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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간판부터 차이나니까'… 경기도에 국경이 생겼다

 

 

간판을 읽을 수가 없어요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간판을 읽을 수가 없어요.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경기도내 중국인 밀집지역에 한글을 표기하지 않은 한자 간판들이 즐비하지만 지자체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간판에 외국 문자를 표기할 때 한글을 병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자 간판이 가득해진 중국인거리에 한국인들의 발길은 끊어져 고립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인 밀집지역 한국인 발길 뚝
한글 병기 없는 옥외광고물 즐비
원곡동 가게 메뉴판도 한자 도배

 

 

지난 13일 오전 찾은 안산 원곡동. 한글 표기조차 하지 않은 한자 간판들이 곳곳에 보였다. 메뉴판마저 한자로 쓰여 있어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알기 어려웠다. 사진을 통해 어떤 음식을 파는지 짐작하거나, 한자 옆에 붙은 가위 표시를 보고 미용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게 안은 물론 거리에서도 한국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수원 고등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산보다는 한글을 병기한 간판이 많았으나, 대부분 조그만 글씨로 쓰여 있었다. 간판, 메뉴 모두 한자로 표기됐으나 '각종 모임', '단체석 완비' 등만 한글로 표기한 가게도 보였다. 한국인들은 안을 들여다보거나 주인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어떤 가게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들만의 세상'이 된 중국인 거리에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발길은 끊어졌다. 이모(29·안산)씨는 "한자로 쓰여 있어 어떤 가게인지 알 수가 없으니 그쪽은 잘 가지 않게 된다. 거의 중국인들만 중국인 거리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33·수원)씨 역시 "중국인 거리에서 약속을 잡거나 밥을 먹진 않는다. 한자 간판들을 보면 장벽을 세워둔 느낌"이라고 했다.

최대 500만원 이행강제금 있지만
인력부족 등 이유로 지자체 뒷짐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간판에 외국 문자를 표기할 시 한글 병기가 원칙이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지자체는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민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간판을 위주로 정비하다 보니, 한글 병기 여부까지 단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위험하거나 미관을 저해하는 간판을 우선 단속하고 있다. 이행강제금도 사고 위험이 높은 위험한 간판에 부과해 즉각적으로 철거하게끔 하고 있다. 아직 한글 병기 여부는 따로 단속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 역시 "위험한 간판 단속 위주로 행정력이 집중됐다. 원칙적으로 한글 병기까지 따지는 게 맞지만, 그 외에도 불법적인 간판이 너무 많다. 외국어 간판은 한자뿐 아니라 영어도 많은데, 이를 모두 단속하기도 어렵고 반발 민원도 심하다. 무엇보다 한글 병기까지 강제할만한 인력이 없다"고 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