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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국립묘지 없는 강원…타향에 묻히는 영웅들

[기획-강원도를 호국보훈의 성지로] (상)갈곳 없는 유공자

 

 

도내 안장 대상자 1만9천여명
선산 묻히거나 타 지역 전전


강원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의병 활동이 들불처럼 일어난 곳이다. 또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최전방에서 지키며 적군과 치열하게 싸운 격전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훈(報勳)'과 관련된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강원도에는 그들을 기릴 국립묘지도, 그들을 기억할 독립기념관도 존재하지 않는다. 강원일보는 6·25전쟁 71주년을 맞아 강원도가 호국보훈의 성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한다.

“당연히 내가 나고 자란 곳에 묻히고 싶지.”

권희동(89·사진) 강원도 6·25참전 학도의용군 유공자회 회장은 6·25전쟁 당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전쟁영웅이다.

17세의 나이로 참전한 그는 고향인 홍천군 서면에서 학생들과 수색작전을 벌이는 등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느새 구순(九旬)을 눈앞에 둔 권 회장은 목숨을 걸고 지킨 고향 땅에 묻히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

하지만 강원도 땅에는 권 회장의 사후에 그를 예우하며 모실 국립묘지 땅 한 평이 없다. 경상, 충청, 전라 등 권역별로 2개 이상 국립묘지가 조성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립묘지가 없는 곳은 강원도가 유일하다. 제주도는 올 12월 현충원을 개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유공자는 고향 선산에 모셔지거나 다른 지역의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이 다반사다.

2025년 국립연천현충원이 준공되면 이곳에도 안장될 수 있다. 하지만 후손들이 매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은 물론 지역에서 호국보훈 정신을 고취하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공자들은 이를 두고 “강원도의 혼이 빠져나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재권(86) 6·25참전유공자회 도지부장은 “강원도는 가장 전투가 많이 발생했고, 전사자도 많은 지역”이라며 “이곳을 지킨 영웅들이 전라도까지 가서 안장된다. 평생을 고향에서 살다가 죽어서는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무섭다”고 털어놨다. 염기원(89) 6·25참전유공자회 춘천시지회장 역시 “북한의 남침을 가장 먼저 막아낸 강원도에 국립묘지 하나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국립묘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국원 안장대상자 법률에 따르면 10년 이상 복무한 장기복무제대군인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기 때문에 군부대가 많은 도의 특성상 국립묘지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이 충북 괴산호국원 조성 당시 봉안당 5만기 규모의 국립묘지가 조성되면 1,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와 1,400여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기대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한 바 있어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가보훈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강원도의 국립묘지 안장대상자는 참전유공자 1만2,216명, 중·장기복무제대군인 5,567명 등 1만9,000여명에 달한다. “조국을 지킨 영웅들이 고향에서 묻히게 해달라”는 이들의 바람에 이제는 지역이 답해야 한다.

권순찬기자 sckw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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