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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단독]“재산권 동결 수준”…부지 양도제한에 대구 혁신도시 기업들 ‘비상’

취득가격+물가상승률+취득세 등으로만 부지 판매 가능…기간 제한도 없어
기업들 “안내 못 받아, 영구히 부지가격 제한은 과도한 규제”
전국 혁신도시 유일 특구-첨복단지 겹친 대구 혁신도시, 피해 커

 

 

대구 혁신도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관련법에 포함된 '메가톤급' 부지 양도제한 규정에 따라 영구적으로 토지를 시세대로 팔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뒤늦게 해당 조항을 인지한 입주기업들은 "사전에 이런 규제를 알았다면 입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9일 대구시와 혁신도시 기업들에 따르면 입주기업이 혁신도시를 떠날 경우 5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부지에 대해서는 영원히 시세대로 받지 못하고 매입한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팔아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혁신도시법) 한 조항 탓이다. 2015년 12월 신설된 혁신도시법 제5조의4 '부지의 양도제한' 항목 3항에는 '입주기업이 건축물을 팔 때 부지 양도가격은 취득가격에 생산자물가상승률, 취득세 등을 합산한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더욱이 해당 조항은 양도제한 기한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대구혁신도시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주변 땅값이 아무리 올라도 혁신도시 입주기업은 재산가치 상승을 누릴 수 없다는 얘기이고, 거의 재산권 동결에 해당하는 규제"라며 "해당 조항이 존재하는 한 대구 혁신도시 입주기업들은 수천억원의 잠재적인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며 추가 입주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조항이 있는데 누가 입주하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해당 조항은 기업이 싸게 부지를 분양 받고, 각종 혜택을 누리며 사업 활동을 통해 영리를 추구할 수 있지만 지가상승을 통한 이익은 제한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업들은 영원히 양도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고,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망연자실 기업들

 

혁신도시법에 따라 입주기업이 시세대로 부지를 팔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기업들은 상실감을 표출했다.

 

대구혁신도시 A입주기업은 "기업이 사업을 통해 영리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동산도 기업의 재산상 가치를 결정하는 큰 요소인데 가격을 영구히 제한하는 것은 너무나 과도한 규제"라며 "이런 조항이 있다면 사전에 상세한 안내가 있었어야 마땅한데 지금까지 전혀 관련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B입주기업은 "싸게 분양을 받았으니 토지를 통해 이익을 얻지 말라는 법의 취지는 일견 이해가 된다"면서도 "기업들이 사전에 인지를 했으면 몰라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분양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취득가격에다가 물가상승분만 반영해 팔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당연히 입주를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왜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났나

 

입주기업들은 해당 법률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C입주기업은 "엄청난 내용을 담은 조항임에도 입주기업들에 전혀 안내가 안 됐다. 입주공고문, 안내문, 입주승인서 어디에도 해당 안내가 없었다"고 했다.

 

실제 대구첨복재단과 대구시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간 대구 혁신도시 입주기업 공고문에는 해당 조항에 관한 특별한 안내는 없었다가 최근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각 구역마다 적용받는 법이 달라 혼란을 키웠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구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혁신도시 구역 내에 대구연구개발특구(의료R&D지구)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대구첨복단지)가 겹쳐 있다.

 

의료R&D지구와 대구첨복단지는 각각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에 관한 특별법'(첨단의료단지법)과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연구개발특구법)의 적용을 받는데, 각각 10년과 5년의 양도제한 기한이 있다. 여기에 혁신도시법이 덧씌워진 형태다.

 

대구혁신도시 입주기업들은 부지 양도제한에 관해 첨단의료단지법이나 연구개발특구법이 아닌 혁신도시법의 적용을 받아 영구히 부지를 제 값에 팔 수 없다는 얘기다.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10년이나 5년만 지나면 양도제한이 풀리는 것으로 생각할 소지가 큰 것이다.

 

◆대구는 더 큰 피해

 

대구 혁신도시는 의료R&D지구와 대구첨복단지 양 구역에 15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공공기관 위주인 다른지역 혁신도시보다도 기업 입주율이 월등이 높아 혁신도시법 부지 양도제한 조항의 적용을 받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일단 대구시는 적극적으로 나서 이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기본적으로 해당 조항이 생긴 2015년 12월 이전에 입주한 기업에는 소급해서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다. 또 대구첨복단지와 의료R&D지구가 중복된 대구혁신도시는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두 개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부지 양도제한 규정이 생긴 2015년 12월 이전에 입주한 기업들은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인지에 관해 감사원에 의견을 구해둔 상태"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또 "혁신도시 규제가 이렇게 이중으로 적용된 지역이 대구밖에 없다"며 "예상되는 기업들의 피해가 큰 만큼 국토부와 계속해서 협의하고 법 개정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몇 차례 대구시의 질의를 받아 대구 혁신도시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문제에 관해 다각도로 법리 해석을 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