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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의 신비의 북극을 가다] 세상 최북단마을 노르웨이 '롱이어비엔'

스발바르 제도의 중심지…사람 죽고 태어나는 것 불법인 이상한 도시
전세계 종자·인류기록·북극의 역사를 품은 최후의 금고
북극점과 가까운 위치…북극탐험의 베이스캠프 역할

 

오슬로를 출발한 비행기가 롱이어비엔(Longyearbyen)공항에 도착한 것은 새벽 1시 20분인데 활주로 끝의 바다위로 해가 떠 있다. 백야였다. 4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4개월은 해가지지 않고, 10월 말부터 4개월은 해가 뜨지 않는다.

트랩을 내려서니 한여름 7월의 스발바르(Svalbard)제도는 눈을 덮어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낯선 산들이 눈앞에 닿는다. 노르웨이어로 '차가운 가장자리'라는 뜻의 스발바르로 불리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공항과 마을을 연결하는 유일의 대중교통 수단인 공항셔틀버스 3대가 승객들을 싣는다. 예약된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는 피오르 골짜기 끝에 있었다. 1960년까지 광부 기숙사로 쓰던 건물을 호스텔로 개조했다. 자정이 지났는데도 커튼 틈으로 숙소를 찾아 곰처럼 어슬렁거리는 여행자 커플이 보인다. 순록 두 마리도 덩달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기묘한 빛 속에서 잠이 오지 않는다.

 

 

◆ 북극의 심장 롱이어비엔

롱이어비엔은 북극한계선보다 1,300㎞ 이상 고위도인 북위 78도에 위치한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행정중심지로 지구상 최북단 마을로 유명하다. 인구는 약 2,100명으로, 대부분이 노르웨이인이며, 일부는 러시아인이다. 과거에는 석탄 광업이 전부였으나 1970년대 이후 관광과 북극관련 과학 등이 주요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겨울철에는 영하 40도의 강추위가 찾아오지만 스발바르의 서쪽 연안을 따라 흐르는 난류의 영향과 기후변화로 여름철 평균기온은 북극의 명성과는 사뭇 다르게 영상 5도로 온화한 날씨를 갖춘 곳이다.

 

다음날 아침 창문 밖의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밤새 눈이 뿌려진 정말 마법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이래서 매우 흥미로운 곳이구나. 지구의 정상에 있는 고립된 군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침산책 삼아 마을에 들어서니 뒷산이겠거니 여겼던 것이 빙하이고, 앞에는 피오르다. 마을 곳곳엔 곰을 조심하라는 표지판과 북극곰 박제가 보인다.

 

 

롱이어비엔은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한 도시로 여행자를 놀라게 하고 흥미롭게 하는 사실이 있다. 이곳에는 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롱이어비엔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은 불법이다. 스발바르의 토양은 영구동토층으로 묻혀있는 시체는 분해되지 않는단다. 특이한 점은 임산부는 출산 예정일 3주 전에 스발바르 군도 밖으로 이동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의료시설은 노동 및 배달 중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을 처리할 준비 정도가 전부다. 스발바르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는 있어도 태어나거나 묻힐 권리는 없는 슬픈 현실이다.

총기없이는 마을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이 총을 휴대하는 것은 토착 야생동물인 북극곰의 위험 때문이다. 배고픈 곰은 인간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총기 없이 마을을 떠나는 것은 불법이다. 개는 애완동물로 허락되지만 고양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고양이는 토착류를 사냥하고 죽이기 때문에 스발바르에서 사육이 금지된다.

야생 순록가족이 하얀 눈밭에 듬성듬성 난 마른 풀을 찾는 등 먹이 활동에 여념이 없다. 스발바르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북극곰의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 스발바르에는 북극곰이 상주인구보다 많은 2,500~ 5,500마리로 집계된다.

 

 

◆ 롱이어비엔의 또 다른 세상

이곳에는 숨 막히는 외딴 풍경으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아드레날린이 가득한 활동, 여행하기에 즐거운 거대한 빙하, 비교할 수 없는 산과 계곡 및 피오르 등이 있다.

공항에서 마을로 가는 길 위쪽 외곽의 산중턱에는 씨앗의 방주, 유전자원 보루와 인류 최후의 금고라고 하는 세계종자보관소(Global Seed Vault)가 있다. 폐광된 광산아래 지하50m에 동굴을 만들고, 1m 두께의 벽을 세워 씨앗을 보관하고 있다. 2008년에 건설되어 전기 공급이 끊어지더라도 영하18도의 보관온도가 0도까지 가는데 200년이 걸리도록 설계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홍수, 식물질병, 전쟁, 화재 등 각종 사태로 인류가 없더라도 식량종자 멸종에 대비하여 약100만 종의 종자들이 영구 보관되어 있다. 약 2만 종 이상의 우리나라 종자도 여기에 보관돼 있다.

 

 

또 하나는 인류기록을 보관하는 곳으로 북극세계기록보관소(Arctic World Archive)다. 세계종자보관소 인근의 버려진 탄광 갱도를 활용해 2017년부터 문을 연 세계기록보관소는 디지털화된 인류의 문화와 기록들을 최소 500년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42개국이 이용하고 있다.

 

 

스발바르박물관은 북극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지식과 스발바르의 역사, 지질학 및 야생동물에 대해 알려 준다. 북극탐험박물관은 역사적 문서가 풍부한 매우 흥미로운 사설박물관으로 극지탐험의 역사적 문서, 인터뷰, 편지, 비디오 및 시대 사진이 풍부하다. 갤러리 스발바르는 롱이어비엔의 아트 갤러리이자 예술 및 공예센터이다. 사계절 빛의 변화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사진들로 스발바르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1921년 건립된 스발바르교회는 지붕이 북유럽 스타일의 나무판자를 엉긴 형태이며, 외벽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어 롱이어비엔 어디에서도 눈에 띈다. 개방적인 교회는 24시간 열려있다. 마을 뒷산의 광산은 80년대 광부들의 모습과 광산 내부를 볼 수 있다. 지형이 험준해 출입 시 준비를 해야 한다. 2015년 첫 번째 맥주가 출시된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양조장을 찾아서 빙하맥주의 시원한 맛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북극 썰매 개 허스키 집을 찾아 바퀴가 달린 개썰매를 즐겼다. 겨울에는 개들이 눈 덮인 풍경을 가로 질러 썰매를 당기고, 기후변화로 여름시즌 눈이 없을 때 바퀴가 달린 개썰매를 탈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을 했다. 계절에 관계없이 잊을 수없는 모험이다. 하얗게 덮인 북극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 할 수 있다.

 

 

◆ 북극탐험의 전진기지

스발바르제도는 북극점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어 수많은 북극 탐험가들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1926년 이탈리아 항공기술자 겸 탐험가 노빌레(Nobile)와 아문센(Amundsen)은 노빌레라는 비행선을 타고 북극점탐험에 나서 1926년 북극점을 정복하였다. 1928년 2차 정복 후 아문센이 노빌레를 구조하러 나섰다가 이곳에서 실종되어 영원히 찾지 못했다. 남극과 북극 등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 선구자다운 최후가 아닌가 싶다.

 

 

북극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느끼기 위해서 여행자는 특별한 곳을 탐험하게 된다. 롱이어비엔은 섬이지만 경계가 없고, 북극 이야기로 가득한 곳으로 북극 타임머신은 실시간 모드로 북극탐험의 전진기지에서 여행자를 설레게 한다. 쇄빙선으로 향하기전 꿈에 그리던 거대한 빙하, 산과 바다가 가득찬 파노라마로 북극의 꿈이 얼음바다에 반영된다.

끊임없는 탐험과 도전을 하는 탐험가들을 위해 준비된 섬이다. 즉, 북극탐사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항구에 정박한 북극행 쇄빙선에 올라 내일 출항하는 탐험가로 등록을 사전에 완료했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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