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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신팔도명물]자연, 시간, 정성으로 발효 새콤달콤 봄의 맛 ‘고창 복분자식초’

복분자 단맛·산미 균형 이룬 한국형 발사믹 식초…비타민·미네랄 체내 흡수율 도와
전북 고창군, 2019년 전국 최초 식초문화도시 발판 마련…‘6차 산업화’ 모범사례로

 

코로나19로 ‘면역력’이 식품 등 관련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근래 주목받고 있는 식품을 꼽으라면 단연, 발효식초다.

식초의 새콤달콤한 맛은 ‘봄’을 연상시킨다.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생동감 있게 바꿔주는 경쾌한 맛이다. 식초에 들어있는 60여종의 유기산이 몸의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제 발효식초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자연과 시간, 정성으로 빚은 하나의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신비의 과실인 ‘복분자’의 도시로 익히 알려진 전북 고창군은 2019년 전국최초 식초문화도시(Vinegar City)를 선포했다. 고창군은 지역 특산물과 쌀 소비를 촉진해 농가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경제도 살리는 진정한 ‘6차 산업화’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왜 식초인가

식초는 ‘인류 최초 조미료’로 잘 알려져 있다. 먼 옛날 냉장기술이 없던 시절, 먹다 남은 술이 발효되면서 탄생했다. 과일이나 곡류를 발효시키면 술이 되는 데 그 술을 더 숙성시키면 식초가 된다.

실제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도 소염다초(小鹽多醋), 즉 ‘소금은 적게 먹고 식초는 많이 먹는 게 건강에 이롭다’라고 기록돼 있고, 고려시대 한의서인 ‘향약구급방’에도 ‘약방마다 식초를 약으로 썼다’고 전해진다.
 

발효식초에는 몸에 좋은 유기산들이 함유돼 있다. 이 다양한 유기산은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발효식초는 피로를 유발하는 젖산의 생성을 막아주기 때문에 천연 피로 해소제 기능도 한다.

◇고창군이 식초에 주목하는 이유

고창군은 식초의 원료가 되는 쌀과 보리를 비롯해 국내 베리류(복분자·아로니아 등)의 최대 생산지로 정평이 나 있다. 고창 복분자는 황토의 풍부한 미네랄과 서해바다의 해풍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고 색깔이 진하며 다양한 기능과 뛰어난 유효성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게르마늄 함유량이 높은 온천수 등이 발효수로 활용되면서 명품식초가 탄생할 수 있다.

인적자원도 풍부하다. 고창군은 식초분야 최고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농가는 물론, 귀농인, 퇴직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식초연구회에 모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창군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3개 업체가 식초를 생산하거나 준비 중에 있고 2023년까지 20개 업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업체별 소득도 평균 1억원으로 연간 500%씩 성장하고 있다. 품목 제조보고도 2020년 20개에서 60개로 늘었다. 10개 업체가 4개 품목 이상을 생산하고 있어 실질 가동률은 전국 최고다. 특히 ‘복분자 식초’는 복분자 원물의 소비촉진과 더불어 13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식초의 등장’ 복분자 발사믹 식초

100%수입에 의존하던 이탈리아의 발사믹 식초에 비견할 한국형 발사믹 식초가 등장했다. 포도 대신 복분자를 원료로 하며, 오크통 대신 전통옹기에서 숙성시킨 프리미엄 발효식초다. 끈적하고 진한 농도와 함께 복분자의 단맛과 산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올리브오일이나 들깨 생오일을 섞어 빵을 찍어 먹거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활용하면 복분자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과 깔끔한 뒷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고창의 복분자식초, 복분자 발사믹식초는 복분자의 비타민과 미네랄의 체내 흡수를 도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초문화 시장성 입증

고창에선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복분자 식초 음료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고창 곳곳의 카페에서, 청소년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커피 대신 복분자 식초 음료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복분자 식초의 새콤한 맛과 복분자 원액의 단맛이 어우러진 맛과 기능성 음료로 건강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식초 전문교육과정인 ‘식초문화 아카데미’에는 2020년부터 250여 명이 이론과 실습교육을 통해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발효식초 제조법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우고 있다.

마을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식초교실’ 역시 현재까지 22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특히 어르신들은 골다공증,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초밀란 교육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음식에 활용할 수 있는 청주식초, 막걸리 식초 등도 호평이 이어졌다.

 

 

◇고창 복분자·식초산업특구 지정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고창을 ‘복분자식초산업 특구’로 지정하며 복분자·식초관련 특허출원의 우선 심사, 농지법, 도로교통법, 옥외광고물법, 도로법, 식품위생법 등의 각종 특례를 부여해 줬다.

이에 더해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발효식초산업 플랫폼 구축사업’의 국비지원(20억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고창군 부안면에 식초 산업화를 위한 품질관리, 상품화 개발 등을 할 수 있는 공유 가공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고창군은 발효식초 공동생산과 제조기술을 지원해 농가형 소규모 업체들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이맘때쯤이면 노곤해지는 혀, 텁텁해진 입맛을 건강하면서도 새콤한 신맛을 보장해 줄 고창의 전통 식초를 통해 달랠 수 있다”며 “지역을 특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식초 도시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북일보=김성규 기자

/사진제공=고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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