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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맛 지역의 멋]‘시슐랭가이드' 원주 미로예술·중앙시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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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도 괜찮아

길이 나오겠거니 무작정 걷다가는
아차차, 막다른 길을 마주하기 일쑤
잃으면 잃는 대로 보석 같은 가게들 만나
40년 된 양복점부터 신생 공방까지…
헤매는 게 이렇게 정겨운 일이었던가


북적이는 장터 한가운데 무지개 빛깔 계단이 있었다. 그곳을 한 발, 두 발 걸어 올라가면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시장이 하나 더 등장한다. 오래된 철학관부터 새로 생긴 공방까지, 가게마다 시나브로 시선이 닿는다.

길을 잘 찾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당황스러웠다. ‘미로(迷路)'. 대체 어디로 가야 목적지가 있는 걸까. 길이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무작정 걷다가는 막다른 길을 마주하기 일쑤. 내가 방금 지나온 골목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헨젤과 그레텔처럼 빵조각이라도 남겨야 하나?

하지만 미로예술시장 안에서만큼은 길을 잃어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길을 잃으면 잃는 대로 개성 넘치는, 보석 같은 가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로예술시장은 특이하게도 원주 중앙시장 2층에 있다. 중앙시장 가까운 곳에 옹기종기 모인 3개 시장 중 하나다. 예로부터 강원도의 관문이자 거점이었던 도시인 만큼 시장도 번성했다. 중앙시장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자유시장과 인근의 도래미(道來美)시장 등 맛집까지, 상점들이 즐비한 이 일대는 원주 사람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미로시장의 또 하나의 매력은 오래된 건물에 터를 잡은 청년 사업가들이다. 2015년 앳된 얼굴로 원주에 자리 잡은 청년 사업가들은 이제 카페, 제과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지역을 살리는 든든한 사업가들이 됐다.

중앙시장은 가·나·다·라동으로 구분된다. 이 중 나동은 화재가 났던 2019년 1월 이후 아직까지 어두컴컴하다. 길을 잃다가 나동 근처에 가게 됐다. 불이 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불에 그을린 간판과 자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까맣게 변해버린 벽과 전선에 을씨년스러움이 스친다. 통행을 막아둔 길에는 고양이들의 사료통이 있어 고양이들만 이 길을 오고 다니겠구나 짐작게 했다.

이외의 세 개 동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자, 신발, 이불 등 잡화와 반찬가게, 전집 등이 있는 1층 중앙시장을 아래에 두고 2층 방문객들은 길을 헤매면서도 웃으며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공방에서 체험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시장의 마스코트인 고양이와 생쥐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고 사진을 찍기 좋은 벽화도 많았다.

오래된 가게와 신생 가게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풍경도 이색적이다. 2층에서 제일 오래된 곳을 물으니 모두 명양복점을 가리킨다. 15살부터 양복을 만들어 온 명효성(84) 제단사는 40여년 전 원주에 정착해 같은 자리에서 양복점을 운영해 왔다고. 간판부터 오래돼 보이는 명양복점 옆으로 금은방, 세공방 등 오래된 가게들과 함께 가죽, 오르골, 자수 등 각종 신생 공방, 장난감과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도 시장을 가득 채웠다.

사방팔방 길이 막힌 데 없이 통한다는 ‘사통팔달' 도시 원주. 원주에는 묘하게도 길을 잃게 하는 원주 미로 예술시장이 있다. 혹여 여유가 있다면 지도는 마음과 같이 내려놓고 길을 잃어보는 것도 좋겠다. 헤매다 보면, 장담컨대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다. ‘헤매는 것이 이렇게 정겨운 일이었던가'.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이 따뜻하게 녹아 있었다.

미토팀=신세희·이현정·박서화·김현아·김인규기자/ 편집=이왕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