, 지난해 6월과 비교했을 때는 7.7% 상승했다.

 

부산시는 무료급식 업체에 별도로 예산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시비가 투입되는 ‘어르신 무료급식 사업’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물가가 많이 올라 혹시나 급식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추경에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다”며 “또 각 구·군 사정에 따라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는 곳도 있어서 기초지자체와 예산 증액분을 분담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