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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맛·지역의 멋]분단 한탄하듯, 한탄강에 흐르는 봄

숨·명·찾 가이드 (4) 최전방의 땅 ‘철원'

 

 

지난달 28일 철원 민통초소로 향하는 고석정 주차장 앞, 시동을 걸었던 버스가 멈춰 섰다. 심각한 표정의 안내원들이 전화를 주고받았다. 버스 안 50여명의 얼굴이 어두워질 새도 없이 비보가 떨어졌다. 북한에서 발생한 산불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철원 평화전망대 인근까지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관광객들은 툴툴 불평을 해댔지만, 지금 서 있는 땅의 사정을 생각해 보면 딱히 놀라울 것도 없었다. 이곳은 분단 이후 70여년간 소리 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철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전방의 땅. 1,000년 전에는 승려 출신 태봉의 군주가 넓은 평야를 꿈꾸며 수도 삼고 싶어했다는 곳, 철원.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는 듯한 때에도 이곳에는 아직까지 분단의 현실과 인간이 만들어낸 참상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민통선 이북 농지 출입을 걱정하는 농민들, 국방개혁으로 인구가 빠져나가자 손님이 줄었다며 한탄하는 시장 상인들의 한숨 소리는 사실 한국사회가 함께 짊어졌어야 할 접경지의 아픔이다.

그럼에도 철원은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 중이다. 반복되는 좌절에도 다시 도전하는 주민들은 한탄강 주상절리길 까마득한 절벽에서도 고개 들고 피어나는 꽃들을 닮았다. 절벽에서 피어난 야생화, 소나무와 현무암, 화강암 등 54만년 전 화산 활동의 흔적을 보고 있자면 그것이 또 대견해 어떤 풍경이 있나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마치 이곳에 오면 통일 이후 철원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국에서 으뜸가는 쌀을 생산하는 대철원 곡창지대의 너른 초록빛 역시 빠질 수 없는 철원의 봄 풍경이다. 10도 안팎의 일교차, 기름진 황토흙, 그리고 분단으로 인해 인적이 끊기며 만들어진 깨끗한 물과 공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에서 제일가는 밥맛, 오대쌀을 만들어냈다. 김이 팔팔 나는 솥을 주걱으로 휘저어 공기에 담으면 짜르르 윤을 내는 오대쌀의 찰기는 사실 사람 살기 어렵고 인적이 드문 자연환경을 이용해 부지런히 농사를 지은 이곳 주민들의 끈기다. 모내기가 한창인 4월에서 5월 말까지는 철원 전 지역에서 모내기가 최우선 과제이기에, 비무장지대 안쪽 관광도 경운기를 배려해 버스로만 가능하다. 모내기로 인해 한탄강의 색깔은 황토색이지만, 사실 이 색은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황금빛'이다. 모내기철이 마무리되는 5월31일까지는 평일과 주말 모두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셔틀버스를 통해 선착순 이동 가능하니, 오히려 민통선을 ‘가성비 넘치게' 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자연이 만들어낸 봄의 하모니와 인간이 자초한 겨울이 공존하는 이곳 철원. 이번 가정의 달에는 가족의 손을 잡고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한 이 너른 마을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분단 이후 누구보다 평화를 소망해 온 주민들의 생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면, 한반도도 평화와 안녕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지도 모른다.

숨·명·찾이란?

강원도에는 관광객들의 집중적인 애정을 받았고, 지역 주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은, ‘숨은 명소'가 많다. 강원일보 ‘미토'팀은 그런 ‘숨은 명소'들을 찾아내 2022년 젊은 세대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박서화·이현정·김현아기자 / 편집=이상목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