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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공공병원·병상 확대 등 의료체계 개선해달라”

[기획] 경남민심 들어보니 1부 지역이슈 ⑫ 코로나에 위협받는 공공의료

“코로나가 창궐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됐네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방적 희생이라고 느껴지지 않도록 존중해주세요.”

 

경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701일째.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에서 K-방역의 버팀목은 ‘공공의료’였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코로나19로 입원치료 받은 환자 15만8098명 중 10만7597명(68.1%)이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 대비 약 5%에 불과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70%를 담당한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경남의 경우, 코로나19 입원환자 6314명 중 5896명인 93.4%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공공의료인들의 ‘K-방역’을 떠받치고 있는 그들의 피로는 가중돼 왔다. 한두 달도 아닌 2년이 되어 가면서 많은 의료진들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 끝 모를 코로나19 속에 의료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공공의료 종사자들의 고통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공공의료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체 의료기관의 5% 불과하지만
코로나 환자 70% 치료…경남 93%

 

수당·휴식 보장 안돼 인력난 반복
보건인력 차출 인한 의료 공백도

 

“감염병 전담인력 구성 등 대책을
의료인 의견 존중 후보 선택할 것”

 

 

 

◇인력난 악순환에 상대적 박탈감=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죠. 거기에다 업무에 대한 정당한 수당이 돌아가지 않다 보니 코로나 병동의 직원 분들이 힘들어서 계속 나가고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네요.”

 

경남지역 한 병원 코로나19 중환자실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예슬(가명)씨는 오늘도 레벨D 방호복을 갖추고 병동으로 들어선다. 처음에는 갑갑하고 불편했지만 위드코로나라는 말처럼 어느덧 방호복이 익숙해졌다. 그런 이씨도 인력 부족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난 18일 만난 이씨는 “처음 코로나 중환자실 병동을 맡았을 때는 수당이 있었는데 지난해 1월부터는 수당이 끊겼다. 더 이상 정부에서 돈이 안 나와 수당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임금과 복지 차이는 방역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이씨는 “파견 간호사분들은 휴게시간도 정확하게 보장을 받고 일당도 30만원 가량 된다. 반면 파견 간호사보다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본원 간호사들은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코로나 시국이 2년이 다 돼가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업무 체계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업무적으로 나눠져 있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응급구조사, 의사들이 하는 일을 간호사들이 맡아할 때가 있다. 업무 프로토콜이 명확히 잡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뜬구름 잡지 않고 의료종사자들이 처한 현실을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대선후보가 있다면 선택할 것이다”고 전했다.

 

◇보건취약지역은 의료 공백=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타 지역으로 파견을 자주 가다보니 원래 근무지가 비게 될 때가 있어요. 보건의료 취약 지역에 보건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공중보건의의 취지와는 다르게 도시 지역 의료를 메운다는 게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파견을 가는 의료인 또한 고충이 크다.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다. 경남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는 김민수(가명)씨는 정기적으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나 임시생활시설에 차출돼 감염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한두 달에 한 번씩은 2주 동안 장기 파견을 가기도 한다. 서울, 경기도, 인천, 부산 등 인력이 필요한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차출된다. 그럴 때면 원래 근무지는 빌 수밖에 없다.

 

김씨는 “최근에는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센터 병상 대부분이 꽉 차 있다. 업무적인 부담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차출되면 원 근무지를 비워야 되는 부담이 제일 크다. 근무지에 의사가 없으니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 혈압약을 처방받아 매일 드시는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혈압 조절이 잘 안 되는 분들이 많은데 혹여나 제가 없을 때 큰 일이 생길까봐 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중보건의의 원래 취지도 의료 소외 지역을 위한 공공의료 제공인데 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부산, 창원 이런 곳은 군단위의 소도시 대비 의료 취약 지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골 의사들을 강제 차출해서 도시 지역 의료를 메운다는 게 맞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대안으로 공공의료 부문에 코로나 등 감염병 전담 인력 구성을 제안하며 무엇보다 정책 결정 시 의료인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대선후보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공병상 의료기관 확충으로 공공의료 강화해야”= 현재 공공의료기관과 공공병상의 비율은 10% 미만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과 공공병상 비중은 각 5.4%, 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OECD 평균 공공의료기관과 공공병상 비중은 각 55.2%, 71.6%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은 공공병원과 공공병상 확대를 외치고 있다. 지난 17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공공의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책 요구안에 대해 대선 후보 5인(김재연, 심상정, 안철수, 윤석열, 이재명)의 답변을 공개했다. 이 중 윤석열 후보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무응답으로 발표됐다.

 

공공병상 비율 30% 이상 확대에 대한 요구에 김재연·심상정 후보가 동의했으며 안철수·이재명 후보가 부분 동의했다. 의료취약지 공공병원 설립 및 중앙정부 지원에 대한 질의에는 김재연·심상정·안철수 후보가 동의했고 이재명 후보가 부분 동의했다. 이재명 후보는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은 다양한 여건 등을 고려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