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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MB 국정원, 호남 광역·기초 단체장 5명 사찰했다

[국정원 지자체 사찰 문건 공개]
야당 소속 단체장 사찰 이유는 ‘종북’ ‘이념 오염’ ‘주민 현혹’ 등 색깔론
‘교부금 감액 등 불이익 주라’ 명시… 호남 차별·압박카드로 활용한 듯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광주와 전남, 전북 광역·기초 단체장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사찰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해 ‘종북’ ‘이념 오염’ ‘주민 현혹’ 등 이른바 ‘색깔론’이 사찰의 주요 이유였다.

특히 지자체에 주는 ‘교부금 감액과 지방채 발행 중단 등 불이익을 주라’고 명시돼 있어 단체장 사찰이 ‘호남 차별’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인천 남동구청장 임기 당시 국정원의 사찰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국정원 사찰 문건 원본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호남권에선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4명 등 최소 5명이 사찰 대상이었으며, 구체적인 사찰 이유와 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삭제된 상태로 공개됐다.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해당 문건을 열람 후 복원하는 방식으로 간접 공개한 적이 있지만, 광주·전남 단체장이 사찰 대상으로 포함된 원본이 세상에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이 생산한 14쪽 분량의 이 문건엔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에 대한 사찰 이유를 일일이 기록했고, 정부 부처별 압박 계획도 담겨있다.

이명박 정부 4년차인 2011년 9월 15일 작성됐고, 전체 사찰 대상은 광역 지자체장 8명과 기초 지자체장 24명으로, 당시 야당인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과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 소속 단체장들이었다.
 

국정원 사찰 문건이 작성된 2011년 당시 호남권 광역단체장은 강운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로, 이 가운데 한 명이 사찰 문건에 포함됐다. 문건은 야권 지자체장 32명을 분석한 ‘총론’과 개인별 문제를 나열한 ‘붙임’ 부분으로 구성된다.

문건의 ‘총론’에서 국정원은 이들이 “국익과 지역 발전보다는 당리당략ㆍ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며 “적극 제어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유일하게 개인 기록을 찾아낸 배진교 당시 남동구청장에 대해서는 “‘부모스쿨’(150명)을 운영하며 강사진에 전교조ㆍ민노총 출신을 배치했다”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또 야당 지자체장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표 정책인 4대강 사업 등을 흔든다며 이들이 “대(對) 정부 비난 여론 및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가 도입한 무상급식을 ‘세금 급식’으로 지칭,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지자체장들이 김대중 정부의 2000년 6ㆍ15 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한 것을 두고는 “지역민들의 정부 대북정책 불신을 유발한다”고 평했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의 호남 차별을 엿볼 수 있는 ‘압박 카드’도 문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정원은 “당정이 가용 수단을 총동원, 야권 지자체장들의 국익·정책 엇박자 행보를 적극 견제·차단함으로써 국정 결실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각 정부 부처에 이를 할당했다.

행정안전부에는 “(국정운영을 저해하는)지자체에는 교부세 감액과 지방채 발행 중단 등 불이익을 주고, 국정에 협조하는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총액인건비 등 인센티브를 줘서 여타 지자체의 태도 변화를 적극 유인하라”고 했다.

또 감사원에 “종북 단체의 사회단체 보조금 부당사용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다만, 이 같은 계획이 실제 실행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배진교 의원은 “이것은 명백한 사찰이다”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 신상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이 삭제된 상태에서 공개됐지만 해당 지자체장이 공개 요청하면 구체적인 사찰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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