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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메트로폴리탄 뉴욕 핫플의 어제와 오늘]슈퍼리치들이 사랑한 ‘5번가' 지금도 럭셔리 스토어 즐비

(4)뉴욕 최대 중심가, 5번 에비뉴

 

 

5번 애버뉴 1854년부터 개발
상류층 대저택·호텔 밀집
주말마다 다채로운 행사 열려
타임스퀘어·브로드웨이 등

 

주요 길 찾는 필수 통로 역할
맨해튼의 심장 가로지르는
뉴욕의 대동맥 자리매김


화려한 뉴욕에서 또 가장 화려한 곳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5번 애버뉴를 떠올린다. 5번 애버뉴는 맨해튼을 위에서 아래로 관통하는 12개의 애버뉴 중 가장 가운데 위치한 애버뉴(동쪽이 1번, 서쪽이 12번 애버뉴)로 맨해튼의 최고 중심 도로다. 센트럴파크 남단에서 5번 애버뉴로 접어들면 바로 호텔 플라자(Plaza·1985년 역사적인 ‘플라자 합의'가 성사된 곳)가 보이고, 초고가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 주얼리 숍 티파니 앤 코(Tiffany & Co)를 필두로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양 길가로 길게 늘어서 있다. 트럼프 타워(트럼프 가족이 실제 거주하는 곳)를 지나 럭셔리 숍이 좀 뜸해진다 싶으면 세인트 패트릭(St. Patrick) 성당과 록펠러 센터, 삭스 피프스(Saks Fifth) 백화점이 보이고, 다시 더 내려가면 코리아타운 입구를 지나 뉴욕대(NYU) 부근 워싱턴 스퀘어(Washington Square)까지 이어지는 길. 가히 뉴욕의 센터, 한복판이라 할 만하다.

5번 애버뉴는 1834년 당시 저명 인사였던 브레부트家(Brevoort family)가 지금의 5번 애버뉴와 9번 스트리트 사이에 대저택(Georgian mansion)을 지으면서부터 개발되었다. 이 건물이 1854년 상류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브레부트 호텔(Brevoort Hotel)로 개조되고, 상류층만 출입하는 교회(지금도 그대로인 First Presbyterian church 등)가 거리에 들어서면서 더욱 번성하였는데, 의사, 사업가, 금융인 등 상류층 저택들이 5번 애버뉴 주변에 밀집하면서 뉴욕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의 최상류층 주거지역으로 명실공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남북전쟁이 끝나고 19세기 말 대호황기(Gilded age)에 들어 철도왕 밴더빌트(Vanderbilt), 금융왕 제이피 모건(J.P. Morgan) 같은 슈퍼 리치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곳도 이곳 5번 애버뉴 일대다. 특히 밴더빌트 패밀리가 살던 대저택이 4곳이나 되었는데, 이들 슈퍼 리치들의 대저택은 개인 파티룸, 극장, 아트 갤러리까지 구비한,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초호화주택으로, 작은 성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신축 호텔들에 밀려 그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 월도프 아스토리아(Waldorfs and Astors) 호텔(2014년 중국자본에 매각)도 당시 뉴욕의 양대 거부였던 월도프(Waldorfs)와 아스토리아(Astors) 패밀리를 기념하여 1931년 개축된 5번 애버뉴의 상징과도 같은, 매우 유서 깊은 호텔이다. 뉴욕 최상위 럭셔리 스토어들이 즐비하며, 각양각색 사람들로 늘 붐비는 5번 애버뉴가 지금도 예전과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다만 슈퍼 리치들이 살던 대저택들이 지금은 모두 상업용으로 개조되어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 과거 5번 애버뉴 주변으로 번창했던 교회들이 이제는 많이 사라져 일부 흔적만 남았다는 점 등이 조금 다르다.

센트럴파크 남단부터 NYU 부근 워싱턴 스퀘어까지 맨해튼의 심장을 가로지르는 5번 애버뉴가 뉴요커들에게 특별히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매 주말 이곳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행사만 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뜸해졌다고는 하지만 거의 매 주말 맨해튼의 크고 작은 온갖 행사가 이곳 5번 애버뉴를 중심으로 열리고, 한 해의 주요 시즌마다 행사의 중심에는 항상 5번 애버뉴가 자리한다. 3월 세인트 패트릭(St Patricks day) 페스티벌, 4월 부활절 행사, 6월 성소수자를 위한 프라이드(Pride) 퍼레이드, 9월 핼러윈 퍼레이드, 12월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 등 거의 일년 내내 굵직한 행사들이 5번 애버뉴 일대에서 개최되는 것만 보아도 이곳이 뉴욕의 대동맥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필자가 맨해튼 시내에 살아보니 5번 애버뉴 말고도 맨해튼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각 애버뉴의 특징을 분명히 체감할 수 있었다. 동쪽 이스트강(East River) 강변도로(Franklin D. Roosevelt Drive) 바로 안쪽 1~2번 애버뉴는 대체로 한적한 옛날식 건물이나 오랜 상점이 많고 3번~파크 애버뉴(사이 사이에 렉싱턴, 메디슨 애버뉴가 있다)는 비교적 최근 지어진 고급 오피스 건물과 아파트가 많으며, 5번 애버뉴는 럭셔리 스토어 및 백화점, 상업건물들이, 6번 애버뉴는 다시 대형 오피스 건물과 기관 건물이 많다. 7번 애버뉴부터는 서쪽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관광 모드로 바뀌는데,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주변과 8번 애버뉴까지는 말 그대로 전 세계인의 엔터테인먼트 집합소같이 시끌벅적하고 정신없이 다채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그러다 서쪽 9번 애버뉴쯤 접어들면 분위기가 다시 차분해지면서 주택가가 펼쳐지는데, 중심가에 비해선 훨씬 허름한 옛날식 건물이 많이 보인다. 10번 애버뉴부터는 오래된 상점과 창고, 아파트가 많이 보이는데, 서쪽 허드슨 강(Hudson River) 주변에 이르면 다시 최근 지어진 최고급 아파트와 부대시설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허드슨 강 주변은 맨해튼 내에서 최근 가장 핫해진 곳이기도 한데, 첼시 주변의 과거 정육공장(Meat packing) 부근(13번 스트리트)에서부터 미드타운(34번 스트리트) 서쪽까지 이어지는 과거 폐철도를 관광지로 복원한 하이라인(The High Line·우리나라 청계고가도로 복원사업의 벤치마킹 모델이기도 하다), 미드타운(30~34번 스트리트) 10번과 12번 애버뉴 사이에 청동색 벌집 모양 계단조형물로 최근 건축되어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허드슨 야즈 베셀(The Vessel, Hudson Yards) 등 핫플레이스들이 속속 이곳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욕의 이 모든 애버뉴의 중심인 5번가는 맨해튼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처음 타임스퀘어나 브로드웨이, 센트럴파크 등을 찾는 길에 필수적으로 마주치는 통로이기도 하다. 과거 뉴욕 초창기 자본주의가 부흥하기 시작하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중심가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거래가 많아지면서 오프라인 스토어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아져서인지 그만큼 5번가의 위상도 많이 약해진 듯 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뉴욕의 한복판 5번 애버뉴가 주는 매력은 뉴욕을 찾는 모든 이에게 시대 초월, 비교 불문한 끌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5번가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이 뉴욕을 다녀왔다고 하는 건 마치 앙꼬(팥) 없는 찐빵(단팥빵)이 정말 맛있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뭔가 허전한 일이다.

최재용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