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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 금융 공기업 ‘새 정부 눈치 보기’ 급급 “임원 인선 나몰라라”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 공기업의 임원 중 일부가 이미 임기를 끝냈으나 후임 인선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기존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금융 공기업들이 정권 교체기 상황에서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며 후임 인선을 지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역 금융가에 따르면, 이달 6일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 기업의 임원 9명이 임기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탁원·캠코·주금공 임원 9명

임기 끝나도 여전히 업무 수행

“현 정부 위해 자리 비워” 얘기도

전문성보다 낙하산 인사 선출 우려

“정권 전리품처럼 나눠주기 안 돼”

 

 

예탁원의 경우 안상섭 상임감사 임기가 올해 3월 말 종료됐다. 캠코에는 홍영 상임이사의 임기가 지난해 11월, 또 비상임이사 2명의 임기가 올 4월 각각 완료됐다. 주금공에는 조점호·설인배 상임이사가 올 4월, 또 비상임이사 3명이 지난달 초 임기를 각각 종료했다.

 

이들은 임기가 끝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공운법)에 따라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공운법에는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임기가 만료된 임원에 대한 후임 인선 절차는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만, 캠코와 주금공은 새 비상임이사를 선출하기 위해 인추위를 구성했다.

 

해당 공기업 측 관계자는 “현재 연임 결정을 위한 직무 수행 실적 평가 결과를 검토한 후 연임 또는 신규 임원을 선출을 위한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측 관계자는 “주요 사업과 정책 과제 등 업무 현황을 고려해 향후 임명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과는 달리 몇 달째 이렇다 할 인선 절차가 시작조차 되지 않자, 이들 금융 공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이들 공기업은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전문 임원을 서둘러 선출해야 하지만, 정권 교체기에 맞물려 기존 정부와 새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차일피일 인선을 지연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을 겨냥해 강하게 질책하자, 이들 공기업은 현 정부를 위해 임원 자리를 일부러 비워 두고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업은 정부에 의해 관리를 받다 보니 정권 교체 등에 굉장히 민감하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윤석열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 상황에서 공기업들이 되도록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뀜에 따라 임기가 완료된 임원 자리에 전문성 있는 인사보다는 새 정부나 여권과 코드가 맞는 ‘낙하산 인사’가 선출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나 여권 등이 금융 공기업에 포진한 야당 측 인사를 물갈이하고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탠 인사에게 임원직을 전리품처럼 나눠 주는 관행이 재연될 것이라는 비난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지역 금융 공기업에는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에 민주당과 궤를 함께하는 인사가 많이 포진해 있으며, 일부는 여전히 임기가 남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정부가 주요 공공기관에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실시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행정학박사) 교수는 “특히 금융 공공기관 임원 자리는 그동안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졌다. 이 때문에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선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권 교체 때마다 논란이 되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줄이기 위해 정부 정책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자리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를 이원화해 임명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