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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1986년 1월 ‘설악동' 75㎝ 눈폭탄에 도심 마비

 

 

1986년 1월21일 동해안 지역
새벽부터 1m 가까운 폭설
버스 운행 멈추고 비행기 결항
운전기사 파묻힌 차량 꺼내고
시민들 쌓인 눈 치우기 팔걷어


강원도는 우리나라 겨울의 상징이다. 우리 도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이기도 하지만 많은 눈이 내려 겨울왕국의 모습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나뉜 지역은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생활모습도 다르다. 강원도 기자들은 각종 사건 사고를 통해 성장한다. 영동지역은 자연재해가 많아 예고되지 않고 발생하는 뉴스에 동물적 감각으로 적응하게 된다. 봄은 산불, 여름은 집중호우 그리고 겨울 폭설 등 자연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다보니 스폿뉴스(Spot news) 취재의 달인이 된다. 이 기간 영동지역의 기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회식을 하거나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은 삼가야 한다. 영동의 산과 바다, 그리고 바람 등 자연은 기자를 사건 사고 취재에 최적화된 요원으로 키운다. 제설을 담당하는 행정도 숙달돼 다른 자치단체에서 견학을 오고 있다.

얼마 전 12월24일부터 25일까지 속초지역에 55.9㎝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24일 밤부터 민간 제설장비와 속초시 제설장비 등을 가동해 제설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속초시 홈페이지와 SNS에는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비판이 이어졌다.

영동지역은 해마다 한꺼번에 많은 눈이 내려 모든 교통수단을 멈추게 만든다. 동해를 지나며 수증기를 한껏 머금은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찬 공기와 만나 거대한 눈구름으로 변하면서 많은 양의 눈이 내린다. 동해와 백두대간이 만든 현상으로 대간을 넘지 못한 따듯한 기단이 산줄기를 따라 주춤대면서 눈을 쏟아낸다. 보통 1월과 2월에 내리는 눈은 폭설로 변하기 쉬우며 물기를 많이 품은 눈으로 가옥, 시설, 소나무 등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1986년 1월21일 고성을 비롯한 삼척까지 새벽부터 많은 눈이 내렸다. 속초 설악동에 75㎝를 비롯 한계령 70㎝, 속초 44.1㎝, 강릉 37.3㎝, 삼척 24.5㎝ 등 폭설이 내렸다. 1976년 속초에 내렸던 80㎝의 폭설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었다.

폭설은 속초~고성 간 버스 노선을 멈추게 했고 비행기 운항도 중단시켰다. 속초시는 21일 새벽부터 하루 종일 내린 눈이 대청봉 72㎝, 양폭 65㎝, 희운각 50㎝를 기록해 겨울왕국으로 변했다.

시내에서 차를 움직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또한 속초시내와 설악동을 연결하는 목우재 차량통행이 불가능해졌으며 한계령과 진부령 방향은 일방통행으로 불편을 겪었다.

설악동은 이름처럼 동화 속 눈세상이 되었다. 운전기사들은 눈 속에 파묻힌 승용차, 버스 등을 꺼내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어린 학생들은 눈 내린 풍경 속으로 뛰어들며 겨울이 주는 낭만을 한껏 즐기는 표정이다.

속초시내는 시민 모두가 나와 인도와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7번 국도변에서도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끊어진 도로를 복구하느라 연신 눈을 삽으로 치우고 있다. 당시 대포항은 높은 건물이 없어 주변 산들이 속살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강릉에서 10여년 근무하면서 해마다 폭설을 뚫고 현장을 기록해 왔다. 시간당 10㎝가량 쌓이는 눈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곤 한다.

동해안의 폭설 취재는 가까이에서 보면 고난이었지만 긴 시간 뒤에서 되새김질하며 본 그 현장은 추억의 한 장면이 되고 있다.

글=김남덕 사진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