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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남한산성의 숨겨진 이야기 '힌트'… 조선시대 나무 건축자재 찾았다

남한산성 국청사지 2차 발굴조사서 목부재 출토
국청사 누각 '월영루'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
남한산성 발굴조사서 조선시대 건축부재 확인 '첫 사례'

 

 

목부재가 나올 거라 생각도 못 했고, 나온다고 해도 형태가 온전할 줄 몰랐습니다
발굴 현장이 들썩였다. 조선시대 건축물에 쓰인 나무 자재가 축축한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는 돌과 같은 재료와 달리 부식돼 없어지기 쉬워 좀처럼 온전한 형태를 발견하긴 어려운데, 연꽃·귀신 얼굴 등의 조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발굴에 참여한 장세웅 경기문화재연구원 학예사는 "목부재가 나오면서부터 빨리 조사를 끝내고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남한산성의 승영사찰 '국청사'

 

목부재 출토 이야기에 앞서 이러한 자재를 사용해 지었던 사찰 '국청사'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 수도 한양을 지켰던 남한산성은 인조 2년(1624년)에 지어졌다. 당시 산성을 지을 때 성내에는 '승영사찰'이 같이 만들어졌다. 승영사찰이란 산성의 축조와 수비를 목적으로 승군이 산성에 주둔하게 되면서 건립된 사찰을 말한다. 그래서 일반 사찰과 달리 무기고나 화약고와 같은 군사적 공간이 함께 확인되는 특징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국청사는 한흥사와 함께 남한산성 내에 가장 먼저 세워진 사찰이다. 조선후기 경기도 광주의 읍지인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의 기록에 의하면 '국청사는 남한산성 서문 안쪽에 있으며, 누각과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또 이명룡의 '계일헌일기(戒逸軒日記)'에는 국청사 누각의 이름이 '월영루'라고 기록돼 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는 승용사찰은 조선후기로 갈수록 군용의 역할이 축소되고 유지되기 어려워 사세가 기울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데다 일제강점기 때 군사시설의 역할을 했던 승용사찰을 견제해 모두 폐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승용사찰에 대한 발굴이 필요했다.

 

 

온전한 형태의 목부재 출토...남한산성 발굴조사 첫 사례

 

 

 

경기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1차 발굴조사에서는 국청사가 중정(中庭)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는 승방(승려가 거처하는 공간)이, 남쪽에는 누각이, 북쪽에는 금당(절의 본당)이 들어선 중심사역의 주변으로 부속시설이 배치되는 구조임을 확인했다. 이 중 누각지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2층 건물로 확인됐다.

또 여러 동의 건물지와 배수로, 계단, 우물 등도 확인됐으며 백자와 기와·동전 등의 유물, 철화살촉·철환 등의 무기류 유물도 출토되면서 승영사찰임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

1차 발굴조사에서 건물의 위치와 외향을 확인했다고 하면, 2차 발굴조사에서는 이를 확장해서 전체의 영역을 찾고 1차에서 발견된 건물의 내부를 조사하는 보완 조사를 진행했다.

누각지 축대 아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 '월영루'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부재들이다. 장여(도리 밑에서 도리를 받치는 부재), 인방(기둥과 기둥 사이 또는 문이나 창의 아래나 위로 가로지르는 부재), 화반(인방 위에 장여를 받치기 위하여 끼우는 부재)이 출토됐는데, 화반의 경우 연꽃과 귀면 조각이 함께 확인됐다.

남한산성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의 건축 부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이다. 

 

물이 흐르는 습지 환경에 보존된 듯… 남한산성 연구에 도움될 것

 

 

 

목부재 출토 현장을 보면 땅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장 학예사는 "나무가 출토된 위치가 물이 계속 흐르는 지역이라 습지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며 "연못이나 습지에서 온전한 유물이 발견되는 것처럼 땅속에서 공기가 차단돼 나무의 부패·부식이 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토된 목부재는 옛 문헌에서 확인된 '월영루'의 건축부재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이와 함께 남한산성 승영사찰에 건립된 누각의 구조가 어떤지 유추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또 이번 발굴 조사를 통해 사찰의 영역이 어느 정도 확인이 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목부재의 출토는 남한산성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장 학예사는 "남한산성은 승영사찰을 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축성·유지·관리·수리를 승려에게 의존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목부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남한산성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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