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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방사성 물질 200개 중 62개 걸러내 안전?” 지역민 분노

일본 오염수 방출 결정에 광주·전남 지역사회 ‘방사능 공포’
오염수 125만t 정화 역사상 전례 없어 불신…전남 유입 땐 치명타
환경단체·어민들 “바다가 만능 폐기물 처리장이냐” 즉각 철회 촉구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원전 사고 때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키로 결정하면서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민들의 한빛원전 부실 운영으로 인한 불신이 커져 있는데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와 인근 해역의 세슘·스트론튬·삼중수소 등 방사성 농도와 관련된 정보도 일본이 발표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염수 정화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 등 지역 탈핵·환경단체는 14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배출’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바다는 만능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다. 즉각 오염수 배출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단체는 일본정부의 오염수 정화를 통한 해양 방류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뜩이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전례가 없는 정화 계획의 실현 가능성 및 방사능 오염물질 확산이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게 지역민들 목소리다.

◇수영장 600개 규모의 오염수 125만t, 역사상 정화한 전례 없어=일본 정부는 현재 1000여개의 저장탱크에 125만t의 오염수를 보관중이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600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정화시킨 뒤 바다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만한 규모의 오염수를 처리해 정화한 적도 없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만큼 실현 가능성 여부도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사성 농도 수치 등을 주변국에 제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화해 내보내고 있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김종필 광주환경연합 사업국장은 “오염수 양이 올림픽 규격 수영장 600개를 채우고도 남을만한 양으로 대량의 오염수 방출은 기술적, 비용측면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방사성물질 200종 중 62개만 제외하면 나머지 물질은=일본 정부는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하고 여기에 물을 더해 오염수 농도를 희석시킨 뒤 방류하면 국제 기준치를 밑돌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만 대략 200여개가 넘는다. 여기에서 62개를 제외했다고 하지만 완전히 제거됐는지는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나머지 140여종의 방사선 물질은 어떻게 됐는지, 얼마나 남아있는지 정보도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물속에 녹아 든 삼중수소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바닷물로 희석해 농도를 배출 기준 밑으로 떨어뜨려 방류하겠다고 했지만 ‘완벽한 제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염된 수산물을 통한 축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핵 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 관계자는 “일본정부가 정화해 제거한다는 62종의 방사능 오염물질은 오염수 내 200여개 방사성 물질의 일부로 이마저도 오염수 검사 결과에 대한 원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서 제거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비판했다.

◇방류하면 국내 유입 가능성은?=어민들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겪었던 피해가 되풀이될까 봐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피해를 월평균 160억~3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정대로 일본 정부가 2년 후 해양 방류를 강행할 경우 이 물은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을 거쳐 북태평양을 돈 뒤 4~5년 뒤 근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질의에 ‘국내 동해 입구에 후쿠시마 세슘(Cs 137)이 도달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방출 뒤 약 5년 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방류한 오염수가 태평양 쪽이 아니라 적도 쪽으로 흘러가다가 더워지면 남중국해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6개월~1년 이면 제주도 남해안, 서해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원자력전문가들 지적이다.

정경섭 김산업연합회장은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출 계획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조류 생산량 전국 90%를 책임지고 있는 전남은 치명타를 입게 되는 만큼 국가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다”고 말했다.

한빛원전이 들어서 있는 영광지역 시민들도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당장 다음주께 일본정부를 규탄하고 오염수 배출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박응섭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 소장은 “한빛원전이 있는 영광지역민들은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다른 지역보다 많은 관심과 우려를 보이고 있다. 우선 바다가 오염되기 전 해양광역조사를 추진해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계획과 관련,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 오염수 방출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근접국가의 불안감을 불식 시키기 위한 정보·자료 공유 등 오염수 방출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 진행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