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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안동호 풍경 골목에 그린 예술의 끼가 남다른 마을-예끼 마을과 도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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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호 수몰된 마을 이주민들이 만든 정착지가 예술 마을로
안동호 위 길이 1km 수상 덱은 촬영 명소
환상적인 왕버들 비롯해 도산서원은 단풍 절정

경북 안동에는 깊어가는 가을을 다양하게 이색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널려 있다. 너른 안동호 위로 걸어가볼 수도 있고, 마치 영화 속의 한장면 같은 풍경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안동에 담겨 있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러 달려가본다.

 

 

■예끼마을과 선성수상길

 

골목길 입구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이 앉은 자리 옆의 골목길 바닥과 담벼락에는 재미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시원한 폭포수가 흘러내려 개울물을 이루고, 개울물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는 그림이다. 이른바 트릭아트 골목이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인 이곳은 예끼마을이다. 1974년 안동호가 생기는 바람에 수몰된 고향 마을을 떠나야 했던 이주민들이 새롭게 조성한 마을이다. 고향을 멀리 떠나기 싫었던 사람들은 안동호 인근 산비탈을 깎아 만든 도산면 서부리 이주단지에 자리를 잡았다. 안동호에 잠긴 고향마을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소였다.

 

 

2010년부터 ‘선성현 문화단지 조성사업’을 실시한 덕분에 초라한 시골마을은 벽화골목, 갤러리, 공방, 화실, 카페 등이 들어선 문화예술인 마을로 바뀌었다. 이름은 ‘예술에 끼가 있다’는 뜻을 담은 예끼마을로 정했다. 겉모습만 보면 한산한 시골마을이지만 속을 잘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이름 그대로 예술의 기운이 흘러넘친다. 레지던시갤러리, 예갤러리 등 미술 전시 공간만 4곳에 이른다.

 

 

마을 인근에는 선성현 문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안동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객사, 동헌, 역사관 등 옛 관아를 복원한 시설이다. 고려시대 선성이라는 지명과 조선시대 예안현 관사가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재현했다. 문화단지 너머에는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선성공원이 나타난다. 할머니 서너 명이 고불고불한 언덕길을 따라 공원 위로 올라가고 있다. 정상에 서면 안동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예끼마을에서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장소는 안동호 위에 떠있는 부교인 선성수상길이다. 2017년 말 안동선비순례길 아홉 개 코스 중 하나로 안동호에 설치한 길이 1km, 폭 2.75m의 수상 데크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SNS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한 장소다.

마침 바람도 심하게 불지 않아 선성수상길을 산책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부교는 수위 상황에 따라 위아래로 뜨고 가라앉은 구조로 이뤄져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으면 부교가 물살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다.

 

 

부교에서 바라보는 안동호와 주변 풍경은 그야말로 차분하다. 눈앞을 가리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안동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마저 든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아주 미세한 파동만 흐르고 있는 호수의 수면은 그야말로 평화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선성수상길 중간 부분에 갑자기 풍금 한 대와 책상, 그리고 걸상들이 나타난다. 어린 학생들이 수업을 하거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사진들도 전시돼 있다. 안동호가 생겨 주변 지역이 수몰되기 전에 풍금이 있던 자리에는 예안국민학교가 있었다. 1909년에 문을 연 학교였으니 수몰 당시에는 60년을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었다. 수몰 이후 다른 곳으로 이전한 학교는 아동 수 급감 때문에 급기야 폐교하고 말았다. 지금 남아 있는 예안국민학교의 흔적은 풍금 한 대뿐이다.

 

 

■도산서원과 가을길

 

도산서원은 뜻밖에 가을단풍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올해는 여름 무더위 탓에 가을단풍이 그다지 예쁘지 않다고 하지만 도산서원 주변의 단풍은 그렇지 않았다.

 

도산서원삼거리에서 도산서원으로 이어지는 도산서원길은 온통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영지산 산자락은 물론 도로 바닥에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신비한 색으로 뒤덮인 가을단풍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도산서원을 향해 달리는 차량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속도를 줄이고 차창을 연다. 은근한 가을단풍 향기가 차안을 한 바퀴 휘감고 지나가면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안동호의 가을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뺨을 스친다.

 

 

도산서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산책로도 마찬가지다. 잎들이 잘 익은 단풍나무 아래에는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나뭇잎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자 나뭇잎의 색은 빛에 따라 장난을 친다. 은근한 분홍색으로 변했다가 나중에는 보라색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도산서원 앞 너른 공터에는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왕버들 두 그루가 서 있다. 너무 긴 세월에 지친 탓인지 두 나무 모두 가지가 땅으로 축 처져 있다. 거무스레한 나무 둥지 및 가지 색깔과 뒤쪽 언덕을 뒤덮은 짙은 갈색의 나뭇잎 색깔이 환상 같은 분위기를 이뤄낸다. 강렬한 색채미학을 아주 중시하는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들을 생각나게 하는 느낌이다.

 

 

도산서원은 1561년 퇴계 이황이 만든 도산서당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자들이 같은 자리에 만든 게 서원이었다. 현판은 한석봉이 친필로 쓴 것이다.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곳에는 이황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도산서당과 기숙사인 농운정사, 책을 보관하는 광명실, 유생들이 공부하던 동재와 서재, 학문을 강론하던 전교당, 서원에서 찍어낸 책의 목판본을 보관하던 장판각, 이황의 위패를 모인 사당인 상덕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